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당, 정치활동 자유 막는 정당법 ‘위헌 심판’ 촉구

“미등록정당에 ‘당’ 명칭 금지한 정당법, 정당 설립 자유 보장한 헌법에 위배”

지난해 총선을 앞둔 시기,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중앙선관위원회로부터 정당으로 표현된 일체의 표현물을 삭제하고 ‘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공문을 받았다. 중앙선관위는 ‘정당법’ 위반을 근거로 들었는데, 등록 정당이 아닌데 명칭에 ‘당’자를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은 “정당법상의 과도하고 불필요한 등록요건과 절차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설립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중앙선관위의 조치를 ‘부당한 명령’으로 간주하고 거부했다. 변혁당이 불복하자 정당법에 따라 김태연 당시 대표가 기소돼 올해 1월부터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변혁당은 정당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과도한 등록 요건을 요구하는 현행 정당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지난 3월 재판부에 위헌법률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난 7월 29일 재판부는 이를 수용해 변혁당이 문제제기한 정당법 조항들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따라 정당법 제41조 제1항, 제4조, 제17조, 제18조가 위헌 여부 판단을 받게 된다.


변혁당은 15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가 정당법의 독소 조항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당법을 비롯해 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의 독소조항 철폐를 위해 싸워온 제정당 및 사회단체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변혁당은 기자회견에서 현행 정당법의 독소 조항을 꼼꼼하게 지적했다. ‘정당은 중앙당이 중앙선관위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한다’는 정당법 제4조와 ‘시·도당은 1천인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 제18조가 ‘정당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밝힌 헌법 제8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변혁당은 “선관위에 등록해야만 정당으로 인정되고, 엄격한 등록조건을 요구하는 법조항은 말로만 등록제이지 실제로는 허가제와 다름 없어 ‘정당 설립의 자유’라는 헌법 정신과 정면 충돌한다”라며 “아직 법적 등록요건을 충분히 마련할 수 없는 소수정당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한편 지역정당이나 서울에 중앙당을 두지 않는 정당 활동을 가로막아 헌법에 보장된 ‘복수정당제 보장’을 침해한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등록정당이 아니면 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정당법 제41조와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을 밝힌 제59조에 대해 “보수 거대 정당의 비례위성정당은 합법으로 인정하면서도 소수자의 목소리는 불법이라며 봉쇄하고 있다”라며 “정당 등록 요건 조항이 위헌일 경우 유사명칭 사용금지 및 이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 역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연 변혁당 전 대표는 “변혁당은 창당 이후 5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고통받는 노동자 민중들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재벌체제 해체, 자본주의 철폐를 외쳤고 그 과정에서 재야 정당과 사회단체들과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 등을 함께한 명실상부한 정당이다”라며 “앞으로 변혁당은 사회주의 강령과 소수자 정치 활동을 막는 정당법과 정당 등록 제도 자체를 분쇄하기 위해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김상은 변호사(새날법률사무소)는 “1963년 생긴 최초의 정당법은 전국 지역구 중 1/3 이상의 지역구를 가진 당만이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당시 지역구는 120개였는데, 혁신정당이 최대로 가졌던 지역구가 39개였다”라며 “정당법 자체의 태동부터 소수정당, 진보정당을 배제하는 데 입법목적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정당법의 문제가 확인된다며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일정한 등록요건을 갖춘 정당만이 활동하게 하는 나라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과 프랑스는 정당 관련 법률이나 정당등록제도를 아예 두고 있지 않다. 영국의 경우 등록제도가 있고, 등록 요건으로 중앙조직과 회계부서를 갖추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법정 당원수, 지역분포와 같은 정당성립 요건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또 김 변호사는 “앞서 사회당의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헌재는 정당의 등록 요건을 명시한 조항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며, 군소정당 난립과 지역정당을 배제하려는 취지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했는데 다수 세력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군소정당과 지역정당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입법목적으로 인정될 수 없고, 같은 판결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군소정당, 사회단체도 정당법 규탄 나서

현린 노동당 대표도 연대발언에 나섰다. 현 대표는 “한국 정당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라며 “민주주의 꽃을 선거라고 하는데 국민들이 직접 선출해 뽑은 국회의원들을 국민의 십중팔구가 신뢰하지 않고있다. 줄기라 할 수 있는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정치활동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활동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현 대표는 “결국 한국 정당 정치 생태계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현재 국가는 정당 활동을 보장하지는 못할 망정 등록하지 않았다고 정당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해산까지 요구한다”라며 “헌재는 이러한 정당법의 문제를 충분히 듣고, 적극적인 위헌 심사에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도 과거 녹색당이 당명을 사용할 수 없게 돼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을 언급하며 소수 정당의 정치적 결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2년 3월 창당한 녹색당은 그해 4월 총선에서 득표율 2%를 미달해 정당등록이 취소되고, ‘녹색당’ 당명도 사용도 금지됐다. 이에 그해 5월 행정법원에 정당등록취소처분 취소소송과, 명칭사용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결국 헌재는 2014년 해당 정당법 조항을 위헌 결정했다.

김 공동대표는 “정당법이 규제 위주로 발달해 정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일단 정당 가입 요건도 선거권이 있는 자로 정해 청소년이 가입할 명확한 근거도 없다. 정치는 특정한 나이와 조건을 갖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선거 기간 비례대표가 마이크를 사용한 연설을 할 수 없는 것과 후보자 명의로 선거 90일 전부터 기고를 보도해선 안 된다는 조항도 모두 문제가 있다. 돈 안 드는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방문도 선진국에선 일반적으로 허용하지만 한국은 안 된다”라며 선거법 문제도 지적했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탈시설장애인당’에 대한 탄압 사례를 들어 정당법 문제를 비판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탈시설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 등이 가짜 서울시장 후보 11명을 구성해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변혁당처럼 선관위의 제재를 당했다.

변 정책국장은 “당시 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직원들을 만나 ‘새마을식당’ ‘명동성당’ ‘숭구리당당’도 정당으로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선관위에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 장애인들이 정책을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것은 탄압하면서, 새마을식당 직원들이 마케팅하는 건 정당법 위반이라 말하지 않나. 숭구리당당 숭당당 노래부르는 것은 왜 형사처벌을 받지 않나. 이해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고, 코로나는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들은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할 자유가 있다. 그저께 다시 탈시설장애인당을 시작했다. 아마 선관위에선 다시 저희에게 공문을 보내겠지만, 굴하지 않겠다”라며 “정당이라는 이름이 온실 속 화초처럼 누구도 건들지 말아야 하고, 아주 고귀하게 여겨지는 사회는 가짜고, 함께 정치 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외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변혁당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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