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 선언’에서 ‘기후 총파업’까지

[이슈⑤]

  9월, 전 세계적으로 기후파업이 진행된 가운데, 같은 달 25일 사회변혁노동자당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횡단보도에서 피케팅을 진행했다. [출처: 은혜진 기자]

2019년 9월 한국에선 처음으로 대중적인 기후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가 열렸다. 당시 핵심적인 슬로건은 정부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모든 지방정부에서 기후위기 비상을 선언했고, 정부는 ‘2050 탄소중립선언’과 최근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제는 기후위기를 말하지 않는 사람도, 부정하는 사람도 없다. 정부와 기업도 기후위기를 말하고, 탄소중립을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면, 이제는 기후위기 주범들에게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위기를 만들었던 사회구조, 즉 자본주의 체제를 부수고 넘어서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갈림길에 선 우리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탄소중립 없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이어, 오는 10월 NDC(국가 온실가 감축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11월 COP26(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등을 거치며 확정될 것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이후 구체적인 제도화 절차도 진행된다. 또한 2022년부터는 올해 발표된 ‘그린뉴딜 종합계획’에 따라,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과제들이 시행될 것이다.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 ‘탄소중립 산업 대전환 추진전략’, ‘건설 부문 2050 탄소중립 로드맵’, ‘녹색 유망기술 상용화 로드맵’ 등 20여 개의 계획도 제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의 주요 쟁점도 ‘기후위기’와 ‘불평등’일 가능성이 높다. 기후 위기 대응은 불평등, 공공성, 돌봄 문제 등 계급, 젠더, 생태 문제를 아우르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기후운동 진영은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을 결성하고 기후위기 대응의 전환점과 대중적 확산을 이뤄냈다. 하지만 대안적 정치와 사회의 상을 제시하는 것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주류적인 흐름은 문재인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참여하거나 비판적 지지의 입장 등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대표적 기후 운동단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도 2030년 감축 목표에 대한 입장 외에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입장이나 실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쟁점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나,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여부였다면, 앞으로는 사회경제 체제의 ‘전환 방향’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대중적 실천 조직화’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환의 방향과 경로’를 둘러싸고 산업 전환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의 관심이 증대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 주류 기후 운동의 입장을 비판하는 ‘기후정의 운동’의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급진적이고 체제 변혁적인 기후정의의 관점을 갖고, ‘기후정의 운동’의 동력과 주체를 형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시작으로 ‘기후정의 사회 총파업’ 조직화와 진보적 사회 운동 전체의 실천 행동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주체 형성 과정도 필요하다. 이는 ‘(가칭)기후 정의를 실천하는 노동자·학생·지역 행동’ 결성 혹은 △1인 시위 등 기후행동 참여 △사업장 내 녹색실천 및 녹색 단체협약 및 요구안 마련 △지역과 산업 기후 일자리 요구 등의 주요 사업을 전개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사회총파업을 향해

필자는 지난 7월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치 캠프 ‘내 삶을 바꾸는 시간, 사회주의 24시’에서 2022년 9월 기후정의를 위한 사회 총파업 현실화를 위해 기후정의 동맹을 형성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노동자는 생산을 멈추고, 시민은 소비를 멈추고, 청소년은 등교하지 않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한 행동으로 사회를 멈추자는 것이다.

매년 9월에는 UN 총회가 열린다. 이에 맞춰 전 세계의 사회운동은 각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국제행동을 전개해 왔다. 청소년들의 국제적인 기후 시위도 9월에 개최된다. 2019년 9월에는 한국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집회가 처음 열리기도 했다. 특히 내년은 대선과 지방선거 등을 통해 새로운 정치 권력이 탄생하는 중요한 해다. 이들이 기후정의에 입각한 정책을 내도록 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은 기후정의 운동이 얼마나 대중적으로 형성되는지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의 홍보나 교육 등의 활동을 넘어, 대중적 의지와 요구를 보여주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형성된 기후정의 운동을 시작으로 노동자, 농민, 빈민, 청소년 등이 내년 9월 ‘기후 총파업’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조직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토대로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정부와 ‘그린워싱’ 기업에 맞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본과 국가 등이 차려놓은 협상테이블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진짜 기후위기를 헤쳐 나갈 주체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빠르게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방법이며, 기후정의의 실현과 불평등 철폐, 평등을 향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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