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법인, 주택임대업에 뛰어들다

[특집호] 투기세력의 타깃이 된 서민주거지

차례

① 안전한 곳에 살고 있습니까?
② 무주택자만 ‘빚더미’ 앉게 만드는 ‘갭투기’
③ 부동산 법인, 주택임대업에 뛰어들다
④ 청년들, 부동산 ‘몰수’와 ‘사회화’를 가리키다
⑤ 문 정부 5년, 주거의 질은 나아졌나요?
⑥ 문재인 정부의 ‘주거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⑦ [인터뷰] 문재인 정부도 ‘주택공급 만능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⑧ 인포그래픽 세계 집값 지도
⑨ 재벌의 부동산 투기 50년사, 서울 두 개를 사들였다
⑩ [인터뷰] 모든 무주택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
: 전장호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대표
⑪ 워커스 사전: 성장
⑫ 한국의 주거권 운동과 실험들
⑬ [인터뷰] 도시 난민들의 운동, ‘사적소유’를 흔들어야 한다
: 김상철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정책팀장
⑭ ‘의료 사회화’처럼 ‘주택 사회화’도 가능하다
⑮ [인터뷰] 빌라왕 잡는 유일한 대안, “주택 사회화와 탈 상품화”
: 이안 클로트워시 베를린 주택 사회화 운동 활동가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키운 주택임대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법인을 만들고 있다. 다주택자에게 부동산 임대업 법인 설립은 세금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과 결합한 금융시장은 주택임대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는 임대주택에서 발생한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리츠’ 상품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집이 투기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말은 이제 조롱거리가 됐다. 

[출처: 홍진훤]

부동산 임대업 법인들이 지난 5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453조 원에 달한다.(1) 이 같은 수입은 상위 1%에게 집중됐다. 2020년 기준 상위 1%의 부동산 임대업 법인 542곳의 수입은 67조4812억 원이다. 전체 부동산 임대업 법인 수입의 68.8%를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이들의 총부담세액은 1조4799억 원으로, 전체 수입의 약 2.2%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현재 1주택자의 종부세율인 0.6~3.0%(개인 기준)에 비견한다. 

부동산 임대업 법인 수도 늘고 있다. 2016년 3만4806개에서 2017년 3만9414개, 2018년 4만3698개, 2019년 4만 5080개, 2020년 5만4208개로 급증했다. 불과 4년 만에 부동산 임대업 법인 56%가 증가한 셈이다. 

다주택자는 법인을 활용해 주택을 신탁하거나 분산하며 종부세와 양도세를 회피한다. 이미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음에도 법인은 여전히 세제 혜택 대상이다. 유명 연예인이 1인 법인을 설립해 건물을 매입하거나 부동산 자산을 관리한다는 보도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동산의 큰손들, 그리고 큰손이 되려는 자들에게 법인 설립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는 투기를 규제하겠다며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를 하나씩 거뒀다. 하지만 법인은 여전히 유리한 지형 속에서 주택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부동산 임대업 법인이 매수한 주택은 3만6500건. 주택 매수량이 많은 상위 10개 법인이 지난 1년간 매수한 주택은 5,431채였다. 가장 많은 주택을 매입한 법인이 전국에 걸쳐 1,327채를 매입했다. 두 번째로 많은 주택을 매입한 법인은 1,300채 전부를 경남에서 매입했다. 더욱이 부동산 임대법인의 주택 매수는 저가 주택에 집중됐다. 법인 자금조달 계획서 심층 분석 자료에 따르면 법인 1곳이 매입한 주택의 수는 평균 3채, 매입한 주택의 평균 가격은 3.28억 원이다. 실거래가 3억 원 이하 저가주택 매수 비율은 77.3%를 차지했다. 이 중 실거래가 1.5억 원, 공시 가격 1억 원 내외의 주택 비중이 54%에 달했다. 공시 가격 1억 원 미만 주택은 그간 비투기 매물로 취급됐지만, 취득세 중과세까지 면제돼 법인의 먹잇감이 됐다.

