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랑 삽니다

[유하네 농담農談] 벌레가 살아야 사람도 삽니다

  벌레가 다 먹은 양배추 [출처: 이꽃맘]

넘치고 넘치는 벌레 이야기

“어, 쟤 왜 저래?” 기다란 호스를 들고 밭에 물을 대던 유하파파가 놀랍니다. 잘 크던 양배추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푸르던 잎이 줄기만 남은 채 그물이 돼 있었습니다. 연둣빛 애벌레 작품입니다. 유하파파가 젓가락과 종이컵을 들고 애벌레를 한 마리 한 마리 잡습니다. 옆에 있던 파에는 까만 파 벌레가 가득하네요.

오늘은 총각무를 뽑습니다. 퇴비가 부족해서인지 손가락 굵기 정도로 자란 총각무가 아쉽지만, 남김없이 뽑습니다. 풀 사이 총각무를 뽑으니 꼬랑지가 붙은 노린재가 우두둑 떨어집니다. 온몸이 반들반들 보석 같은 딱정벌레도 있습니다. 열심히 총각무 이파리를 먹고 있었나 봅니다. 툭툭 털어내고 총각무를 뽑습니다.

앵두나무에 앵두가 잔뜩 열렸습니다. 봄날 같지 않은 낮은 온도에 꽃이 금방 졌는데도 유하·세하가 먹을 만한 앵두가 달렸습니다. 빨간 앵두를 따던 유하가 “여기도 있네”라고 합니다. 머리가 주황색인 매미나방 애벌레입니다. 앵두나무 옆 블루베리에도 있습니다. “이러다 블루베리 잎도 다 먹겠다.” 유하는 아빠가 쓰던 나무젓가락으로 애벌레를 잡아 통에 모아 멀리 던집니다.

잦은 비에 풀이 쑥쑥 자랍니다. 유하엄마는 ‘최애템’ 낫 호미를 들고 밭에 앉습니다. 낫 호미로 땅을 긁으면 풀뿌리가 뚝뚝 끊깁니다. 열심히 풀을 베어 눕히다 깜짝 놀랍니다. 흙 속을 기던 커다란 지렁이가 낫에 걸려 올라옵니다. 옛날 같으면 으악 소리를 질렀을 텐데 무덤덤하게 지렁이를 다시 땅에 놓아둡니다. 놀란 지렁이는 얼른 흙을 파고 들어갑니다. 비가 자주 오니 밭에 지렁이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햇볕이 따가운 날 유하엄마는 빨래를 탁탁 털어 넙니다. 시골살이 즐거움 중 하나는 빨래입니다. 뜨거운 햇살에 뽀송뽀송 마른 빨래를 걷어 옵니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빨래를 개기 시작하는데 뭔가 다리를 팍 쏩니다. 으악 소리를 지르고 보니 벌 한 마리가 빨래를 따라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쉬고 있는 벌을 건드리니 침을 꺼내든 겁니다. 벌에 쏘여본 사람만 아는 고통! 영문도 모를 벌에게 한바탕 욕을 퍼부은 후 휴지로 싸서 밖에 놓아줍니다.

유하는 여름이면 방아깨비를 잡습니다. 다른 벌레는 안 좋아하면서 방아깨비는 좋아합니다. 유하가 좋아하는 민트빛에 가까운 연두색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친구들이 오면 얼른 밭에 들어가 방아깨비를 잡아 옵니다. 뒷다리를 잡으면 방아깨비는 신나게 방아를 찧습니다. 방아깨비의 재롱에 유하와 친구들은 한바탕 웃습니다.

  대추꽃에 날아든 꿀벌 [출처: 이꽃맘]

나비다! 하얀 나비가 납니다. 주황색에 검은색 무늬가 있는 나비도 납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나비도 납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놀러 오는 도현이가 한쪽에 놓여있던 잠자리채를 들고 뜁니다. “나비 잡아도 돼요?” 하고 묻습니다. “그럼. 싹 다 잡아줘.” 나비 애벌레들에 양배추를 빼앗긴 유하파파가 응원을 보냅니다. 동갑내기 친구 세하와 도현이가 잠자리채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뜁니다. “잡았다!” 도현이가 들고 온 잠자리채에 하얀 나비 두 마리가 들어있습니다.

학교를 다녀온 유하·세하가 보랏빛으로 익어가는 블루베리를 따 먹겠다고 풀밭으로 들어갑니다. 유하엄마는 얼른 진드기 퇴치제를 들고 나섭니다. 진드기에 물려 죽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면사무소에서 나눠준 약입니다. “자, 뒤로 도세요. 다시 앞으로 도세요.” 진드기가 싫어한다는 약을 온몸에 칙칙 뿌린 유하·세하가 다시 달려갑니다. 한참을 놀고 목욕을 하려는데 세하 몸에 진드기 한 마리가 붙어있습니다. “에잇 나쁜 것!” 유하엄마는 손톱 사이에 진드기를 넣고 툭 터트립니다.

대추꽃이 폈습니다. 연둣빛 작은 꽃입니다. 저 작은 꽃에서 어찌 대추가 열릴까 싶을 만큼 작습니다. 작은 대추꽃에 벌이 날아듭니다.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는 꿀벌. 지난해엔 역대 최고로 긴 장마 때문에 벌들이 다 굶어 죽었다지요. 벌들이 날지 못하니 대추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작은 꿀벌이 너무 반갑습니다. “벌들 응원가라도 만들어서 불러줘야겠다”고 하니 유하파파가 “벌 날아든다~ 벌 날아든다~” 노래를 부릅니다.

저녁을 먹은 후 물이 떨어지자 유하파파가 깜깜한 어둠을 뚫고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웁니다. 주전자를 올리고 물을 끓입니다. 유하파파가 심심하지 않게 옆에 앉아 라디오를 틀어줍니다. 잔잔한 노랫소리가 어둠을 타고 울려 퍼집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입니다. “저기 봐 반짝반짝 반딧불이다.” 유하파파의 손끝을 따라가자 불빛이 보입니다. 가로등 하나 없이 깜깜한 밤에 반딧불이가 춤을 춥니다. 반짝반짝 참 예쁩니다.

싫으나 좋으나 벌레랑 삽니다

목욕을 하던 세하가 말합니다. “엄마! 벌레가 죽으면 우리도 죽어?” 묻습니다. “그럴 거야. 벌레도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마시고 우리가 먹는 물을 먹고 우리가 먹는 식물이 자라는 흙을 먹으며 사니 벌레가 죽으면 사람들도 살기 힘들 거야. 그니까 벌레 무서워하지 말고 같이 사는 친구려니 해” 합니다.

또 비가 오려는지 개미가 줄을 지어 갑니다. 유하·세하는 “어디로 가는지 보자”라며 따라갑니다. “엄마! 여기가 개미집인가 봐.” 개미가 밭 중간에 집을 지었나 봅니다. 개미가 집을 지으려고 땅을 파니 땅이 부드러워집니다. 오늘도 유하네 집에는 거미가 줄을 치고, 벌이 집을 짓습니다. 나방이 날아오다 거미줄에 걸립니다. 창문 방충망에는 장수풍뎅이가 기어오르고 밭 속에서 메뚜기가 뛰어오릅니다. 유하네는 벌레랑 함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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