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화재사건 그 후, “쿠팡은 변하지 않았다”

[이슈①]

차례

① 6월 17일 화재사건 그 후, “쿠팡은 변하지 않았다”
② ‘2급 발암물질 노동’, 쿠팡 물류센터 야간조 체험기
③ 쿠팡이 쏘아 올린 ‘빠른배송’, 건강권 시계 거꾸로 돌렸다

갈아 만든 로켓배송, 비정규직 함량 97.5%

“과거 경제성장기 삼성과 현대처럼 최근 쿠팡이 유일하게 고용을 동반한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채용과 투자를 통해 양질의 근로환경을 만들어 내겠다.”

쿠팡은 지난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고용 규모 3위를 차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쿠팡은 물류센터의 97.5%와 배송 분야의 90%를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웠다. 쿠팡의 ‘빠른배송’ 정책으로 이들은 누구보다 빨리 일을 하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한다. 구직에 어려움을 겪다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으로 일하게 된 노동자들은 “쿠팡이 좋은 회사는 아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언제든지 일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허리를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처럼 ‘빨리’ 일하다 발생한 일이었다. 회사는 그에게 “‘공상 처리’를 하면 산재 신청을 했을 때보다 더 많은 치료비용을 주겠다”라고 했다. 쿠팡은 과거에도 산재를 당한 계약직 노동자에게 “공상 처리하면 재계약 시켜주겠다”라고 요구한 바 있었다.

지난해 쿠팡의 산재 승인 건수는 224건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쿠팡이 그동안 산재 신청을 막아온 것을 감안하면, 산업재해 발생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 설명한다.

90% 이상의 비정규직을 갈아 만든 로켓배송과 배송 경쟁에 뛰어든 택배 및 마트 업계. 질 나쁜 ‘야간노동’이 확산하고 있다.


[출처: 쿠팡]

지난 6월 17일 새벽,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야간조로 일하던 노동자 248명이 긴급 대피하면서 인명사고는 피했지만,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한 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화재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평소 화재 경보음이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스프링클러가 사고 당시 꺼져 있어 작동이 지연됐다. 노동자들은 안전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이번 사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그동안 노동조합은 물류센터 화재 위험과 노동자 안전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왔다.

그렇다면 6월 17일 화재 발생 이후, 쿠팡 물류센터 현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화재에 대비한 행동 요령 및 각종 안전 관련 교육은 제대로 실시되고 있을까.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조건을 점검하기 위해 꾸려진 모니터링단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여전히 안전 교육은 허술하고,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이 잦으며, 노동강도가 높은 ‘위험한 사업장’이라는 것이다. 《워커스》는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며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한 송석준, 박시현, 김동석(가명) 씨로부터 현재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Check 1. 담당 공정 및 업무

송석준 하루는 인천 4센터 IB(입고)에서 박스 조립을 했고, 다른 날은 OB(출고)에서 상품을 카트에 담아 컨베이어벨트에 실어 보내는 작업을 했다. 원래 IB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당일 일방적으로 업무 변경을 통보했다. 주간조로 점심시간 포함 각 8시간씩 일했다.

박시현 고양 1센터 HUB(허브)에서 근무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내려오는 물건 담는 ‘토트(상자)’들을 모아 랩핑하는 작업을 했다. 야간조로오후6시에출근해다음날새벽 4시까지 일했다.

김동석 고양 1센터 OB(출고) 파트에서 근무했다. 주간조로 8시에 출근해 6시까지 일했다. 1센터에는 11개 포장라인 중 7개가 가동되고 있었다. 포장라인 7명 중 대부분이 중년 여성들이었다. 나는 컨베이어에서 내려오는 물건이 담긴 ‘토트’를 포장라인까지 옮기는 작업을 했다.


Check 2.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후 현장 변화

송석준 그렇게 큰 불이 났는데 안전교육에 화재 관련 교육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의아했다. OB 공정에서 일하던 8월 10일, 현장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조금 있다가 경보기가 오작동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 시간 동안 별일 아니라는 듯 작업이 계속 이뤄졌다. 심지어 화재경보기 소리가 너무 작아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았다.

김동석 아직도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첫날 안전 교육을 받았는데, 많은 부분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현장이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쿠팡 노조 관계자에게 듣기로는 여전히 평일에는 지원자가 많아서 일용직의 경우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Check 3. 화재 발생 시 대피 동선 및 행동 요령 등 안전교육 여부

송석준 전혀 없었다. 비상등과 바닥에 안내 스티커가 있긴 하지만 물류센터가 생각보다 넓고 구조가 복잡해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박시현 화재 이후 대피 교육을 상세하게 해줄 줄 알았는데 1초 정도 슬라이드로 건물 지도를 보여준 것이 다여서 굉장히 놀랐다. 제대로 숙지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건물 구조가 복잡해 처음 출근한 사람은 대피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김동석 안전 교육 시간에 비상 대피로나 비상시 행동 요령 등에 대해 듣고 싶었다. 하지만 관리자는 관련 PPT를 띄우고 설명도 없이 5초 만에 넘겼다. 건물 내부 구조를 알지 못해 점심을 먹으러 갈 때 헤매기도 했다. 두 번이나 막다른 길을 마주쳤다. 공사를 하고 있어 막아둔 곳이었는데, 만약 화재 상황이라면 정말 아찔했을 것 같다.


