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지난 2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MBC에서 이날 밤부터 2시간가량 열린 비초청 대상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토론회에는 오준호 기본소득당, 허경영 국가혁명당, 이백윤 노동당, 옥은호 새누리당,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김재연 진보당, 이경희 통일한국당, 김민찬 한류연합당 등 군소정당 후보 8명이 참석했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국정 전반에 대한 후보자별 공약이 토론 주제였던 만큼, 후보들은 각각 핵심 정책을 내세웠다.
▲ 왼쪽부터 오준호 기본소득당, 이백윤 노동당, 김재연 진보당 후보 |
“여성 공화국” “페미니스트 대통령” 외친 진보정당 후보
노동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 후보들은 여성과 남성을 대결구조로 놓는 거대 정당들을 비판하고 문제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백윤 후보는 “여성들에게 역차별을 당한다고 얘기하던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일자리 찾기를 바늘구멍만큼 작게 만들고, 남성, 여성 모든 청년이 서로 죽도록 경쟁하게 만든 원흉은 바로 이 자본주의 체제와 대기업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후보는 “여성 공화국, 페미니즘 세상을 만들겠다”라며 앞선 여성해방부 신설 공약을 비롯해 돌봄 관련 정책을 소개했다. 그는 “누구든 자녀를 양육하고, 노부모를 돌보고, 가사노동을 하면 생활임금을 받도록 하자”라며 “읍면동까지 공공가사돌봄센터를 만들어 여성이 가사와 돌봄·육아의 독박에서 해방되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라고 밝혔다.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말에 사과를 요구받자 그것에 대답하는 데 시간을 쓰기 싫다고 했다. 자신이 겪은 적 없다고 눈 감아 버리는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나라를 맡기겠나”라며 자신이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이어 김 후보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겪은 성차별을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 30대 초반에 국회의원으로 일했다. 당시 어리고 몇 안 되는 여성이란 이유로 세상은 나를 국회의원 이전에 어린 여자로 취급됐다. 국회의원조차 성차별 도마 위에 올라야 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현실”이라며 “남성 평균 100만 원의 임금을 받을 때 67만 원도 못 받는 한국 여성들. 32.5%의 임금을 떼인 채로 일하다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 독박 돌봄에 갇히고 아이가 커서 재취업을 하면 비정규직 굴레에 갇히는 악순환. 이것이 바로 구조적 성차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남성 청년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여성 특혜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지독한 불평등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돌봄 정책과 관련해서는 “돌봄 노동자를 국가가 직접 고용해 무상 돌봄 시대를 열겠다”라고 했다.
“전 국민 노동법 시대” “노조 공화국”
노동 정책과 함께 제시된 재벌 해체와 규제 정책
진보정당 두 후보는 노동 관련 정책을 내놓으며 특히 노동조합 가입률 확대와 재벌 규제 방안을 강조했다. 우선 “노동조합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이백윤 후보는 “1천만 개 국가책임 일자리를 만들고, 모두 공기업 정규직으로 만들어 민주노총에 가입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일자리로 청년들의 희망을 좌절시킨 것은 노조가 아니라 재벌이라며 “재벌은 주주 배당으로 매년 수조 원씩 돈만 챙기고 사내유보금을 1,000조 넘게 쌓아 놓고,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일자리만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한 이 후보는 “제 삶을 지켜 준 버팀목은 바로 ‘노동조합’이었다”라며 “재벌과 기득권 세력이 노조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우리 삶에 노조가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넘고 기본소득으로 복지를 해결하는 사회를 넘어 모든 국민,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해 ‘전 국민 철밥통이 되자”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재벌을 국유화해 천만 일자리를 만들고 재벌이 번 돈을 모두 사회로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비정규직과 빚에 놓인 이유가 재벌이 이윤을 독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재벌총수 지분 1%를 사들이거나 공정거래법을 법대로만 처분하면 심지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도 국유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재연 후보는 “플랫폼, 특수고용노동자 250만 명, 근로기준법이 적용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5백만 명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7백만 명을 모두 포괄하는 전 국민 노동법 시대를 열겠다. 하지만 법이 있어도 노조가 없으면 사실 무용지물”이라며 “노조를 권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했다.
이어 김 후보는 “비정규직을 없애고 최저임금 15,000원, 월급 3백만 원 시대로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라며 불평등 해소를 위해 부자 증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상위 0.1%, 백억 이상 자산가에게 2% 이상 부유세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제2의 토지개혁” “주택 국유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김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1950년대 토지 개혁에 준하는 제2의 토지개혁을 통한 부동산 투기 공화국 해체”다. 무주택자 관련 정책은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20평 1억 대 건설 원가 아파트를 공급을 통해 주거권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이백윤 후보는 “독일 베를린에서는 민간 부동산 회사가 임대료를 많이 올리자 시민들이 부동산 회사의 임대주택을 몰수하자고 주민투표와 법안을 만들어 얼마 전 통과시켰다”라며 한국도 “국민이 원하면 재벌, 주택, 국유화, 공영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사회주의를 내세운 이 후보는 사회주의 세상에서는 청년이 독립하면 공공임대주택을 받고 집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윤석열 집에 핵폐기물을”…기후 공약은?
이백윤 후보는 “핵발전을 찬성하는 윤석열 후보 집 지하에 핵폐기물을 이쁘고 안전하게 저장해 드리겠다”라고 비판하며 “기업들은 탄소 감축을 계속 늦추고 각국 정상들은 26년째 만나고 있다. 이런 자본주의 체제로는 탄소 중립도, 기후위기 대응도 할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 후보는 기후위기의 문제의 핵심은 “탄소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과잉생산과 과소비”라며 “기업을 노동자·시민이 통제해 탄소를 우리가 세운 계획대로 감축하자. 기업이 말을 안 들으면 생산을 중단시켜서라도 지구를 살려가자.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는 공공경제로 전환해 나가자”라고 했다.
김재연 부보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50% 감축 법제화를 내걸었다. 이를 통해 탈석탄·탈원전·탈내연을 분명히 하고 에너지 공영화와 지역 자립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신공항 건설 중단, 공항 대신 철도로 교통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덧붙였다.
한편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는 토론에 배정된 시간의 대부분을 기본소득 정책을 소개하는 데 썼다. 그는 “이재명은 기본소득으로 월 8만 원 수준을 제시하는데 저는 월 65만 원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노동의 필요가 점점 줄고 있다며 이젠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주 4일제 공약에 대해 “주로 여성인 돌봄 노동자들은 일을 줄이면 소득이 줄기 때문에 일을 줄일 수 없다. 고용이 안정된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들을 위한 복지제도”라고 비판하며 “기본소득을 통해 쉬고 싶을 때 쉴 힘을 주겠다”라고 했다.
이 밖에 오 후보의 공약으로는 토지보유세로 토지 불로소득 발생을 차단하겠다는 ‘토지세기본소득’, 기득권 정당 구조를 깨기 위함인 정당 보조금제도 폐지와 ‘기본정치후원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