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일해도, 1년을 일해도 175만5080원 받았다”

코레일네트웍스 파업 63일·단식 4일차…시민사회단체 파업 문제 해결 촉구


철도공사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철도고객센터 노동자들이 60일 넘게 파업을 이어가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 정부에 파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9일 노조 관계자들은 단식 농성까지 돌입한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노사가 합의했는데도, 지침을 이유로 예산 편성을 거부한 기획재정부 등을 규탄하며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과 해고 노동자들의 즉각 복직을 요구했다.

종교, 인권, 노동 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는 12일 오전 서울역 안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코레일네트웍스 파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대비 80%까지 올리겠다고 문 대통령이 약속한 바 있지만,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2019년 노사전협의체에서 자회사 직원의 임금수준을 정규직 대비 8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몇몇 직종의 경우 시중노임단가 100%를 반영한다는 합의를 이뤘지만, 이행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년 연장에 대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이 만료된 225명이 사실상 해고되는 일까지 벌어져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키지도 않을 약속만 남발했던 대통령과 노사합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코레일 원청과 코레일네트웍스 사측, 파업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바빴던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중 누구 하나라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자회사 노동자들은 지금쯤 서울역의 찬 바닥이 아닌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을 것”이라며 “철도 자회사 노동자들의 장기파업과 집단 단식농성은 그야말로 사태 해결에 책임 있는 주체들이 무책임함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단식 농성 중인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은 “20년을 일해도 1년을 일해도 모두가 175만5080원을 받았다. 기본급은 역장이 167만 원, 부역장이 170만 원, 역무원이 172만 원으로 최저임금을 주려고 기본급을 거꾸로 설계해놨다”라며 “하향 평준화도 이런 하향 평준화가 없고, 이렇게 처참한 일도 없다”라고 했다.

서 지부장은 “사측이 파업을 하면 한 달 50억 원 적자라고 했다. 두 달 파업했으니 100억 원 적자일 텐데 노동자들에게 줘야 할 임금 20억 원을 못 주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라며 “짓밟힌 노사합의에 대해 문 대통령, 국토부, 기재부, 코레일, 코레일 네트웍스가 책임지고 합의 이행에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에서 활동하는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대표는 세월호참사에서 어렵게 순직 인정을 받은 두 기간제 교사의 이야기를 꺼내며, 제도를 이유로 노동자 처우 개선에 뒷짐 진 기재부를 규탄했다. 김 대표는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인정을 받지 못했던 김초원, 이지혜 두 분의 명예 회복을 위해 1인 시위도 하고 삼보일배도 하며 많은 투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기획예산처가 순직 요구에 대해 ‘제도적으로 받을 수 없는 안’이라고 거부했다. 그러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이 순직으로 인정하겠다는 한마디에 인사혁신처가 바로 안을 가져왔고 그해 바로 순직 처리됐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무원들은 지침과 제도 때문이라고 안 된다고 하지만 의지가 없어서 안 하는 것”이라며 “파업 60일이 넘었는데 그들이 아직 노동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이고,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힘 합쳐 이 정부가 두려움을 느끼고 말도 안 되는 지침 따위 걷어치우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국제 사회 최고의 원칙은 동일 가치노동·동일 임금이다. 그러나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합의한 게 기본급에 시중노임단가를 반영하는 것인데 사측은 돈이 없다고 한다. 국토부, 기재부가 같이 사측과 호흡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농락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명숙 활동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이전에 합의했던 그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20년째 최저임금을 받으며 나아진 게 하나 없는 모욕적인 삶을 노동자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정치권의 중재안도 거부하며 파업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관으로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 코레일네트웍스, 전국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가 참여해 노사 요구 쟁점 사항을 논의했으나 별 성과는 없었다. 철도노조와 코레일네트웍스 지부는 국토부, 코레일, 코레일네트웍스가 합의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연말부터 일관되게 이어졌다고도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8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과 코레일네트웍스 등이 참여한 간담회 내용을 반영해 중재안을 만들었고, 노조도 이 중재안을 수용했으나 사측은 중재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파업 연내 타결을 위해 12월 31일 홍 의원이 다시 한번 코레일, 코레일네트웍스, 철도노조, 자회사지부 4자 협의를 진행코자 했으나 이범주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사임을 표하며 이마저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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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 농성 중인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은 “20년을 일해도 1년을 일해도 모두가 175만5080원을 받았다. 기본급은 역장이 167만 원, 부역장이 170만 원, 역무원이 172만 원으로 최저임금을 주려고 기본급을 거꾸로 설계해놨다”라며 “하향 평준화도 이런 하향 평준화가 없고, 이렇게 처참한 일도 없다”라고 했다.

    서 지부장은 “사측이 파업을 하면 한 달 50억 원 적자라고 했다. 두 달 파업했으니 100억 원 적자일 텐데 노동자들에게 줘야 할 임금 20억 원을 못 주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라며 “짓밟힌 노사합의에 대해 문 대통령, 국토부, 기재부, 코레일, 코레일 네트웍스가 책임지고 합의 이행에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