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고객센터 노동자,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였다

공정성 담론에 가로막힌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책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발표 당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다. 정부 가이드라인 상의 ‘용역 노동자’이자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1단계 전환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1년 4대 보험 징수통합으로 징수 업무가 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해 운영되면서 역할이 더 커진 상태였다.

하지만 공단과 하청회사는 노조의 노동조건 개선과 직영화 요구를 회피했다. 노동자들은 하루 6시간, 120통 이상의 상담을 하면서도 업체 관리자로부터 ‘스킬이 없느냐’는 질책을 받았다. 건강보험공단은 실시간으로 상담사의 콜을 감시했고, 업무강도와 업무량은 늘어만 갔다.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직영화를 요구하며 지난 1일 파업에 돌입했다. 과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객센터를 직영화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무리한 요구일까.

[출처: 공공운수노조]

정규직 전환이 돼야 했던 고객센터 노동자들

사실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고객센터 정규직 전환 논란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을 3단계로 구분했는데, 3단계인 민간위탁의 개념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위탁형식이 매우 다양하고, 용어상의 혼란도 있어 명확한 개념 설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에서 밝힌 바 있다. 1단계는 중앙행정기관, 자치단체, 교육청 및 국공립교육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이며, 2단계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비정규직이다. 3단계는 ‘민간위탁 기관’이다.

노조는 인력 기준과 인력당 도급 단가를 공단에서 산정하기 때문에 ‘용역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미 1단계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공단 측은 필요 인력과 직접인건비 1인당 평균단가는 기본적인 안내일 뿐, 3단계 대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용역 업무를 “계약명칭(용역계약, 위탁계약 등)과 관계없이 국가·지방계약법령 등에 따라 용역계약 시 공공기관에서 인건비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고 “채용하여야 할 근로자 수 등을 정하는 경우”로 분류한다. 그리고 지난해 1월 21일 ‘국민건강보험 지역본부 고객센터 위탁운영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 요청서’에 따르면 공단은 ‘직접인건비 1인당 평균단가를 220만 원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인력 계획도 밝히고 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1·2단계는 명확히 구분된다. 2단계는 지방출자 기관이라는 성격에 따라 나눴기 때문이다. 그런데 3단계 민간위탁은 기준이 모호해 1단계 정규직 전환 당시에도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인원을 정확히 정하는 것은 ‘용역’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민간위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콜센터의 경우 인력을 다 산정해주고, 심지어 정산하고 있다”며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미 유사 기관인 국민연금공단(387명), 근로복지공단(342명)은 2019년 고객센터를 직영으로 전환했다.

또한 건보공단은 고객센터 사무공간을 비롯해 장비, 시설, 시스템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민간위탁 정의와도 다르다. 정부는 민간위탁을 “인건비·채용인원 등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시설 전체나 특별업무(공공서비스) 등을 포괄적으로 위탁(민간위탁)하는 경우”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수탁사에 인사와 노무관리 등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탁한다. 이 협력업체들은 경영상 독립성을 갖고 있어 민간위탁이 확실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력 기준과 인력당 도급 단가 산정과 관련해서는 “사무를 위탁하는 데 필요 인력과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직접임금의 비율 등을 기본적으로 안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당사자 빠진 건보공단의 ‘논의 기구’

현재 노조는 1단계 정규직 전환 절차에 해당하는 ‘노·사·전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건보공단은 이미 구성된 ‘고객센터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협의회)’에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이 기구는 정부가 2019년 2월 27일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발표하며 “민간위탁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있는 등 심층 논의가 필요한 사무”에 대해 구성하도록 한 협의기구다.

