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먹튀 자본은 놔두고 쌍차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

금속노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노동자 희생 요구 규탄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차 지원 조건으로 노조의 단협 유효기간 연장, 무쟁의 서약서 등을 언급하자 금속노조는 주채권자 역할을 방기한 채 유체이탈 화법으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힌드라의 ‘먹튀’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지난 10년간 고통을 분담했던 노동자들에게 엄한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는 현재 진행되는 쌍용차 매각 과정에서 노동자가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문제 제기도 하고 있다. 산업은행-HAAH-마힌드라가 참여하는 이번 매각 협상은 과정과 내용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쌍용차 구성원들은 스스로 분담해야 할 자구안의 내용조차 모른 채 최종 매각 협상을 앞두고 어떤 내용이든 무조건 수용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이번 깜깜이 매각에 산업은행도 참여하면서, 노동자들은 산업은행에 국책은행의, 주채권자의 역할을 방기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반노동·반헌법적 발언을 규탄하며 쌍용차 노동자의 고용보장 및 회생지원을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쌍용차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마힌드라-쌍용차 자본에는 한마디 말도 못 한 채 뜬금없이 단협 유효기간 연장과 무쟁의 서약서 등 노동자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종용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단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반노동, 반헌법적 발언으로 협박하고 있다”라며 “산업은행은 이 나라 산업과 기술, 일자리 보호에 책임 있는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기관이며, 2019년에는 1천억 원의 추가 대출을 통해 쌍용차에 투자한 주채권자이기도 하다. 그런 기관의 수장이라면 응당 마힌드라의 먹튀 행각에 대한 경영감시와 견제 역할 방기에 대한 자기반성이 앞서야 마땅하다”라고 규탄했다.

지난해 12월 쌍용차는 자금난으로 인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은 지난해 초까지 2,3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인도 내 사업이 위축되자 쌍용차 투자 계획을 일방적으로 철회했다. 이후 8월, 새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힌 마힌드라는 현재 산업은행과 유력 투자자로 거론되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이다. 쌍용차 매각 협상의 결론은 이르면 22일, 늦어도 오는 28일까지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쌍용차의 노동자들은 지난 10년 이상 무쟁의와 복지축소, 임금반납 등 자구안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 왔다”라며 “정부 주도로 진행된 2004년 상하이차, 2011년 마힌드라 매각의 결과가 어떤가. 왜 먹튀 자본이 저지른 책임과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나. 또다시 졸속 매각을 진행해 제3의 먹튀 자본을 만든다면 다시 한번 나서서 싸우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산업은행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산업은행 측은 수령을 거부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산업은행과 이동걸 회장에게 전달하는 다섯 가지 요구 사항을 밝혔다. ▲먹튀를 일삼는 마힌드라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 ▲졸속 매각 중단 ▲채권 출자 전환 등 산업은행이 직접 지분 확보에 참여 ▲노동자에 대한 무조건적 양보 요구 중단 ▲고용보장 및 미래 비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 등이다.

특히 금속노조는 “대주주 마힌드라는 먹튀도 모자라 여전히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 협상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과거 상하이차에 물었던 15대 1 감자 이상의 조치는 기본이고 ▲과도한 연구개발비 지출 ▲티볼리 플랫폼 헐값 기술 이전 ▲한국 자산 매각 후 해외 차입금 상환 등 국부유출 등의 의혹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실사를 통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민규 ‘뿌리’ 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동걸 회장이 노무현 정권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던 시절, 한국 기업 매각 역사상 가장 불행했던 사건 두 가지가 벌어졌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매각한 사건과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된 사건이다”라며 “이동걸 회장은 다시 해외매각 사대주의자의 길을 걸을 건지, 아니면 모욕의 역사를 털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노동자들과 손잡고 쌍용차를 회생시키는 데 앞장설 것인지 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이동걸 회장의 노조의 단협 유효기간 연장, 무쟁의 서약서 요구에 대해서도 “노사 관계에 개입하려면 산업은행이 가진 1,900억 원의 채권을 출자로 전환해 대주주의 자격을 획득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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