빌라 쇼핑에 나선 법인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장석호 씨는 최근 HUG 물건들의 경매를 맡았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HUG가 이를 대위 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그런데 전세가를 웃도는 깡통전세가 속출하면서 해당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는 “HUG 매각 물건 중 3분의 1 정도는 법인이 받아 가고 있다”라며 “법인들이 수도권 쪽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HUG는 빠른 채권 회수가 중요하다며 매각 물건에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포기하겠다는 특별매각조건을 달고 있다.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전세금까지 변제할 필요가 없어지니 낙찰자 입장에선 ‘줍줍’(저가 매수)만 하면 된다. 장 씨는 현재의 세율상 부동산 법인들의 단타 투기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17 등의 대책에서 비사업용 토지 거래로 생긴 시세차익에 대해 10%의 세율을 중과하는 등 양도세율을 상향했지만, 법인의 세부담은 여전히 낮다. 개인이 1년 미만 보유 부동산 매매 시 70%, 2년 미만 보유 부동산 매매 시 60%의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장 씨는 “양도세율이 70%까지 올라 개인의 단기 투자는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반면 법인은 지난해 법인세를 조정했음에도 개인과 최대 30%의 세율 차이가 나 (법인의) 단기 투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한쪽에선 법인을 이용한 또 다른 갭투기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 전세 반환 사고를 일으켰던 개인 주택임대사업자들이 법인 명의로 주택 매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세입자가 낸 전세보증금을 무려 357억 9925만 원이나 떼먹은 진 모 씨는 지난해부터 자신이 소유한 T법인 명의로 주택 취득에 나섰다. 본인 명의로 갭투기나 임대업이 어려워지자 잘 알려지지 않은 법인을 앞세워 깡통전세를 이용한 갭투기에 나선 것이다. 진 씨는 자신의 주 무대인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법인을 통한 거래를 이어갔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세입자들의 전세 사기 불안이 커서 주택 등기부 등본을 떼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임대인들과 대조하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소유한 법인까지는 미처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라며 “해당 정보가 알려지더라도 법인은 만들기 쉽기 때문에 새로운 법인을 통해 거래를 시도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갭투기하다 사고 친 갭투기 예찬론자들

[출처: 홍진훤]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버티다 결국 HUG가 대위변제한, 이른바 사고 매물들 중엔 법인 소유의 매물들도 허다하다. 아파트를 대상으로 갭투자를 하며 ‘정당하고 모범적인 임대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자신하던 A씨. 그는 2019년 보유 주택 452채로 전국 6위에 랭킹 된 다주택자다. A씨는 1천만 원으로 가능한 갭투자법으로 전국을 돌며 강의하고, 무려 6권의 책까지 냈다. ‘빚내서 집사라’는 그의 구호였다. 언론까지 나서 그를 신화화했다. 하지만 그는 2019년부터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HUG로부터 채무를 독촉당하는 상황에 놓였다.씨도 앞선 기사의 빌라왕 K씨처럼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을 세우겠다는 야무진 꿈을 꿨다. A씨는 유료 회원을 모집해 회원들의 주택을 관리했다. 그가 관리하는 회원들의 아파트가 3천 채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그는 쇼하우스 중개법인이라는 부동산을 운영했다. 컨설팅, 부동산 중개, 임대관리, 인테리어까지 K씨의 회사 J법인과 크게 닮아있다. 그러던 A씨는 지난해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회원들에게 역전세 현상이 생기면 그 손실만큼 보전해주겠다는 홍보를 해왔는데, 일부 회원들의 주택에 문제가 생겨 ‘지원금’이라는 명목 하에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줬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가 등록하지 않고 대부업에 나섰다며 대부업법 위반 혐의를 부여했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말부터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앓고 있던 모든 부동산 문제가 풀렸다며 다시금 갭투기에 열중하고 있다.