정부는 당시 발표에서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한 발 물러섰다. 일률적 기준이나 구속력 있는 지침을 시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민간위탁 사무의 타당성을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검토’해 결정토록 했다. 사실상 정부의 책임과 권한을 개별 기관에 떠넘긴 셈이었다. 고용노동부 역시 “건보공단의 경우 타당성 검토를 위한 협의기구가 운영되고 있어, 민간위탁 사무의 직접 수행 여부에 대한 검토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며 지난 2일 건보공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해당 협의회에 10여 명 내외의 내·외부 전문가를 참여토록 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협의회는 2019년 10월 한 차례 회의가 진행된 후 아직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 공성식 정책기획실장은 “원래 정부가 민간위탁기관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만들려 했다. 그런데 업체의 반대가 심해 기관별로 논의하는 것으로 정책이 축소됐다. 심지어 관련 논의기구 구성에서도 전문가만 참여토록 해 노동자의 참여가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공단 측은 노노갈등을 유발하며 협의회 개최를 미루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단의 직원 노조가 고객센터 직영화와 관련해 반발이 심하다.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로 인해 “협의회 진행이 안 되고 있었다. 2월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객센터 노동자는 공단 정규직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건보공단 고객센터는 11개 민간위탁업체가 전국 12개 센터와 2년마다 계약해 운영하는 형태다. 총 1623명이 고용돼 있으며, 이 중 상담인력은 1451명, 관리인력은 172명이다.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건강보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건강검진, 의료급여,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세무 업무와 4대 사회보험 징수통합 관련 업무 등 총 1,060여 개의 상담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공단의 핵심 업무와 직접 연계돼 있다. 공단과 고객센터에서 동시에 처리가 가능한 업무도 있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의 피부양자가 되길 원하는 고객의 경우 고객센터에 전화해도 되지만, 지사에 전화해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입자들이 굳이 지사에 전화하거나 힘들게 방문하지는 않는다. 공단 안내 번호가 고객센터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간위탁 운영으로 업무상 혼란도 종종 발생한다. 김 지부장은 “지사에서 피부양자 등록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는 불가하고 혼인관계증명서만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 따라서 관련 상담에서 가족관계증명서만 가능하다고 고객에게 설명했다”며 그런데 “지사에서 혼인관계증명서가 가능하다고 안내를 해버려 고객센터에서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업무들이 통합된다면 이런 불필요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논의해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주요 상담업무 중 고객센터 고유 업무는 ‘진료확인번호 승인 및 취소’, ‘홈페이지 관련 상담 업무’, ‘외국어 및 수어 상담’, ‘장기요양기관 청구 원격 상담’ 등 5가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외의 무수한 업무들을 공단과 함께 처리하고 있다. 이는 공단 직원과 소통 과정을 거쳐야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이다.


왜 고객센터 노동자는 임금인상뿐 아니라, 직접고용도 요구할까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민간위탁 운영에 따른 감시·통제에도 시달린다. 지난해 6월 지부가 5일간 진행한 조합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게시간을 ‘5분 미만’, ‘10분 미만’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김숙영 지부장은 휴게실이 있으나 화장실에서 쉬는 상담사도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실태조사에서는 790명 중 16.6%인 131명이 화장실이 휴식 장소라고 응답했다. ‘상담사 본인 자리’에서 쉰다는 응답은 66.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쉬는 시간은 평균 15분 정도예요. 문제는 이 쉬는 시간도 화장실 가는 시간이라는 거죠. 휴게실이 존재하지만, 계단에서 숨어서 쉬거나,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면서 화장실에서 쉬는 경우도 있어요.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화장실도 3~4명 가게 되면 관리자가 ‘자제해 주세요’라고 합니다. 병가를 내려 해도 연차를 쓰라고 해요. 연차는 도급비로 청구가 되지만, 병가는 안 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연차 사용이 자유롭지도 않아요. 콜 수가 많은 주기니 다음 주에 내라고 하죠. 생리휴가를 간다고 하면, 생리 주기가 지난달이랑 다르다고 하면서 안 보내준 사례도 있어요. 저희는 최소한 근로기준법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죠.”

2019년 기준 고객센터 노동자 1인당 하루에 처리하는 응대 건수는 120.1건이다. 한 상담을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3분이다. 이는 평균 하루 근무시간 중 통화만 하는 시간이 6시간에 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부에 따르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192만 원 정도다. 그러나 여기엔 성과급이 포함돼 있다. 업체는 매달 등급을 부여해 성과급을 지급한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김숙영 지부장이 일하는 경인센터의 경우 8개 등급으로 나눠 성과급을 지급했고 0원에서 최고 40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업체가 성과급으로 상담사들을 경쟁으로 몰고 통제한 결과, 상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직접인건비 220만여 원을 상담사에게 똑같이 주지 않고, 기본급을 정하고 나머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어요. 공단의 1인당 도급비 307만 원은 노동자 처우개선에 써야 하지만, 업체가 운영비로 사용하고 이윤으로 가져가면 상담사들의 인건비가 줄어들죠, 저희가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공단에 재정을 추가로 마련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업체에 돌아가는 이윤을 정규직 전환 비용으로 사용해 달라는 거예요. 공단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이 가지 않는 거죠.

