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주택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

[특집호] 전장호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대표 인터뷰

차례

① 안전한 곳에 살고 있습니까?
② 무주택자만 ‘빚더미’ 앉게 만드는 ‘갭투기’
③ 부동산 법인, 주택임대업에 뛰어들다
④ 청년들, 부동산 ‘몰수’와 ‘사회화’를 가리키다
⑤ 문 정부 5년, 주거의 질은 나아졌나요?
⑥ 문재인 정부의 ‘주거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⑦ [인터뷰] 문재인 정부도 ‘주택공급 만능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⑧ 인포그래픽 세계 집값 지도
⑨ 재벌의 부동산 투기 50년사, 서울 두 개를 사들였다
⑩ [인터뷰] 모든 무주택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
: 전장호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대표

⑪ 워커스 사전: 성장
⑫ 한국의 주거권 운동과 실험들
⑬ [인터뷰] 도시 난민들의 운동, ‘사적소유’를 흔들어야 한다
: 김상철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정책팀장
⑭ ‘의료 사회화’처럼 ‘주택 사회화’도 가능하다
⑮ [인터뷰] 빌라왕 잡는 유일한 대안, “주택 사회화와 탈 상품화”
: 이안 클로트워시 베를린 주택 사회화 운동 활동가

13조 원의 투기부동산으로 한 해 1조 5000억 원의 임대수익을 벌어들이는 진짜 투기꾼들이 있다. 일본 식민지 시절부터 군사독재, IMF 경제 위기, 그리고 민주 정부하에서도 이들의 부동산 투기는 멈출 줄 몰랐다. 정부와 언론 뒤에 숨어 천문학적인 부동산 불로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는 이들은 한국의 5대 재벌들이다. 이들은 모든 규제와 여론을 비껴가며, 모든 혜택을 독차지한다. 그런 재벌의 불로소득을 환수해 모든 무주택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부동산 공화국’인 한국 사회에서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까? ‘누구나 공공주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택 사회화 운동에 나선 전장호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 서울시당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장호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대표 [출처: 윤지연 기자]

변혁당은 2015년부터 재벌의 투기 부동산 등을 꾸준히 조사해 왔다. 현황이 어떤가.

재벌의 토지 자산은 업무용 토지자산과 비업무용 토지자산이 있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투자부동산’이라고 불리는 비업무용 토지자산이다. 업무에 필요한 부동산이 아닌,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의 목적으로 투자하는 부동산이다. 우리는 30대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규모를 최소 460조에서 500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재벌이 소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은 장부가액으로는 36조 원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느냐면, 우선 기업이 공시를 잘 하지 않는다. 공시를 하더라도 취득가액에 감가상각비를 뺀 것만 표시한다. 공시지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다. 시세와 비교하면 더 낮다. 약 500조 원은 30대 재벌 계열사 중 상장사를 중심으로 조사한 것을 공시지가로 환산한 것이다. 국토부와 국세청은 정확한 자료를 갖고 있어도 풀지 않는다. 기업 공시로만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비상장사는 포함되지 않고, 강제성도 없으며, 얼마든지 기업이 조정하거나 신고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 형성 과정에서 재벌은 어떤 영향을 끼쳐왔나.

해방 후 미군정이 몰수한 일본인 소유의 토지와 사업체 대부분이 미군정 하의 관리자나 상공업 자산가에게 돌아갔다. 삼성, 현대차 등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은 그걸 헐값에 인수해 사업을 키웠다. 70년대 박정희 정권이 강남을 개발하면서 부동산 투기가 본격화됐다. 북한 포사정 거리 밖으로 수도를 내린다는 명분이었는데, 사실 유신 체제 유지에 필요한 정치 자금을 만들기 위해 부동산을 활용한 거다. 강남 개발의 특징은 군사정권의 실세와 박정희 측근들, 그리고 건설사로 혜택이 돌아갔다는 점이다. 당시 정권은 건설사에 반포, 송파, 잠실 일대에 공유수면 매립 사업 허가를 내줬다. 건설사는 제방과 도로를 헌납하고 땅을 가졌다. 돈 들이지 않고 땅을 얻은 기업은 아파트를 지어 어마어마한 수입을 냈다.

또한 정부는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며 택지지구로 지정된 곳은 아파트 외에는 지을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했다. 땅 주인들은 건설사에 땅을 팔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쓸모없는 땅이 되니까. 그런 식으로 건설사가 헐값에 땅을 사들여 아파트를 짓고 부를 축적했다. 1970년대 이후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그리고 지금 정부에 이르기까지, ‘신도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한국의 건설사들은 사우디 같은 해외에 진출해 사업을 벌였다. 그런데 신도시 개발 등으로 국내 부동산 경제가 팽창하면서 건설사들이 국내로 들어왔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초기 건설사를 인수 합병하는 과정이 있었고, 현재 대부분의 재벌이 건설사를 거느리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기업의 부동산 투기에 관한 규제책을 내놨으나 결과는 비슷했다.

노태우, 김영삼 정권 때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중과세를 했고, 강제 매각도록 했으며, 대출 규제까지 가했다. 이건 재벌들에게 엄청난 압박이었다. 갖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로 매각하라는 거니까. 지금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센 정책이었다. 민주정권도 아닌 군사정권이 재벌에 강력한 규제를 했다는 건데, 지금은 왜 안 될까? 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을 유지하려면 군심이 흔들려선 안 된다. 그들의 기반은 거기 있었던 거다. 반면 문 정부는 철저히 금융자본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 정권이다. 자기 기반에 규제를 가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규제 대책이라고 하는 것들은 종부세나 양도세를 건드리는 것이다. 즉 개인 간의 거래를 중심에 둔 규제다. 반면 그보다 규모나 사이즈가 큰 재벌의 부동산 거래는 규제하지 않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모두 논조가 같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상승하면 서민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종부세 올리면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세금 폭탄을 맞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지난 10년간 서울 면적의 2배 이상의 토지를 사들인 재벌 규제 얘기는 없다. 규모와 사이즈가 다른데도 계속 모든 시선을 개인의 거래에만 두는 건 그들의 기반이 금융자본에 있어서다.

