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아~ 뉴딜아~ 나도 좀 도와줘

[요즘 경제]


2000조 재건정책 'BBB' vs 20조 K-뉴딜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떠오른 숫자가 있다. 우리 돈으로 무려 2천조 원의 경기부양책. 이로써 바이든의 경제정책 구호 ‘발전적 재건(Build Back Better)’의 첫 시동이 걸렸다. 상원에서도 과반을 차지함으로써 정책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대선 직후만 해도 ‘오바마 시즌 2’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정책들이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번번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까지 장악하며 2천조 원 경기부양책은 이제 현실이 됐다. 물론 그것이 실제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압승하며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을 모두 쥐게 된 한국 집권 세력의 정책 수준은 기대와 달리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일단 규모 면에서도 지난해 긴급부양책으로 GDP 10% 이상을 투자한 다른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 절반도 되지 않았다. 경제부총리는 올해 K-뉴딜 예산으로 약 20조 원 규모를 확보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당장 시급한 재난지원금 규모와 대상을 두고 갈팡대는 모습을 보이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라고 권력을 밀어줬던 국민의 속을 태우고 있다.

K-뉴딜이 뭐야?

뉴딜은 산업에서의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측면도 있지만, 당장 생계가 급한 사람에 대한 구호정책도 포함된다. 1930년대 대공황시절 뉴딜의 원조라 하는 루스벨트 정권이 만든 이 뉴딜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금융개혁, 생산통제 및 산업재건, 사회안전망 구축이다. 지금은 2008년처럼 금융 산업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제조업 공장도 비교적 원활히 돌아가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서비스업을 비롯한 불안정 노동계층이 사망 선고를 받는 양극화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및 구호정책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는다. 지난해 대부분의 국가가 현금성 지원 등의 긴급구호정책에 돈을 쏟아부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런데 여기에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등의 신산업 발굴이 들어오면서 한국판 뉴딜인 K-뉴딜이 만들어지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위기가 일종의 기회라는 속설처럼 재정투자가 필요한 신산업 발굴에 명분이 생긴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누구나 한마디씩 거드는 시대가 됐는데 누가 이를 반대하랴.

그러나 K-뉴딜이 분위기에 편승해 좋은 말만 늘어놓은 재탕 수준의 ‘표지 갈이’라면 국민의 답답한 속은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그린뉴딜에서 실제 눈에 보이는 것은 수소차·전기차 관련 자동차 산업이고, 나머지는 기존 에너지 정책과 물관리 정책을 좋은 말로 포장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디지털뉴딜도 5G AI 산업과 원격의료를 제외하곤 있던 내용을 좋게 늘어놨을 뿐이다. 그래! 다 좋다. 갑작스레 이런 사태가 터진 것이니 그럴 수 있다. 그러면 내놓은 계획이라도 정말 알차게 했으면 좋겠다.

뉴딜아~ 나도 좀 도와줘

그런데 당장 뉴딜에만 돈과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례로 연말·연초 국회를 뜨겁게 달궜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논쟁을 보자. 누구나 지적하듯 중대재해법은 기대 수준에서 한참이나 미달했다. 집권당은 본인들 스스로 대통령 공약이라 말했던 것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렸다. 중소사업장이 열악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유예하거나 면제해줬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중소사업장의 열악함이 어제오늘 이야기인가?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지 않게 만드는 게 애초 법의 목적이 아니었던가? 만약 중소사업장이 그럴 능력이 안 되면, 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한국판 뉴딜이니 먹거리니 하면서 좋은 말만 늘어놓지 말고, 제발 이런 데 돈 좀 과감하게 썼으면 좋겠다. 한겨울에 농장 기숙사에서 동사한 이주노동자 사건을 보면, 아직도 관료들의 머릿속엔 노동자는 취업자 숫자에 나오는 통계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앞서 역사가들은 뉴딜의 세 가지 정책 중 사회안전망 구축과 생계를 보장하는 구호정책이 가장 유의미한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한다. 나머지 금융개혁과 생산통제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 정책의 혼선 등으로 기대에 못 미치거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런 좌충우돌 가운데 당시 사람들이 뉴딜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 이유는 당대가 처한 위기 현실을 치유하기 위해 한발씩 꾸준히 내디뎠기 때문이다.

