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좌파 대통령·지방 선거 공동투쟁본부 함께하자”

노동당·변혁당·프닉스·참세상연구소·노동전선 “정권 아닌 체제를 바꾸자”

내년 대선과 지방 선거를 앞두고 좌파 정당 및 단체들이 사회주의 정치 운동을 위한 선거 공동 대응을 제안하고 나섰다. 노동자·민중이 ‘사회주의·좌파 대선·지선 공동투쟁본부(공투본)’를 구성해 직접 대선후보 공약을 만들고 후보를 선출하는 등 선거 대응에 나서자는 취지다.

  왼쪽부터 조희주 전국교직원노조 해직교사, 강내희 중앙대 전 교수·좌파문화운동가, 이종회 변혁당 대표, 현린 노동당 대표, 홍세화 진보적 지식인, 이을재 노동전선 공동대표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참세상연구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회 체제 전환을 위한 ‘사회주의·좌파 대통령 선거·지방 선거 공동투쟁본부’ 참가를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들이 모인 ‘사회주의 대통령·지방선거 공동대응과 단일한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을 위한 원탁회의(원탁회의)'는 지난 7월 공식 출범했다. 이 원탁회의는 지난 5월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이 사회주의 대중 정당에 관한 토론을 거쳐 만든 조직으로, 이후 사회주의·좌파 단위에 참여를 제안해 현재 단체들로 구성됐다.

이 자리에서 원탁회의는 오는 2022년, 연이을 선거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넘어 코로나19를 계기로 부각된 한국 사회 전환의 방향을 둘러싼 각 정치 세력의 대격돌이 벌어지는 장이 될 것”이라며 “그 방향과 주체를 둘러싼 각축에 사회주의·좌파 세력과 노동자·민중은 투쟁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사회 전환의 주체가 기업, 국가가 아닌 노동자·민중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원탁회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과 같은 보수 기득권 정당이 경제위기·생태위기·삶의 위기를 낳은 공범으로 이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라며 “현재 한국 사회를 고쳐 쓰자는 소위 ‘진보정치’로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닥친 경제위기와 생태위기를 극복할 방법

원탁회의는 크게 경제위기, 생태위기에 대한 진단과 운동 방향을 제시했다. 경제위기에 대해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 경제위기 극복이 노동자·민중의 희생에 기초해 이뤄지고 있듯,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 역시 노동자·민중의 일방적 희생을 낳고 있다. 더 근본적 문제는 한국경제가 성장해도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하고 있으며, 새로 창출되는 고용조차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원탁회의는 “경제가 성장해도 자본과 자산 소유자의 ‘부’만 늘어날 뿐, 경제 불평등과 빈곤은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소수 재벌과 자산 불로소득자를 위한 경제’를 ‘모든 사회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경제’로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경제위기와 노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뤄지는 기업 주도의 ‘녹색산업 창출’이나, ‘착한 소비자 운동’으로 기후위기와 생태파괴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본다. 관련해 원탁회의는 “기후위기의 주범은 소수의 역사적 탄소 다배출국과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한 대자본임에도 불구하고, 제3세계국가와 노동자·민중은 기후위기로 생존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라며 “부를 독점해 경제적 불평등 체제를 낳은 주범이 기후위기 주범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불평등 체제와 기후위기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자, 기후위기가 자본주의의 결과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이윤·더 많은 소비’를 하며 ‘더 많은 노동·더 많은 자연 수탈’로 지탱되는 자본주의를 ‘필요한 만큼 계획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며 ‘더 적은 노동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한 “사회와 국가가 책임지고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사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사회, 차별과 배제·혐오가 없는 평등한 연대사회, 핵과 전쟁위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라고 했다.

“사회주의 정치 운동을 제안한다”

원탁회의 소속 단체들은 발언을 이으며 이날 제안한 공투본 참가를 독려했다. 현린 노동당 대표는 노동자·민중이 주체가 되는 정치를 시작하자며 “대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에서는 한국 사회의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 경제위기 속에서 더 이상 자본주의 체제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을 비롯한 자유주의 정치 세력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자본주의 내부의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체제 자체가 인간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라는 야만적 체제를 바꿔내자”라고 말했다.

이종회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안 가본 길을 한 번 가보려 한다. 체제 전환을 내건 사회주의 대선 운동에 함께 나서길 부탁한다”라며 “한국 사회의 분단체제가 구축해놓은 지금의 정치체제에 실제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험이 그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불행하게도 운동진영 내에서 민주당 전향 등 실제 퇴행적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자 한다. 이 흐름은 80년대 이후 새롭게 구축된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와 맥락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장민 프닉스 상임연구위원은 “만년도 안 되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자본주의는 인간과 사회를 망쳐놓은 후 사라지는 기껏해야 몇백 년 동안 유행하는 전염병이자 기생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의 자본주의가 10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노동이 없으면 수익이 없고 그러면 물건을 살 사람이 없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한 영화처럼 99%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의 약간의 현금을 뿌릴 것”이라며 “코로나의 쥐꼬리만 한 생계지원금과 끝없는 자살 행진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뽐내는 미래의 자본주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이을재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공동대표는 “바야흐로 ‘체제 전환’을 한목소리로 얘기되고 있다. 사회주의 실현, 체제 변혁에 대한 물결은 민주당 정권 15년에 대한 값비싼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대중정당, 사회주의·노동자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라면서도 “사회주의 실현, 체제 전환은 아직 소수 상층 활동가들에 머물러 있다. 이는 원탁회의 중대한 과제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에 진보지식인 홍세화 씨도 힘을 보탰다. 홍세화 씨는 “기후위기,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출발했다고 인식한다면 당연히 인류가 나아갈 길은 체제를 전환하는 길일 것이다. 체제를 전환하는 급박한 시범에 당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많은 노동자와 함께 그 길을 가기 위한 출발점에 섰다”라며 “같이 투쟁했으면 한다”라고 제안했다.

주거·의료·교육·교통·통신의 ‘공공 무상체계’를 염원하는 이에게

원탁회의는 “모든 사회주의·좌파 세력과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에게 공투본 건설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체제변혁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주의·좌파 세력들, 장시간 노동·불안정 노동체제를 끝내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 ‘기후위기가 아니라 체제 전환’을 외치며 싸우는 기후정의운동 주체들, 여성억압과 차별에 맞서 싸우며 여성노동의 가치화를 위해 투쟁하는 여성들, ‘평등은 민주주의 기초’라 외치는 모든 소수자, ‘세대가 아니라 체제’가 문제라 외치며 투쟁하는 청년들, 주거·의료·교육·교통·통신의 공공 무상체계를 염원하는 모든 이가 공투본에 동참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원탁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초 ‘공동투쟁본부’ 출범식을 갖고 참가자들과 대선후보 공약을 만들 예정이다. 나아가 사회주의·좌파 노동자·민중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을 모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공투본을 한국 사회 체제 전환을 위한 주요 요구와 의제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의 주체로 세운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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