“중대재해법 막는 자들, 똑똑히 기억하고 심판하겠다”

혹한의 날씨에 한달째 단식 이어가는 산재 유가족, ‘누더기’ 넘은 ‘걸레짝’ 법안에 분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며 8일 본회의 처리만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산재 피해 유가족 및 노동·시민사회계가 요구했던 법안보다 대폭 축소, 삭제돼 실망감을 안겼다. 5인 미만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이 유예되는 등의 내용 등이 법사위를 통과한 것이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산재 피해 유가족들은 ‘쓰레기 법안’이라고 명명하며, 국회에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죽음조차 차별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7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긴급 기자회견에서 단식 중인 유가족과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법사위 법안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영하 16.5도, 체감기온 영하 26도로 올겨울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된 이 날, 유가족들은 한파 속에서 마이크를 잡고 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단식 28일 차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고 이한빛 PD 아버지)과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발전소 청년비정규직노동자 고 김용균 어머니)은 법안을 대폭 후퇴시킨 국회를 비판하며, 격한 감정을 터뜨리기도 했다.


장시간 노동과 일터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일터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년에 500명이 넘는다. 오늘 오전부터 백혜련 법사위원장에게 문자도 하고 전화를 걸어 왜 집단 괴롭힘은 제외했는지, 왜 죽음에도 차별이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렇게 외치는데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 제발 이 억울한 외침을 전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 이사장은 다시 한번 단식농성을 시작한다는 결의를 밝히며 한발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외쳤다.


김미숙 이사장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눈물을 연신 찍어냈다. 김 이사장은 “유족이 얼마나 아파하는지 괴로워하는지 평생 가슴에 한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심정을 국회의원들에게도 똑똑히 겪게 해주고 싶다. 저는 당장 죽어도 괜찮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엉망으로 죽었기 때문에 그 사무치는 한이 폭발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살리고자 그 가족들을 지키고자 저희가 나섰다. 이 법을 막고 있는 자들을 똑똑히 기억해서 다음 선거 때 심판하겠다”라고 경고했다.

이용관-김미숙 이사장과 함께 28일 차 단식을 맞고 있는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도 수척해진 얼굴로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10kg이 넘게 빠졌지만, 유족들과 함께 농성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 재계에서 청년·중소사업장들이 어려워진다, 기업들이 무너진다는 소리를 하는데 기업보다 어려운 게 노동자들이다. 중소영세사업장을 정작 어렵게 만든 게 누구인가 묻고 싶다. 다단계 원하청 구조를 통해 배를 불린 대기업들 아닌가. 이런 심각한 책임을 저임금과 차별에 시달리는 비정규직과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 정말 파렴치하다”라고 지적했다.

단식 12일 차 김도현(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누나) 씨는 “의원님들 가족이 죽어도 산재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는)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냐”라며 “당신 가족의 목숨값이 432만 원이라고 생각해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법사위 법안에서 건설공사 등을 발주한 발주처의 안전, 보건조치 의무의 책임이 삭제된 것을 두고 해당 법안이 “누더기도 아닌 걸레짝이 됐다”라고 규탄했다. 김 씨는 “많은 건설 산재가 발주처 때문에 일어난다. 한익스프레스처럼 무리하게 공기 단축을 요구하고, 건설 비용을 깎아 안전이 지켜지지 않도록 한다. 발주처는 또 위험한 설계와 공법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국회 법안은 태규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는 법안으로, 법이라고 부르기도 싫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규탄하며 온전한 법제정을 촉구했다.


단식 10일 차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법사위의 결정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죽어도 된다는 것이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죽어가는데, 1,800명쯤 죽는 건 괜찮다는 뜻인가? 노동자의 절반은 죽어도 된다는 뜻인가?”라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휴업수당이며 잔업수당, 심야수당도 마찬가지다. 오만 갑질과 해고 위험에 도사린 그들에게 죽음과 안전마저 차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를 살리자고 법안 발의를 했는데, 누구는 죽어도 되고 누구는 살아도 된다면 이건 잘못된 법”이라며 “사업장이 5인 미만이든, 50인 미만이든 또는 100인 미만이든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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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길...........
    단식 10일 차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법사위의 결정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죽어도 된다는 것이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죽어가는데, 1,800명쯤 죽는 건 괜찮다는 뜻인가? 노동자의 절반은 죽어도 된다는 뜻인가?”라며 “5인 미만 사업장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휴업수당이며 잔업수당, 심야수당도 마찬가지다. 오만 갑질과 해고 위험에 도사린 그들에게 죽음과 안전마저 차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를 살리자고 법안 발의를 했는데, 누구는 죽어도 되고 누구는 살아도 된다면 이건 잘못된 법”이라며 “사업장이 5인 미만이든, 50인 미만이든 또는 100인 미만이든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