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내 노조탄압은 닮았다…쉽게 깨지는 합의와 복수노조

파리바게뜨, 던킨, SPL에서도 민주노조 탄압 이어져

  23일 SPC삼립 세종공장 앞에서 노조파괴 규탄! 부당해고 철회! SPC 투쟁승리를 위한 화물연대본부 확대간부 결의대회가 열렸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지난 2일 광주지역을 시작으로 15일 전국 SPC 사업장으로 확대한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SPC그룹은 계약해지,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조합원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이 노조 간 이권다툼이라는 ‘소문’까지 번지면서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가려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동안 SPC그룹이 복수노조를 이용해 노조파괴를 시도해온 전례들이 있어,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노노갈등 프레임도 그동안 복수노조를 앞세워 노조파괴에 나섰던 사측의 공작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파업의 발단이 된 광주 지역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증차를 통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왔다. 광주SPC는 10년 전과 비교해 물량이 두 배 이상 늘었지만, 화물노동자의 숫자는 그대로 유지돼 업무강도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후 진행된 교섭에서 SPC가 차량 2대를 증차하기로 했으나, SPC는 노선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증차를 미뤘다. 대표 운송사까지 나서 중재안을 제시하고, 화물연대도 다시 한번 양보해 이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SPC는 이 안마저 거절했다.

박귀란 화물연대본부 정책국장은 “그동안 SPC는 노선에 대한 개입을 안 하겠다는 기조를 밝히며 운수사와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운수사에서 내놓은 안을 거부하면서 노선이 효율적이지 않다느니, 한국노총에서 반대하고 있다느니 하는 핑계를 대고 있다. 합리적인 이유라도 있다면 이를 반영해서 노선안을 수정할 수도 있을 텐데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 SPC 사측이 합의 이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중재안마저 거부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사측의 주장대로 이번 사태를 ‘노노갈등’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도, 핵심도 아니다. 사측이 그렇게 비치기를 바라기 때문에 계속 그런 이야기를 흘리는 것이지 실제 현장에서 교류도 있고, 노노갈등이 심각하지도 않다. 본질은 사측의 합의 이행 거부다”라고 덧붙였다.

2019년 7월부터 6개 지역에서 설립된 화물연대본부 소속 SPC지회는 노동조건 개선과 정당한 운임을 요구하며 노조 활동을 펼쳐왔다. SPC가 노조와 약속한 합의사항을 파기하는 것은 올해부터 본격화됐다. 올해에만 광주 지역 증차를 거부한 것을 포함해 네 번의 합의 사항이 파기됐다. 박귀란 정책국장은 “SPC는 합의 파기 근거로 다른 노조의 반대를 들고 있다. 반대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 합의파기의 명분으로 복수노조를 악용하고 있다”라며 노조파괴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리바게뜨, 던킨, SPL까지 그대로 닮았다

한국노총을 핑계로 증차를 거부하고 있는 광주SPC의 사례처럼 SPC그룹 내 다른 사업장에서도 복수노조를 앞세워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투쟁으로 만든 사회적 합의가 대표적인 예다. 합의서는 △자회사 변경 뒤 근로계약서 재작성 △노사 간담회 및 협의체 운영 △체불임금 해결 △부당노동행위자 징계 △본사 직원과 3년 내 동일임금 약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전히 근무시간을 조작하고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하는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회사는 지회의 여러 문제제기에 대해 한국노총을 앞세워 노조끼리 대화하라며 노노갈등을 조장했고, 사회적 합의도 한국노총을 핑계대며 이행하고 있지 않다”라며 지적해왔다.

[출처: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청년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

가장 먼저 불법파견 문제가 터진 파리바게뜨의 경우 정당, 시민단체가 나서고 정부까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온전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중간 관리자의 폭로로 노조 파괴 공작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관리자를 압박하는 동시에 금품을 지급하며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축소를 도모했고, 민주노총을 탈퇴한 이들을 복수노조에 가입시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관리자 중심의 친기업 노조와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해, 노동조합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민주노조를 고사시키는 상황은 2017년 파리바게뜨지회 설립 이후부터 시작돼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화물연대 SPC지회, SPL지회에서, 2020년 설립된 던킨도너츠비알코리아지회에서 모두 복수노조가 노조파괴의 핵심소재로 등장했다. 민주노총 소속의 노조가 생기면 부랴부랴 관리자 중심의 복수노조가 만들어지는 식이었다. 화물연대 SPC지회 역시 설립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되는 것을 지켜봤다.

화물연대 파업 현장, 경찰 폭력 심각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에 SPC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즉각적인 계약해지와 함께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조합원을 압박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조합원 가족의 연락처까지 알아내 조합원이 파업을 접고 현장에 복귀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공권력으로 인한 피해까지 입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전국적으로 47명이 연행되고 21명이 부상당했다. 조합원 1명에 대해서는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집회 중인 노동자를 강제로 해산시키고, 해산 과정에서 쓰러진 조합원들을 ‘현행범’이라고 칭하며 강제로 연행했다. 화물연대는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며 공권력 투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 폭력은 지속되고 있다.

화물연대 서경지역본부 SPC지회 소속 한 조합원은 “오늘 오전만 해도 비가 와서 진 땅에 넘어진 조합원이 경찰에 밟혀 병원에 호송된 일이 있었다. 경찰이 방패를 내세워 막무가내로 밀면 다치지 않고는 도리가 없다.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하고, 넘어져 다리가 밟히기도 한다. 연행자들이 많은데 수갑을 차는 과정에서 손목이며 팔이 완전히 꺾여서 아직까지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경찰의 폭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무리한 해산 시도에 다친 조합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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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쥬얼

    공권력남용 인권유린의 현장이네요 정부가 그래도 되는건가요?

  • 양평촌놈

    저도 파리바게트 빵을 많이 구입해서 먹지요. 그런데 이번 사항은 노조가 너무한다고 생각 합니다.고속도로휴게실 있는데 까지 가서 열로선을 끈어다고 하지요. 지금 자영업자 빵집 제과점도 힘든데 지금 이사태까지 가면 자영업자들 더욱 힘들지요.

  • 조화

    일은 더 많아지는데 계속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다니요
    이건 사측이 개선해야하는것 아닌가요

  • 문경락

    어려운 시기라 모든 일이 상처를 받기 쉽습니다.....환절기 날씨 주의하시어 늘 건강하시길........

  • 노남열

    언론에선 제대로된 보도를 하지않아 보는모든국민이 민주노총노조를 비난하는데 그속은 전혀 그렇지않다. 우리나라는 약자가 항상분리한 상황이란게 안타까울뿐이다.

  • 정남길

    노동자를 향한 차별과 탄압을 중단하라!

  • 김철성

    민노총은 깡패조직보다 더한 사회악

  • 김군

    국민들은 왜 피해를봐야하나

  • 강은상

    민주노총이최대적폐다

  • 이호성

    대체차량 차주한테 시비걸고 차주몰래 차에다가 몹쓸짓은 무슨행동?

  • 이형섭

    집단이기주의가 만든집단

  • 이승호

    화물연대는 깡패조직

  • 올리비아핫세

    노조파괴의 달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