[출처: 홍진훤]

강도 높은 규제는 부동산 가격을 하락 시켜 가계의 채무불이행과 이에 따른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집값 상승은 어느 정권에나 부담이 된다. 그래서 정권마다 이를 규제하고,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항상 얼마 가지 못해 번번이 깨졌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논리는 같다. 부동산 가격을 규제하면 나머지 실물 경제가 죽어버린다는 거다. 소위 집값이 내려가면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돈을 상환하지 못해 대란이 일어나고, 거리에 나앉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에서 부채를 떠안고 이들을 계속 거주하게 하면 실제로 길거리에 나앉을 일은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중앙은행이 부채를 탕감해주지 않았나.

실제로 집값이 내려가면 망하는 곳은 은행이다. 그걸 중앙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다. 해결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은행이 무너지면 다 무너지니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 연준이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담보채권을 직접 매입해 은행을 구제하고 사람들을 쫓아냈다. 이것을 역으로 적용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가계 부채를 중앙이 떠안는 대신 주택 소유권을 정부가 가져오면 된다. 그리고 이를 공공주택으로 만들어 기존 소유주는 그 주택에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주거의 권리를 갖고 있으면 소유가 필요 없지 않나. 부채를 장기 부채로 처리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면 경제 위기나 대란은 심각한 수준이 아닐 것이라 본다.

변혁당은 다주택 소유를 금지하고 대규모 민간 임대사업자 소유 주택·토지를 환수해 800만 호의 공공주택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궁금하다.

800만 호는 전체 무주택자 가구를 환산한 수치다. 현재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약 90만 호다. 전체 무주택자의 10분의 1만 수용이 가능하다. 무주택자 모두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보장하려면 저렴한 장기 공공임대나 환매조건부 공공분양주택으로 약 800만 호가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 이중 100만 호는 현재 있는 공공주택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는 임대료가 너무 높아 이름만 공공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나머지 700만 호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거다. 매년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연간 140만 호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5~6년 정도만 환수에 나서도800만 호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물론 주택을 새로 지어 공급하자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부터 현재 대선후보들까지 주택을 몇만 호 짓겠다는 공약을 내놓는다. 그러면 부지 선정과 택지 개발, 부동산 투기가 또 반복될 뿐이다. 현재 한국의 주택 보급률은 120%다. 서울은 94% 정도 된다. 더 이상 집을 지을 땅도 없고,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도 맞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재분배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책은 다주택자의 주택을 몰수하자는 것이 아니다. 재벌의 투자부동산과 다주택자의 주택 매각을 강제해 정부가 이를 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노태우 정권 등이 시행한 정책과 유사하다. 다만 핵심은 민간 임대사업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주택을 정부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재공급하자는 거다. 민간 임대사업을 금지해야 부동산 불로소득이 근절될 수 있다. 주택 투기를 하면 불로소득을 만들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부터 잠재워야 한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 가능한가.

일정 규모 이상의 임대수익은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 그러면 민간 임대사업자의 주택임대 사업이 비활성화될 거다. 이를 시작으로 민간 주택임대 사업을 금지하고, 국가가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고민 수준이지만, 4인 가구 기준 표준생계비 이상의 임대수익은 환수하는 등의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유세를 강화하고 종부세를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에 한참 미달한다. 또 하나는 주택 청약으로 조성된 도시주택기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도시주택기금 대부분은 전세자금 대출이나 내 집 마련 대출 시 은행의 손실분을 메워주는 데 쓰인다. 연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

오는 대선에서 진보정치와 진보진영이 가장 중요하게 내걸어야 할 부동산 관련 공약과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로서는 집이 재테크나 자산의 수단이 아니라는 정서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진보정당들마저 1가구 2주택은 되고, 3주택은 안 되고 등의 이야기를 한다. 이런 논리는 부동산 규제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전환한다. 중요한 건 탈자본주의를 위한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야 주택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 주택은 상품이 아니라는 것, 주거는 권리라는 것, 이 세 가지를 기조로 문제를 풀어야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택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 당의 주거 정책의 핵심 요구는 기업부터 투기용 부동산을 소유할 수 없도록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임대 소득을 환수하는 것이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부동산은 또다시 개인의 문제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갈등으로, 부모 세대와 청년 세대의 갈등으로 부각될 것이다. 가장 큰 혜택을 보면서도 드러나지 않는 재벌 부동산 투기 문제를 근절하고, 엄청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민간 주택임대사업자를 찾아내 투기를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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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우, 김영삼 정권 때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중과세를 했고, 강제 매각도록 했으며, 대출 규제까지 가했다. 이건 재벌들에게 엄청난 압박이었다. 갖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로 매각하라는 거니까. 지금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센 정책이었다. 민주정권도 아닌 군사정권이 재벌에 강력한 규제를 했다는 건데, 지금은 왜 안 될까? 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을 유지하려면 군심이 흔들려선 안 된다. 그들의 기반은 거기 있었던 거다. 반면 문 정부는 철저히 금융자본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 정권이다. 자기 기반에 규제를 가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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