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페미니즘 때문일까?

[리아의 서랍]


2017년 2월 16일,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이 말했다. “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곧 ‘성평등한 세상’임을 밝혔고, 수많은 안티 페미니스트 유권자들은 도탄에 빠져 인터넷 게시판을 배회했다. 어떻게… 어떻게 대선 후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겁도 없이 여성을 남성과 평등 하게 대하자고 제안하다니… 여자는 생수통도 못 드는데… 군대도 안 가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문재인은 3개월 후 2위 후보와 큰 격차를 벌리며 압승해 대통령이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쉽게 증오의 표적이 되는 페미니즘의 위상은 별로 달라진 바가 없다. 페미니즘 때문에 표를 안 줄 사람은 그때도 안 줬다. 페미니즘 단일의제만으로 움직이는 표가 대체 몇 표나 될까? 페미니즘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군소 정당 후보는 번번이 낙선하지만, 문재인은 아직 대통령이고 페미니스트가 아닌데도 여전히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다. 페미니즘은 단 한 번도 누군가의 당락을 결정할 만한 주요 의제가 되어본 적이 없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에 안티 페미 정서가 핵심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처럼 분석하는 주장이 황당한 이유다.

오히려 진정한 안티 페미니스트라면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줘야하는 상황이었다. 박원순 전 시장이 동료 서울 시민이자 여성 노동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다음 날부터 페미니스트들이 무슨 꼴을 봐야 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라.

시장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정당하게 절차를 밟아 성추행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피해자만 혼자 현실에 남아 부당한 괴롭힘에 맞서는 상황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원순 감싸기에 급급했을 뿐 이 황당한 사태에 조금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했다. 서울 곳곳에 “故 박원순 시장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장례식이 진행됐다. 5일 동안이나. 빈소로 문재인 대통령의 근조화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페미니스트인 나는 피해자를 향한 확고한 적의를 느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헌까지 개정해 가며 기어이 후보를 내준 덕분에 피해자는 해당 후보자가 없었다면 듣지 않아도 되었을 모욕까지 추가로 들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들은 꾸준히 피해자를 공격했고, 당은 이를 방조했다. 공허한 사과문이 박영선 후보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됐다. 피해 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인정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도 없는 짧은 글이었다. 후보의 대표 공약 중 여성 관련 공약의 존재감은 매우 희박했으며, 후보는 성평등 의제에 침묵하는 것을 유세 전략으로 삼았다.

페미니즘 때문에 표를 잃었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페미니즘 비슷한 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까지 오는 과정 그 어디에 페미니즘이 있어서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반발을 샀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민주당이 그동안 펼쳐 왔던 여성 우대 정책이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여성에게만 불공정하게 특혜를 준 정책이 남성 유권자의 반발을 불렀다고 하는데, 사실 이 주장을 처음 접했을 땐 조금 설레기도 했다는 점을 고백한다. 여성 관련 정책들을 들춰 보며 혹시 나도 모르게 우대 받고 있었을까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결국 내 기대를 충족하는 희소식을 찾지 못했다. 정책 내용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정책 대상-여성의 삶은 설레는 기분을 빠르게 가라앉혔다. 많은 여성정책이 여성 대상 폭력 때문에 만들어 졌다. 폭력과 관계없는 정책도 암울하긴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서, 가점 부과제도나 할당제의 존재가 뜻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한국 노동시장에는 같은 스펙, 같은 회사, 같은 직무일 때도 여성에게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책정하거나 고용에 있어서 근거 없는 불이익을 주는 경향이 존재한다. 여성은 아이를 낳고 가정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 노동자는 승진을 비롯한 여러 기회에서 배제되기 쉽다.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 대표는 남성 대표보다 적은 투자를 받는다. 여성이 진출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분야는 한정돼 있는데, 이공계를 비롯해 여성의 수가 적은 분야에서는 새로운 여성 인재가 유입되기도, 유입된 여성 인재가 성장하기도 어렵기에 현상만 놓고 보면 마치 그 한정된 자리가 자연스러운 여성의 자리인 것처럼 믿어진다. 차별과 배제를 완화하는 제도의 개입이 필요하다.

기존에 있었던 구조적 불평등을 보정하고자 생겨난 정책의 속성은 ‘우대’가 아니라 ‘공정’ 이다. 여성, 빈곤, 장애 등의 교차 지점을 지나며 덜 가진 쪽에 많이, 많이 가진 쪽에 덜 채우는 분배는 가진 것이 적은 쪽에 ‘특혜’를 주고자 하는 게 아니다. 만약 누군가 이런 종류의 정책에 반발한다면, 반발하게 내버려 두거나 설득해 내야 한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인이 하는 일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즘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한 게 맞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어쩔 것인가? 이제부터 성차별 같은 걸 한번 대놓고 해보겠다는 건가? 물론 페미니즘에서 멀어지고 싶은 감각을 모르는 건 아니다. 여자들이 감히 고분고분한 맛도 없이 성폭력 하지 말라는 소리나 해대면서 이거 잘못했다 저거 잘못했다 귀찮게 굴면 좋은 마음으로 잘해주려 했다가도 싫어지는 법이니까. 하하!

2021년 4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임 시장 재직시절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정식으로 사과했다. 거의 완벽한 사과문이었다. 사건 발생 당시 서울시가 했던 잘못을 정확히 짚었고, 피해자의 업무 복귀 문제도 구체적으로 다뤘으며,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근본 원인인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의지까지 보였다. 나는 오세훈의 정치를 끔찍하다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오세훈보다 못한 민주당 탓에 꼼짝없이 오세훈에게 박수를 보내게 돼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 앞에 수치를 알았으면 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쪽이 누구였는지 똑바로 복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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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그네친구 윤지선

    이게 뭔 소리야ㅋㅋㅋㅋ페미니즘이 공정? 그래서 여자는 군대도 안 가는데 군가산점까지 없애버렸나? 여자한테 특혜주고 남자를 사회적 약자로 만들었는데 여전히 남자가 집을 해오지 않으면 능력없다고 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ㅋㅋ이게 공정이냐? 남성혐오를 도대체 어디까지 할 생각이냐 적당히 좀 해라 제발

  • 문경락

    더 봐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성 차별없이 일하고 싶다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말하는 것일뿐입니다................늘 건강하시길.....

  • ㅇㅎ

    우아 정말 너무 시원하네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 ㅇㅇ

    페미니즘은 말만 번지르르한 성차별주의다

  • 만두내놔

    좋은 글이네요...^^ 건필하시길 .. ..

  • 나비

    여성혐오? 요즘은 남자들이 더 힘들고 더 차별받고 있지 않나? 자살율도 여자보다 남자가 2배이상 높잖아
    그만큼 남자가 살기 힘들다는 거야 이 나라가.
    여자보다 남자를 챙겨주는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 오행곤

    소수 권력자들이 다수의 서민들을 지배하는 방법은 분열. 남녀 갈등 유발 분위기 조성(일베, 메갈) → 민주당내 가짜 페미들이 들어가 분탕질 → 젊은 남자 유권자들 민주당에 등돌림 → 사쿠라당 압승 및 영구 집권. "네 이웃에 대해 거짓 증언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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