또 다른 갭투자 전문가 B씨도 3건 이상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HUG에 채무가 잡힌 임대인이다. 그의 채무액은 10억 원을 넘었다. HUG는 대위변제 3건 이상의 이력을 지닌 채무자 중 상환 의지가 없거나 미회수 채권금액이 2억 원이 넘는 자, 또는 최근 1년간 임의상환 이력이 없는 자 등을 악성 다주택 채무자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여러 지자체의 체납이 쌓여 압류된 B씨의 재산은 대략 10억 원 정도다. 그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문제의 주택은 수도권 일대의 소형평수 아파트들이다.씨는 소형평수, 소형 아파트, 소액투자 등을 강조하며 부동산 투자에 열변을 토해온 인물이다. 고시텔과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임대업을 하면서 많은 언론에 부동산 전문가로 소환됐다. 그의 갭투자 노하우를 담은 저서도 여럿이다. 한 경제전문지에선 그의 저서 출간을 도맡아 벌써 3권의 책을 냈다. 그는 ‘대출받아 더 많은 부동산을 사는 비결’을 가르쳐 주겠다며 최근까지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임차인 중 HUG의 전세보증반환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보증금을 반환받았다. 이들은 보증보험으로 큰 손실은 막았지만, 반환 과정이 번거롭고 지난해 다시는 전세살이를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한다. 임차인이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 동안 갭투기 전문가들은 아무런 타격 없이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임대주택사업에 진출한 대기업

한편, 박근혜 정부는 중형 건설사가 맡았던 임대주택사업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당시 시민사회와 진보 진영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아닌 기업의 새로운 개발사업 개척과 수익률 보장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뉴스테이’ 같은 사업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민간 지원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계승됐다.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사업은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주택 정책이었다. ‘상대적 지원이 부족했던’ 중산층에 품질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대형 건설사를 임대사업으로 유인하기 위해 주택 규모 등 규제를 최소화하고, 주택기금 출자, 택지, 세제 등 인센티브를 최대화했다. 이미 부영과 같은 기업이 임대주택 분야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운영했기에 혜택을 늘리면 더 많은 기업이 이에 뛰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택지 지원, 기반시설 우선 지원, 자금지원, LH의 매입 확약 등 온갖 혜택을 몰아줬다. 정부는 관련법을 발 빠르게 정비했고, 그해 10월 인천 도화지구에 ‘e편한세상 도화’가 뉴스테이 1호로 공급됐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에 23곳이 지어졌다. 이후 뉴스테이 사업은 집값 상승 국면을 맞아 초대박을 맞이했다.

시공 사업자는 8년 의무임대 기간이 끝난 뒤, 분양 전환으로 매각하거나 계속 임대를 할 수 있다. 임대 의무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은 2027년부터다. 전문가들은 매각 시 엄청난 이익이 뒤따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이 공동 출자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민간은 공공보다 적은 출자금으로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된다. 초과이익의 70%~100%까지 민간에 돌아가도록 설계돼 또 다른 대장동 사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사업은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설계도 없이 민간에 특혜만을 부여했다”라며 “대부분 공공기금이 지원된 사업으로 과도한 민간 이득 환수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2)

문재인 정부 역시 임대주택에서 민간의 역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확대했다. 문 정부는 출범 초기 뉴스테이에 대해 ‘건설사들 배만 불리는 사업’이라며 비판했지만, 이전 정부가 그랬듯 임대주택 확대라는 중요한 역할을 대기업에 기대고 있다. 문 정부는 주택난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건설 임대사업자 혜택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말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리츠·펀드를 통한 중산층 대상 건설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제시했다. 공모 리츠나 펀드를 통해 모은 자금으로 임대주택을 짓고 10년 동안 임대사업을 하면 각종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금싸라기 땅에 지어지는 민간 임대주택

롯데건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사업에 뛰어들었던 롯데건설은 9배에 이르는 투자금 대비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 등을 통해 현재 국내 최대인 16개 현장에서 1만여 세대의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에는 서울 용산 원효로 청년주택 등 신규 단지 공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HUG와 함께 투자한 리츠에서 막대한 추가 이익이 예상된다.