K-뉴딜도 그랬으면 좋겠다. 안전 뉴딜은 왜 못 만드는가? 세월호 같은 억울한 참사가 노동 현장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데 말이다. 코로나로 안전한 한국을 만들겠다는 구호에 왜 산업안전은 넣지 못하는 것인가? 돈이 부족하면 찍어서라도 투자하면 된다. 한국판 양적 완화랍시고 금융산업 보호를 위한 금융채 매입은 무제한으로 하면서, 안전설비를 늘리고 업무강도를 줄이기 위해 노동자를 더 고용하고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는 일에는 왜 인색하냐는 말이다.

핀셋 처방은 근본부터 틀렸다

미국의 2천조 원짜리 재건프로젝트는 그들이 처한 심각한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편으론 그들이 이 사태에 대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2천조 원 처방의 수혜가 과연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아마도 1930년대 원조 뉴딜 때처럼 곳곳에서 비효율이 드러날 것이며, 이익을 독점하는 특정세력이 득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런 대규모 부양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핀셋으로 골라내듯 맞춤 처방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한 곳이라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끌어다 쏟아붓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미국 중앙은행장 입에서 나온 “씽크빅(think big)”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됐다. 말 그대로 지금은 “크게 생각할 때”란 뜻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줄 테니 의회는 빨리 예산을 배정해 필요한 곳에 돈을 쏟아부으라 주문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중앙은행에서 이런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온다는 것은 변화된 시대 인식의 단면을 극명히 보여준다.

우리는 핀셋 처방이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식이라 알고 있지만, 원래 이는 호황기에 특정 영역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단기적 대책에 쓰는 용어다. 지금처럼 피해 범위가 광범위하고 연쇄적인 경우는 핀셋을 들이댈 수 없다. 대야에 물을 담아 쓸어내야 한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코로나19 방역이 관리되자 다시 재정 건전성 논란이 불거졌고, 효율성을 명분으로 핀셋 처방이라는 말이 아무 때나 오용되고 있다. 집권 세력 역시 제대로 된 관점이 없다 보니 보편이니 선별이니 하는 쓸데없는 논쟁이나 하고 있다. 중요한 건 핀셋이 아니라 대야인데, 이를 모르고 있다.

위기도 기회도 평등하지 않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는 생계의 위기를 가져왔다. 그런데 그 위기는 똑같은 무게일 수 없다. 누군가는 빚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주식 3000시대에 뒤처질 수 없다며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주식에 ‘올인’하고 있다. 위기일수록 이런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크게 일어나는 법이다. 이래서는 사회통합은 무너지고 불평등한 경제구조는 굳어진다. 우리는 이미 20여 년 전 외환위기 사태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다.

여기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간극을 평평하게 만들고 구멍 난 곳을 메우는 것이다. 이것을 할 수 있는 명분과 능력을 갖춘 국가가 이럴 때 나서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일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그 가능성과 실체를 제시할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놈의 집권 세력들은 이름은 ‘더불어’인데, 하는 짓은 ‘더불어 가마니’이니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180석으로 공수처 말고 뭘 했나. 위기는 넓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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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K-뉴딜도 그랬으면 좋겠다. 안전 뉴딜은 왜 못 만드는가? 세월호 같은 억울한 참사가 노동 현장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데 말이다. 코로나로 안전한 한국을 만들겠다는 구호에 왜 산업안전은 넣지 못하는 것인가? 돈이 부족하면 찍어서라도 투자하면 된다. 한국판 양적 완화랍시고 금융산업 보호를 위한 금융채 매입은 무제한으로 하면서, 안전설비를 늘리고 업무강도를 줄이기 위해 노동자를 더 고용하고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는 일에는 왜 인색하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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