Check 4. 사고 및 직업병 예방 등을 위한 안전교육 실시 여부

송석준 형식적이었다. 관리자가 영상을 틀어주는 방식이었는데, 첫째 날은 그마저도 다 보지 못했다. 장비 사용 시 주의할 점이나 작업자와의 거리 두기, 손 소독제 사용하기 같은 내용이었다. 두 번째 날에는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는데, 근로안전보건법이나 폭염 대처, 산업재해,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서로 조심하자는 수준의 모호한 내용이어서 기억에 잘 남지 않았다.

김동석 첫날 1시간 30분 정도의 교육이 끝이다. 굉장히 대충 알려주고 넘어간다. PPT를 찾지 못해서 30분이 지체되기도 했다.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자료는 읽어볼 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오히려 함께 일하는 분들이 허리를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강조해줬다. 허리를 다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도 얘기해줬다.

박시현 지게차 위를 넘어 다니지 말라는 주의 사항이나 발판 사용법, 무거운 물건을 드는 방법 등 몇 가지 포인트만 얘기해줬다. 법적 권리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고, 폭염이나 야간작업에 대한 안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Check 5. 휴게시간

송석준 OB 공정에서는 화장실도 못 가고 계속 일했다. 따로 쉬는 시간이 없다. 업무가 끝나기 5분 전에 장갑을 벗고 얼음물을 마시고 있는데, 관리자가 와서 빨리 일하라고 하더라. 내내 일했는데 5분도 못 쉬냐 했더니 점심시간 1시간 주지 않았느냐고 했다. 너무 화가 나서 적당히 하라고 했더니 시말서를 쓰도록 했다.

김동석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점심시간 1시간 외에 휴게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물류센터의 폭염문제가 주목받은 적이 있는데, 휴게시간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한 시간에 5분이라도 주어졌다면 처음부터 완전히 지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관리자들은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라고 이야기하는데, 현장 상황이 따라주질 않는다. 마감이 다가올수록 관리자들이 조급해하는 게 보인다. 수시로 와서 검사하고 마감을 독촉한다.

박시현 야참 시간 1시간 이외에 따로 휴식시간이 없었다. 노동강도가 굉장히 셌지만, 컨베이어벨트가 계속 돌아가기 때문에 작업을 멈출 수 없었다. 눈치를 봐가며 쉴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잠깐 자리를 비워도 물건들이 통로에 쌓이기 때문에 위험했다.


Check6. 가장 힘들었던 점

송석준 카트를 끌고 다니며 상품 바코드를 찍고 토트에 담아 컨베이어에 보내는 작업을 했다. GPS 기능이 있는 바코드기기를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관리자가 작업량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교육시간에 혹시 바코드기기로 감시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 알 수 있다고 했다. 작업이 더뎌지거나 바코드를 잘못 찍으면 관리자가 와서 제재를 가하는 식이었다. 감시당한다는 압박감에 화장실도 가기 어려웠다.

김동석 마치 축구를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하는 것 같았다. 평균 남성보다 체력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일한 지 얼마 안 돼 팔과 다리에 힘이 풀렸다. 물건을 안정적으로 잡기 힘들었다. 근골격계 질환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일단 라인에 서 있으면 컨베이어벨트가 사람을 놔주지 않는다. 자리를 조금만 비워도 토트가 쏟아지고 아수라장이 될 것이 분명했다. 사실상 노동강도는 토트 무게에 따라 결정된다. 관리자들이 가끔 무게를 재는데 평균 13kg정도가 나온다. 무거운 제품은 22kg에 달하기도 했다. 고양이 사료가 그렇게 무거운 것인 줄 처음 알았다. 묶음 판매되는 섬유유연제나 식용유 같은 것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토트에 적재할 수 있는 최대 무게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박시현 무거운 것을 계속 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휴게시간도 없고 인력도 모자라 노동 강도가 높았다. 중간에 결원이 생길 경우, 인력 충원을 하지 않고 담당 라인을 늘려버린다. 폭염이었지만 선풍기 말고 다른 냉방 시스템이 없었다.


Check7. 임금 및 근로조건에 관한 총평

김동석 일당으로 8만2000원을 벌었다. 최저시급 수준과 비슷하다. 노동강도에 비해 굉장히 적은 돈이었다. 쿠팡이 굉장히 싼 값에 사람을 부려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할 수 없는 근로조건을 만들어 놓고, 사람을 소모품처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송석준 하루 일당으로 8만2180원에 인센티브 3만 원을 받았다. 일을 하며 느낀 것은, 쿠팡의 업무 체계가 효율적이거나 혁신적인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을 갈아 넣으면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다른 사람이 카트를 끌고 뛰어다니는 것을 보며 눈물이 났다. 앞으로 택배를 어떻게 시키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시현 인센티브는 없었고 10만8000원을 받았다. 노동강도가 워낙 세 지속적으로 만근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돈을 받으며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휴게시간과 냉방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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