[출처: 홍진훤]

비슷한 시기 주택도시기금의 지원 없이 건설 및 운영 등을 자체적으로 하는 기업들도 생겼다. 케이티에스테이트는 기업형 임대주택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애초 케이티는 박근혜 뉴스테이 정책에 편승해 2020년까지 임대주택을 1만 가구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직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주요 도심 지역의 부지를 확보하며 적극적인 기업형 임대주택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신동해빌딩’과 바로 옆 건물인 ‘나이스2사옥’을 각각 430억 원, 500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리마크빌’로 바꾸는 개발을 검토 중이다. 올해엔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에 임대주택 운영사업자로 참여하며 단숨에 강남 핵심지역에 1천여 호의 임대주택을 확보했다. 케이티에스테이트의 임대주택 브랜드 ‘리마크빌’은 2016년 론칭해 지금까지 서울 동대문점(중구 흥인동 797세대), 영등포점(760세대), 관악점(관악구 봉천, 128세대), 부산 대연점546세대) 총 4곳에서 2231가구를 운영하고 있다. 케이티에스테이트는 리마크빌 개발 및 운영으로 2019년엔 295억 원, 2020년엔 31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가스 자회사인 SK디앤디도 지난해 임대주택 주거 브랜드를 론칭하고, 서울 도심 역세권 위주로 임대주택 개발을 추진 중이다. SK디앤디는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과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변화에 역점을 두고, 젊은 세대를 겨냥한 임대주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서초, 성수 등에서 1000여 가구를 운영 중이다. 곧 준공을 앞둔 강남, 신촌 등 1400여 가구를 포함하면 단일 공유 주거 브랜드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이루게 된다. SK디앤디는 이러한 임대주택 사업에 리츠를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2018년 디앤디의 민간임대주택 개발사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GIC의 주거용 부동산 투자는 처음이었기에 임대주택 사업이 더욱 커질 것이란 기대를 낳기도 했다. 최근엔 임대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사둔 부지를 팔아 600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SK디앤디는 2019년 11월 역삼동 부지를 592억 원에 사들여 지난 9월 1199억 4590만 원에 처분했다. 2년도 채 되지 않아 608억 원을 차익으로 거둬들여 짭짤한 이익을 챙겼다.

한편, 국내 최대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인 ㈜부영은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이 힘입어 최근 5년 동안 임대수익이 급등했다. ㈜부영은 부영주택을 통해 전국 120개 단지 약 9만3000여 세대에서 민간 임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임대주택 9933가구를 공급하면서 임대주택 건설에 뛰어든 부영은 이후 쭉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해왔다. 그리고 현재 임대 사업을 바탕으로 자산총액 23조 원, 현재 재계 서열 17위의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영그룹에 따르면 부영그룹 전체가 운영하는 임대 주택 자산 규모는 지난해 4조 원을 넘어섰다. 2015년 2조7763억 원에서 2016년 3조4530억 원, 2017년 3조7947억 원, 2018년 3조8048억 원, 2019년 3조8476억 원으로 점차 늘어 2020년 4조201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대비 약 51% 증가한 수치다. 임대수익 역시 2015년 505억 원에서 2020년 860억 원으로 약 70% 급증했다.