성과급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고객이 질문하지 않는 이상 굳이 추가로 정보를 확인하고, 안내할 필요가 없어요. 거죠. 5분이 소요되면 관리자들이 ‘전화 끊어라’라고도 해요. ‘몇 년을 다녔는데 스킬이 없냐’고 구박도 주죠. 업체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를 ‘공들여 키웠다’고 한 말은 이런 데 공을 들였다는 거예요. 관리자가 성과를 강요하고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경쟁하면 상담에 대한 공공의 목적이 상실될 수밖에 없어요.”


“핵심은 누가 건강보험을 운영할 것인가”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난 4일 개인정보가 사용되는 고객센터 업무 특성상 민간위탁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며 직영화를 촉구했다. 민간위탁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와 고객센터 노동자의 권리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건강보험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은 무엇보다 공공성이 중요”하다며 고객센터 노동자 파업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공성식 정책기획실장은 “건강보험은 전체 국민이 가입돼 있다. 사회적인 의제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그런데 “정규직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로 민간뿐 아니라,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 업무를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다. 노노 갈등이 아니라, 콜센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대립인 것이다. 당연히 가입자인 국민,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까지 함께 결정할 문제”라며 “평소 (공단) 직원들을 운영에 참여시키지도 않으면서 고객센터 직영화에 직원이 반발한다는 핑계를 대며 그 입장을 따르겠다는 공단의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콜센터의 경우 직영과 위탁이 반반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위탁으로 운영되는 곳은 노동조건이 정말 열악하다. 민간도 직영화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권한을 주는 등 노동연구 모델이 바뀌어야 한다. 이번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투쟁으로 그런 모델을 선도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콜센터 직영화에 나서, 상담 품질이 개선되는 모델을 보여주는 등의 행동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고객센터 노동자 파업에는 9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부는 건보공단에서 답변이 없을 시 무기한 파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2006년 건강보험 고객센터가 설립된 이후 첫 파업이다. 현재 지부는 △생활임금 쟁취 △근로기준법 준수 △건강보험 공공성 강화 △고객센터 직영화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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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성과급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고객이 질문하지 않는 이상 굳이 추가로 정보를 확인하고, 안내할 필요가 없어요. 거죠. 5분이 소요되면 관리자들이 ‘전화 끊어라’라고도 해요. ‘몇 년을 다녔는데 스킬이 없냐’고 구박도 주죠. 업체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를 ‘공들여 키웠다’고 한 말은 이런 데 공을 들였다는 거예요. 관리자가 성과를 강요하고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경쟁하면 상담에 대한 공공의 목적이 상실될 수밖에 없어요.”

  • 나공정

    진실은 아무리 노력해도 감출수 없고
    공정은 아무리 아니라 해도 불공정이 될수 없고
    결국 정의가 승리합니다

    고객센터의 요구는 정당하고 당당하고 정의롭습니다
    그것이 진실이고 공정입니다

  • 수지성

    건강보험 콜선터는 전국민을상대로 전화를 받습니다 더알려주고 서류몇장이면 보험료를 조정할수있는데도 몰나서 물어보지 않앟다는 이유로 혜택을 누릴수가 없습니다 누구를 위한 고객센터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금만콜이 길어지면 민원이냐 왜 아직도 받고있냐면서 계속쪽지옵니다 알아야하고 알려줄 의무가있는 우리는 그러질 못합니다 누구의 배를 불리기 의해서 일까요 이런사레가 너무도 많고 대부분입니다 가끔 왜 물어보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냐고 따지는 분들 있습니다 죄송하게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계속 위탁업체가 관리하면 앞으로도 독같이 반복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고용해달라고 하는겁니다 더나은 상딤 자세하게 도움을드리는 상담할수있게 당당하게 건강보험상담사입다 라고 말할수있게 공단이 직접고용 해야합니다

  • ㅠㅠ

    정규직 노조의 반대라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도 맨날 어디가서 재정 얘기 공공성 얘기 하지 않나요? 정규직 임금 보장한단 의미에서만 재정과 공공성을 주장해왔던 건지. 건보공단노조 앞으로 공공성 얘기 어떻게 하고 다니나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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