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들 노동정책 및 여성정책은?

노동은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중심으로, 여성은 '성평등'보다 '안전'에 초점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서울시장 선거가 단 이틀 남았다. 재보궐 선거 사전 투표율은 역대 재보선 최고치를 기록할만큼 이번 선거의 국민적 관심이 높다. LH 사태 등으로 부동산 투기에 대한 공분이 컸지만, 주요 후보들이 결국 ‘부동산 개발’ 공약으로 경쟁하고 있는 모습은 보수정부 하에서 개발에 매몰됐던 과거를 연상시킨다.

이번 보궐선거에선 직접적 원인이 된 성폭력 사건도 묻히고 있어 페미니스트들의 분노는 커져만 가고 있다. 동시에 그동안 서울시는 지자체 중에선 가장 앞서가는 노동정책으로 이목을 끌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노동’ 의제는 일자리 정책으로만 좁게 다뤄지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에 <참세상>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노동정책과 여성정책 두 가지 측면에서, 주요 후보와 진보정당 후보의 정책을 다루고자 했다.

서울시의 노동정책, 더 이상 발전은 없나

박영선, 오세훈 두 후보의 일자리 및 노동정책은 신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 공통적이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제1공약으로 내놓은 4차산업혁명을 필두로 한 스마트시티 서울과도 비슷하다. 박영선, 오세훈 두 후보 모두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노동권에 대해선 거의 정책이 없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클러스터 중심의 일자리 창출과 서울형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박 후보는 ‘20대 청년과 노동자, 여성을 위한 약속’에서 ▲ 청년 제대 군인 직업훈련원 무료수강 지원 ▲ 21개 혁신성장 클러스터 권역별 창업생태계 조성 ▲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의 고용보험료 지원 ▲ 주 4.5일 근무제와 중소기업, 공공부문의 언택트 근무 확산 및 지원 체계 마련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 긴급경영안정특별보증 2조 원 지급 ▲소상공인 무이자대출 1인당 5천만 원 ▲ 소상공인 임대료 30% 감면, 임대업자에게 15% 시비 지원 ▲소상공인 사업장 스마트화를 위한 청년 디지털지원단과 생활서비스 플랫폼 구축 지원 등의 정책을 내세웠다.

노동계에선 한국노총 산하 일부 산별연맹이 박 후보를 지지후보로 선언하고 정책협약식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박영선 후보가 과연 노동친화적 시장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크다. 최근 해고 노동자들이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농성을 벌이며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한 정부 여당 차원의 해결을 촉구한 일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5개 사업장의 노동자들로 이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서 배제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부당하게 정리해고를 당해 1년 넘게 거리에서 투쟁 중이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할 것’이라며 관련 상임위 의원들과 해당 노동자들의 면담 자리를 마련하고, 과제별 담당 의원을 지정해 정부 부처와 사측의 문제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자들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법적 투쟁을 비롯한 온갖 투쟁에 나서도 꿈쩍도 안 했던 사업장들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당의 ‘노력한다’는 답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출처: 국민의힘]

한편 오세훈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업 및 성장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규제프리’를 외치고 있다. 오 후보의 일자리와 노동정책은 종합적이기보다 여러 정책에서 부분적으로만 존재했다. ‘서울 대개조, 뉴서울 플랜’으로, ‘코로나 위기 대응’ 정책으로, ‘그물망 복지’ 정책으로 쪼개져 있어 한눈에 일자리와 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오세훈 후보의 일자리 및 노동 정책은 청년과 여성에 국한된다. 지난 4월 1일 한국노총을 방문했을 때 오 후보가 “힘들어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하며 취약 계층의 노동자만을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오 후보의 여성과 청년을 위한 일자리 정책은 복지 정책으로 다뤄진다. 청년 정책으로는 청년취업사관학교를 설립해 취업을 돕겠다는 것이고, 여성 정책으로는 비대면 탄력근무를 지원하면서 경력단절여성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 후보는 5대 공약 중 하나로 청년 정책을 넣은 만큼 청년 취업과 관련한 정책들을 강조했다. ▲ 4차산업형 청년취업사관학교 설립 ▲ 취업 및 창업 특강 라이브 제공 ▲주거 및 창업 지원 정보 등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제공 등이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됐다. 취약층을 위해서는 희망플러스 통장(저축액 2배+ 이자 지급) 2배 확대, 체불임금·하도급 불공정 신고센터 활성화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지지하고 있는 송명숙 후보(진보당)는 노동 정책에 있어서 ‘노동 차별 해소’를 앞세웠다. 구체적으로는 ▲ 해고와 과로사 없는 서울, 서울형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 ▲ 공공부문 민간위탁 폐지, 직고용 일자리 창출, 노동부시장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송 후보는 청년 노동자를 위한 공약을 따로 내기도 했다. ▲ 무주택자 청년들 모두에게 양도증여가 불가한 공공임대주택 개념의 집 사용권 부여 ▲ 청년 취준생을 위한 이직준비급여 제공 ▲ 고졸노동자 지원 ▲ 국내 최초 서울시 청년스트레스센터 건립 ▲ 청소년 노동자 처우개선과 지원을 위한 조례제정 등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30일 담화에서 “4.7 보궐선거는 하반기 사회대전환을 위한 총파업 투쟁과 떨어질 수 없다”라며 “보궐선거 이후 현장대장정을 통해 조합원 동지들을 만나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성사시키겠다”라고 송 후보 지지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1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총파업 의제로 △재난시기 해고금지·기간산업 국유화 △재난생계소득 지급 △비정규직 철폐·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노동법 전면개정 △국방예산 삭감,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 등을 설정했다.