부영은 정부가 임대등록주택 정책을 장려하며 다주택자에게 준 혜택을 그대로 누렸다. 2015년 당시 정부는 매입임대 주택에 대해 재산세 및 소득·법인세 감면을 확대했고 양도세 역시 감면하는 정책을 폈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와중에도 부영 같은 건설 임대업자들은 혜택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주택매매·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 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의 규제에 나서면서도 부영주택 등 임대주택을 건설해 공급하는 건설임대사업자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

부영은 임대주택의 임대 기간이 종료되면 관련법에 따라 분양 전환에 나선다. 지난해 매출 2조4877억 원 중 분양수익은 2조2498억 원을 차지했는데 분양 전환가격을 부풀렸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서민에게 값싼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공택지를 저렴하게 공급받고, 취득세·재산세·법인세 등 조세감면과 저금리 기금 대출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분양 전환 시 인근 신축 아파트 분양가 금액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분양 전환 시 매수를 고려했던 전국의 부영 임대주택 임차인들은 분양가 산정에 반발해 부영을 상대로 항의 집회를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1) ‘부동산 임대업 법인들 최근 5년간 453조 벌어’,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10.8.
(2) ‘박근혜 뉴스테이 23개 사업장 민간 이익 약 4조 8,379억 원 발생 추정’,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10.20.

전세금 떼먹은 임대인, 아직도 매달 수천만 원 번다

갭투자 회사 대리인 미현 씨

미현(가명) 씨는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를 일으킨 국내 최대의 갭투자꾼 아래서 일했다. ‘빌라왕’이라 불리던 주택임대사업자들이었다. 미현 씨의 주된 업무는 전세금 미 반환으로 HUG가 가압류를 건 빌라 수십 채에 단기 월세를 놓는 일이었다. 임차인으로부터 월세금을 받아 임대사업자들에게 전달했고, 한 빌라 당 30만 원가량의 대가를 받았다.

미현 씨는 임대사업자 C씨를 알게 됐을 때 그가 빚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부동산을 관리하기는 것이 께름칙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무사 상담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미현 씨는 C씨로부터 D씨 소유 빌라까지 소개받아 부동산 관리 업무를 시작했다. 뒤늦게 두 사람이 ‘갭투자 사기꾼’으로 유명한 인물이란 것을 알게 된 미현 씨는 D씨에게 사실관계를 물었다. D씨는 “방송이 악의적으로 나간 것이고, 사기 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던 중 올해 3월부터 시청과 구청으로부터 제3 채무자용 채권압류통지서를 받았다. 체납자 C씨와 D씨 소유 부동산의 세입자에게 받은 월세금 등의 수입금을 전부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때부터 미현 씨는 거둔 월세금을 모두 시청과 구청에 납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C씨와 D씨의 협박이 시작됐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월세금을 입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씨는 월세금의 절반이라도 본인에게 송금하라고 했고, 이를 거부하자 세입자들을 찾아가 미현 씨가 월세금을 빼돌린다며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심지어 D씨는 배임·횡령으로 미현 씨를 고소하겠다며 협박했고, 실제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여전히 미현 씨와 같은 대리인은 월세가 일정 금액이 모이면 C씨와 D씨를 직접 만나 현금으로 전달한다. 수백억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이들은 현재까지 매달 수천만 원의 이익을 손에 쥔다. 미현 씨와 같은 대리인이 관리 중인 단기 월세방은 약 200채 정도 된다. 씨의 대리인은 5명에 달하며, D씨의 경우 본인의 조카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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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시공 사업자는 8년 의무임대 기간이 끝난 뒤, 분양 전환으로 매각하거나 계속 임대를 할 수 있다. 임대 의무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은 2027년부터다. 전문가들은 매각 시 엄청난 이익이 뒤따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이 공동 출자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민간은 공공보다 적은 출자금으로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된다. 초과이익의 70%~100%까지 민간에 돌아가도록 설계돼 또 다른 대장동 사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사업은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설계도 없이 민간에 특혜만을 부여했다”라며 “대부분 공공기금이 지원된 사업으로 과도한 민간 이득 환수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2)

  • 후루룩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 감사합니다. 널리 알려져 시민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