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득세 납부하는 ‘노동자’, 반격에 나선다

납세자의 날에 열린 ‘가짜 3.3(사업소득세 세율) 노동자의 날’ 기념식

‘납세자의 날’인 3월 3일,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들이 ‘제1회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가짜 3.3 노동자’란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을 뜻한다. 여기서 ‘3.3’은 4대 보험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3.3%)하는 노무관리에 따라 붙인 것이다.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3일 오전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참석한 가짜 3.3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 확인 공동진정’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가짜 3.3 노동자’를 “프리랜서, 특수고용, 인적 용역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지만, 이는 우리를 보통의 노동자와 다르게 취급하며 차별하는 용어다. 우리는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서비스업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산업에서 다양한 직업으로 종사한다”라며 “사업주가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고, 노동자가 일해 벌어들인 소득의 원천이 사업으로 바뀔 수는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소득세 떼이지만, 몰랐던 학원·유치원 강사

현재까지 근로자지위 확인 공동 진정에 나선 ‘가짜 3.3 노동자’는 14명이다. 부산 A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다 해고된 Joey 씨는 공동 진정에 나선 이유에 대해 “노동자로서 제 권리를 인정받고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연차수당과 퇴직금을 받기 위해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그의 사례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사업소득세가 떼인 경우다. 회사는 학원 운영이 어려워졌단 이유로 그를 근무한 지 13개월 만에 해고했는데, 입금된 퇴직금은 고작 20만 원에 불과했다. 4대 보험에 들지 못해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다.

Joey 씨가 채용 면접 당시 들은 근로조건도 실제로는 달랐다. 그는 “원장이 주 3일 근무에 90분 수업을 하루 3회 하고, 수업 사이마다 30분씩 쉬는 시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쉬는 시간은 근무시간을 주 15시간 이하인 것처럼 보이게 해 퇴직금을 안 주려는 눈속임에 불과했다”라며 “수업은 실상 90분이 아니라 120분이었다. 받은 시간표에도 쉬는 시간은 없었고, 학생, 학부모, 다른 강사들도 모두 2시간 수업 주 3회로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영어유치원 강사인 이혜령 씨도 비슷한 유형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이 씨는 “본명 9시부터 6시까지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업무를 하는 노동자였는데, 계약서에는 4대 보험 및 연차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저도 모르게 3.3%의 사업소득세가 떼이는 프리랜서가 된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제 권리를 찾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권리를 침해받지 않기 위해 이런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에 참여해 전국적 근로감독을 끌어낸 조리사 등 당사자들이 상을 받았다. 이 밖의 수상자는 타다 드라이버들의 노동자성 인정 판정을 끌어낸 민주노총법률원을 비롯해 당사자 조직에 나선 노조 등이다.

“가짜 3.3 기념일 없애는 것이 앞으로의 길”
‘가짜 3.3 노동자 권리찾기’ 실행계획 발표



행사를 주관한 권리찾기유니온 한상균 위원장은 축사에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밖에 있는 노동자가 이 나라 노동자 둘 중 하나라고 한다”라며 “더 이상 노동 존중을 요구하지 말고 노동이 중심이 돼 준엄한 명령을 내리자. 그래서 가짜 3.3 기념일을 없애고 ‘노동자의 날’로 하나 되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돼야 한다. 비공식 노동자의 꿈을 이 땅 노동자의 힘으로 발전 시켜 나가자”라고 밝혔다.

이어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노동법 밖의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이 오늘날 진보정치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며 사망했다. 이제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자 안전망에서 애초부터 배제된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자 세력화, 노동자 정치를 일궈내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가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주최 측은 가짜 3.3 노동실태에 대한 연구조사를 통해 사업소득세 납부방식의 노무관리가 확산하는 현황을 최초로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이들 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 회복을 위한 사회적 과제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가짜 3.3 노동자’이며, 설문조사의 경우 모든 산업 및 직업을 대상으로 하고 심층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방송산업, 스포츠산업, 분양산업 등에 대해서는 대면조사도 진행한다. 결과 발표는 오는 6월 30일로 예정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이를 전국의 가짜 3.3 노동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권리찾기 운동’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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