여성정책, 주요 후보 모두 ‘정책 재탕’ ‘여성 시각 협소하다’ 비판받아

박영선 후보의 일자리 정책과 돌봄 지원 정책에서 여성 정책을 포함했다. 박 후보는 여성 부시장제 도입과 여성을 위한 AI+IoT 안심존 구축, 스마트 안심호출기 지급 확대 등을 발표했다. 또 여성 노동자들 대상 정책으로는 ‘경력단절 후 지원’에서 ‘경력단절 예방’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여성정책을 따로 발표하기도 했다. 내용은 ▲ ‘평등한 조직을 위한 주무관 모임’의 상설 운영 ▲ 서울시 공공기관에서 실시 중인 성별임금공시제의 정착 ▲ 취준생을 위한 ‘예비직장인지원센터’ 신설 ▲ (가)서울시 산하 채용 차별 신고센터 설치 ▲ 우리 동네 키움센터 400개까지 확대, 온마을 돌봄 공동체 구축 ▲안심귀가 스카우트 요원 증원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전담기관 신설 등이다.

박 후보는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첫 여성 해외특파원, 첫 여성 경제부 부장 타이틀을 얻었던 MBC 기자 시절부터 시작해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 첫 여성 법사위원장임을 홍보하고 있다. ‘여성 최초 서울시장’까지 겨누고 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후 당헌까지 고쳐가며 선거에 무리하게 후보를 낸 민주당의 후보인 만큼 여성진영의 지지는 곧잘 모이지 않고 있다.

또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주장한 여성의원들이 거센 비판을 받고 박 후보 선거 캠프에서 하차하는 이슈도 있었다. 3월 18일 고민정, 진선미, 남인순 의원이 일제히 선거캠프에서 하차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전날인 17일 박원순 사건 피해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사과와 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오세훈 후보는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을 앞세워 박영선 후보를 압박하고 있지만 오 후보 역시 적절한 여성정책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오 후보는 5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 설치’를 내세우고 20대~40대 여성의 안전을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종합학대예방센터 △남녀 공용화장실 완전 분리 추진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GPS 장착 카드택시 이용 시 보호자 휴대폰으로 승객 승하차 정보 전송 및 이동 경로 실시간 확인 서비스 △시장 직속 '1인 가구 보호특별대책 본부' 설치 등이다.

오 후보의 이러한 여성 공약은 단순하게 여성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축소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안심귀가 스카우트 요원 증원과 같은 공약을 낸 박영선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3월 28일 보궐선거 시민캠페인을 진행하며 “위력 성폭력으로 진행하게 된 보궐선거임에도 성폭력 문제해결과 피해자 일상회복, 성평등 확산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여전히 여성 관련 정책은 여성을 모든 공간에서 안전하고 평등하게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는 시민이 아니라 임신·출산·육아를 하는 ‘모성’ 또는 특정 공간이나 특정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협소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진정으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도 지난 3월 30일 화요논평에서 “박영선 후보의 공약은 이미 수없이 본 듯한 ‘여성폭력 예방팀 신설’, 사후적 대책에 불과한 ‘스마트 안심호출기 지급 확대’ 등의 선언만이 있을 뿐 그 구체적 계획은 전무하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오세훈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 ‘종합학대예방센터’, ‘무관용 원칙’, ‘고위직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 등의 공약은 지금껏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쏟아져 나왔지만 실행되지 않은 대책들과 다름이 없다”라며 “CCTV 등의 안전장치를 확대하겠다는 공약 또한 여성의 전 생애주기와 생활 환경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없으며, 기존 서울시의 ‘여성 안심 정책’을 되풀이한 정책에 불과하다”라며 지적했다.

한편 신지혜 후보(기본소득당), 오태양 후보(미래당), 김진아 후보(여성의당), 송명숙 후보, 신지예 후보(무소속) 등 다른 페미니스트 시장 후보들은 주요 정책에 ‘성평등’ 과제를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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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할 것’이라며 관련 상임위 의원들과 해당 노동자들의 면담 자리를 마련하고, 과제별 담당 의원을 지정해 정부 부처와 사측의 문제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자들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법적 투쟁을 비롯한 온갖 투쟁에 나서도 꿈쩍도 안 했던 사업장들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당의 ‘노력한다’는 답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