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평등법 4월 제정” 무기한 단식 투쟁 돌입

시민들, 국회 앞 ‘텐트 농성’ 돌입…차제연 “4월, 마지막 기간”

차별금지법·평등법 4월 내 제정을 요구하며 활동가 두 명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번 4월 임시국회는 현 정부에서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166개 단체가 소속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11일 오전 국회 앞에서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수틀린 표 계산에 급급해 평등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와 실행”이라고 밝혔다.


단식에 돌입하는 이들은 작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30일간 도보 행진을 벌인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과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다. 이들과 함께하는 시민들도 국회 앞에 모여 텐트를 차리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차제연은 “지난달 20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모두의 평등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약 없는 시간만 흐르고 있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말뿐인 정치의 실패를 다시금 반복할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대선 패배 후 스스로 내 건 개혁과제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완수하라”라고 요구했다.

30일간 도보 행진 이어 단식 돌입한 두 명의 활동가


이날 단식을 시작하는 이종걸 사무국장은 “저는 남성 동성애자로서 당당하게 말하는 것에 눈치 보고 자신을 검열해왔던 지난 삶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고자, 여러 현장에서 힘겹게 싸우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내고자 투쟁을 시작한다”라며 “차별 금지를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매서운지 국회가 볼 수 있게 평등 텐트촌으로 와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미류 상임활동가는 “‘차별이 없다’라는 선언은 차별당한 이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엄포다. 그러나 누군가는 기어이 용기 내 말 하기 시작한다. 깊숙이 자리 잡아 보이지도 않던 무언가에 차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다. 누군가 어깨를 펴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순간은 빛이 난다”라며 국회의원들에 “당신들도 차별을 알고 평등을 배울 권리가 있다. 이제 밥상은 다 차려졌다. 밥상 앞으로 와 앉아라”라고 요구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장애인들의 매일 삭발 투쟁과 오늘 단식 투쟁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부끄러운 세상에서 있고 싶지 않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다”라며 “이 단식은 어서 끝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이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걸림돌은 언제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을 선동하는 세력 앞에서 눈치 보는 거대 양당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입법안의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을 빼라는 보수 기독교의 반대를 정부와 국회는 막아내지 않았고, 성적 지향을 포함한 7가지 차별 사유를 삭제한 법안이 발의됐다. 15년 전의 일”이라며 “이제 15년간 지지부진하게 끌어온 논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호림 집행위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박주민 의원은) 4월 중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서울시장 후보를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들이 참석했다.


박주민 의원은 “(평등과 관련한 법 논의가) 지난 10여 년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지금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정치인 한 명으로서 대단히 죄송스럽다”라며 “속도를 내보려 노력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도 있어 계속 죄송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단식하는 이들의 아픔, 또 많은 차별 받는 이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정말 절실하게 이 법의 통과를 위해 논의와 입법 과정을 챙기겠다”라고 전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이 더불어민주당의 개혁이다. 차별금지법 하나 만들지 않는 정당에다 다음에도 시민들이 권력을 쥐여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며 “국민의힘은 국민통합이 최대 과제일 텐데, 차별금지법이 그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별금지법을) 민주당법, 정의당법이라는 식으로 옹졸하게 생각 말고, 이제 차별금지법을 만들기 위한 원내 회동에 정식으로 함께 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상민 의원은 발언문을 통해 “오늘 기자회견으로 법안 제정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권인숙 의원은 비서관을 통해 “오늘부터 시작되는 단식 투쟁에 마음으로 함께하며 국회가 할 일을 하겠다”라며 “단식을 시작하는 두 분의 건강이 염려된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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