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파업에 농성까지…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

건보공단 콜센터노동자, 신라대·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113주년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이 또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를 만든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 변경을 이유로 해고된 후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83일째 농성 중이다. 학교 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용역비를 줄이면서 해고된 청소노동자도 있다.

113년 전인 1908년, 미국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은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 투쟁에 나섰다. 그리고 현재에도 여성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여성의 날’에 파업을 하는 이유
95% 여성인 건강보험 콜센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4일간의 파업에 이어 또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고객센터 직영화에 대한 공단 측의 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의 감시·통제 속에 하루 6시간, 120통 이상의 상담을 해왔다.

이들은 왜 파업을 멈출 수 없을까.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는 전체 노동자의 95% 이상이 여성이다. 이들은 그동안 용역업체의 노무관리로 골병 들어 왔다. 지난달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1일 평균 휴게시간은 30분이었다. 10분 미만의 휴게시간을 이용한다는 비율도 33.7%에 달했다. 2011년 안전보건공단의 ‘콜센터 근로자의 직무 스트레스 관리 지침’은 휴식 시간을 1시간 상담 시 5분 혹은 2시간 상담 시 15분’으로 정하고 있다.

85%의 노동자는 우울증 위험군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울증 평가척도인 PHQ-2는 총점 6점 중 2점 이상이면 우울증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99.4%의 여성 노동자들은 적어도 한 부위 이상의 신체 부위에서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해 자각증상과 통증을 경험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또다시 파업에 돌입하며 “국민건강보험은 국민 전체에게 제공하는 공공성의 측면은 외면한 채 너희들은 비정규직이라고 말하는 배제의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배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을 강요했다”며 상담사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공황장애·우울증, 방광염, 신우신염 등의 질환에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마저도 외면하고 있고 마치 하청업체를 잘 감독하면 되는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암 환자에게 감기약을 처방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오늘(8일) 본부지회를 시작으로 10일 서울·경인·대전·광주·부산지회가 파업을 이어간다. 김숙영 지부장은 “콜센터는 여성 노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노동자 중에서 특히 경력이 단절된 노동자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여성 노동은 저임금인 데다 폄하되고, 무시되는 현실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그래서 여성의 날에 파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노동환경과 관련해 “콜센터 노동자의 우울증은 단순히 고객 응대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과도한 콜 수 감시로 업무를 조정할 수 없고, 상담 관련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해 그 고통으로 감정이 분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민주일반연맹]

‘청소’만 하기 위해 노조 만든 청소노동자,
“이제는 청소노동자들을 없애려 해”


부산 신라대학교는 지난 28일부로 청소노동자 51명을 전원 해고 했다. 학생 수 감소가 예상돼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같은 달 23일부터 청소노동자들은 본관 농성에 돌입했다. 투쟁에 돌입한 지는 41일 차가 됐고, 농성은 14일 차를 맞았다.

지난 2월 28일 신라대는 이들을 고용하고 있던 청소용역업체 (주)우봉라이프에 계약 종료 공문을 보내 지난 3월 1일 이후부터 노동자의 교내 건물 출입을 막으라고 했다. 또 교내 부착된 현수막 등 선전물을 제거해 원상 복구하라고도 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10년에서 15년간 일해 온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청소 외 업무까지 요구받으며 일하다 이를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에 2012년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신라대가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노동자들은 계약만료가 됐다. 당시 노동자들은 79일간의 농성 투쟁과 45일간의 고공단식농성으로 맞섰다.

정현실 민주일반연맹 부산지역일반노조 신라대학교지회장은 “학교 측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 어려움을 이유로 청소를 자동화하고 교직원들을 이용해 청소를 시키겠다고 한다. 청소노동자들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실 지회장은 “우리 업무는 청소 업무지만, 학교의 이런저런 잡일도 다 했다. 교수들이 생활하는 아파트도 숙소를 사용하고 나면 보수 없이 청소도 우리가 했다. 학교의 풀도 우리가 다 심고, 관리도 했다. 그러다 풀독이 올라도 사비로 다 처리해야 했다. 지금은 업무가 분리돼 있지만, 이런 문제들로 인해 노조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또한 “2014년 최저낙찰제로 새로운 용역을 입찰하려고 하면서 문제가 많았다. 당시 투쟁을 통해 7년간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고용유지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총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노조 설립 후 해고까지…
회사의 임금 인상안은 고작 ‘60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든 후 용역업체 변경을 이유로 해고됐다.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시설물을 관리하는 LG그룹 자회사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도, 신규용역업체인 백상기업도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았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농성 투쟁을 벌인지도 83일째가 됐다.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했던 지수아이앤씨는 지난 2019년 이른바 ‘시간 꺾기’를 해 격주 토요일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점심 휴게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해 근무시간을 7시간 30분으로 산정한 방식이었다. 논란이 일자 지난해부터는 근무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하고 토요일 근무를 없앴다. 또 회사가 2019년 10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해고될 때까지 내놓은 안은 고작 시급 60원 인상이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세상 모든 청소노동자’에게 편지를 전했다. 새벽 첫차로 출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새벽 5시 여의도역·여의도 환승센터·파크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선전전을 하고, 점심에는 여의도역 출구와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다른 청소노동자들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LG트윈타워 야간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김 씨는 세상의 청소노동자들에게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해도 될까. 가난하고, 없이 살아온 내가 너무 욕심부리는 건 아닌지 몇 번을 고민했다. 하지만 이렇게 쫓겨나듯 나갈 수는 없겠더라”고 전했다.

그는 “LG트윈타워에서 청소 일을 한 지 5년이 됐다.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일만 했다. 신랑이 아파서 딸은 주간에 일하고, 저는 야간 청소를 하면서 교대로 돌보며 지냈었다”고 말했다. 이어 투쟁을 하며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던 때가 나았겠다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니”라며 꼭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인 안 씨는 LG트윈타워에서만 8년 일했고, 그 전에도 청소 일을 2년 정도 했다. 안 씨는 “새벽 첫차를 타고 난생처음 출근하던 근 날이 생각난다. 어둑어둑한 새벽, 버스에서 새까맣게 내려 다들 어디로 간 건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수많은 엄마. 저도 그렇게 10년 넘게 청소 일을 다녔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년 연말, 해고 통보를 받고 80일 넘게 농성을 하는 저에게 가족들은 마음이 아프다고 하며 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냐고 걱정하듯 말한다. 그럼 저는 담담하게 ‘건강하니까 더 일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라고 대답한다”며 “80일 같이 지내면서 이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는 사이가 된 것 같다. 서로서로 챙기면서 끝까지 함께 가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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