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KO,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 불복…8개월째 방치된 노동자

사측,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 제기

“내일은 영하 몇 도일까”농성장으로 내쫓긴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매서운 한파에 다음날 기온을 확인하는 게 일정이 돼버렸다. 고된 노동으로 몸의 마디마다 파스를 붙였던 노동자들이 이제는 8개월을 넘긴 농성 투쟁으로 온몸에 파스를 바르며 산다. 노동위원회가 잇따라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지만, 회사는 이에 불복해‘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또다시 노동자를 방치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월 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초심유지’를 판정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이어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다시 한번 인정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회사가 재심판정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한다는 소식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저 1%의 기대가 무너졌을 뿐이다. 회사가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의 농성장 안에 걸린 5개의 노동조합 모자

‘복직’이 아닌 ‘이행강제금’ 내겠다는 회사

회사는 지난 6일 열린 교섭에서도 ‘복직’이 아닌, ‘재고용’ 입장을 냈다. 사실상 부당해고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천지노위와 서울지노위가 각각 지난 7월 13일, 7월 16일 “이 사건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라고 주문한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은 노동자들에 대한 원직복직이 아닌, 노동위원회 구제명령 불이행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내는 쪽을 택했다.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은 무급휴직에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노동자를 상대로 지난 5월 11일 정리해고를 했다. 그 인원은 8명이며, 이 중 6명은 복직 투쟁을 이어가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지난한 투쟁과정에서 현재는 5명만이 투쟁에 남았다.

남은 노동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케이오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을 상대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공익법인임에도 아시아나케이오를 비롯해 케이에이, 케이에프, 케이알 등 4개 위탁업체를 소유하면서 매년 수십억의 배당금을 챙겼다. 더구나 기부금조로 지난해에만 7억4700만 원을 받아 갔다. 지난해 8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부당 내부거래를 포착해 계열사들에 과징금 320억 원을 부과하고 박삼구 전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서울고용노동청 앞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의 농성장

파스로 도배돼버린 몸…
“이 사람들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투쟁을 시작한지 250일 차인 오늘(19일)은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도 출범했다. 이날 아침 선전전이 끝나고 열린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연대모임)’ 출범 기자회견에는 11개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 이름을 올렸다.

김정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중노위가 부당해고 판정을 해도 이행강제금을 내서 해결하면 된다는 악질 기업주와 악덕기업의 만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아직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의 눈치를 보며 하수인 역할을 하는 정부가 참으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연대모임에서도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이상덕 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코로나19 확산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대량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업종에서 노동자들은 무급휴직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기업은 구조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경제 불황을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이라며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등 절호의 기회로 사용 중”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은 “해고의 책임은 박삼구 전 회장에게 물어야 한다. 온갖 비리를 자행한 박삼구 전 회장을 구속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열린 '중노위 복직판정 거부 아시아나케이오 규탄!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 출범' 기자회견

연대자들은 “더 많은 노동자 민중이 힘을 모아 반드시 정리해고를 철회시킬 것이다. 원청과 정부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며, 아시아나케이오 투쟁의 승리를 위해 모든 지원과 연대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기자회견이 끝났지만, 연대자들은 흩어지지 않고 익숙한 듯 농성장 안으로 들어갔다. 김계월 부지부장은 건강이 염려된다는 질문에 바지를 걷어 올리며 빼곡히 붙은 파스를 보여줬다. 그는 “갱년기라 곳곳이 아프긴 한데 요즘엔 날씨가 추우니 특히 쥐가 많이 난다. 뭉친 다리가 풀리려면 또 한참이 걸린다. 매일 쥐가 나서 혈액순환제 등 약을 먹고 있다. 우리 회계감사님 경우에는 농성장에서 자면서 몸이 많이 상했다. 온몸을 파스로 도배하고 있더라”라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해고자들은 마냥 좋기만 했던 눈 소식이 이제는 서글프기만 하다.매일 양말을 두 개씩 신는 것도 익숙해졌다.

긴 시간 투쟁을 이어나간 데에는 연대자들의 역할이 컸다. 매일 세 차례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선전전에는 항상 연대단위들이 함께했다. 김계월 부지부장은 “우리 해고자들끼리 있을 때는 의기소침할 때도 있다. 추운 겨울에 한 사람이라도 피케팅을 같이 하면 힘이 난다. 이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회사에 △모든 노조가 참여하는 유급순환휴직 시행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통한 무기한 무급휴직자를 포함하는 유급순환휴직 논의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부에는 복직 및 임금상당액 지급을 위한 사용자 압박 등을 요구해왔다.

최한결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차장은 “항공기 운항편수 및 여객인원이 증가 추세기 때문에 해고자 복직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도 사용자는 해고자와 무급휴직자를 근무에 투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무급휴직자를 지원하는 고용안정협약지원금제도를 악용해 무급휴직자들이 5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하는 상황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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