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산업, 우회적 민영화 막고 공공성 강화해야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전망하다②]

오는 5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정부는 원전 확대를 중심으로 기후·에너지 정책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는 기업 지원을 통한 에너지 전환과 민영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연속성도 크다. 윤석열 정부 5년은 2020년대는 물론이고 이후 한국 사회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시기로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에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네 차례에 걸쳐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비판적으로 전망하고 운동의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연재는 ①전력 정책 ②천연가스 정책 ③전기요금 및 탈핵 ④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과제 순으로 이어진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원자력 강화와 더불어 에너지 안보를 중심으로 기후·에너지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입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전환의 일정 역할을 할 천연가스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정책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천연가스의 우회적 민영화를 확대했다. 윤석열 당선인 측도 아직 명시적 언급은 없지만 이런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간 자본의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천연가스의 제한된 역할마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에너지 전환에서 천연가스의 역할은 무엇인가? 천연가스는 에너지 전환 과정의 가교 연료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들 한다. 화력발전에서 천연가스 사용으로 석탄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확대로 나아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연가스 역시 화석연료이므로 그 채굴과 사용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교 역할은 제한적이고 한시적이다. 그렇다면 천연가스가 적절한 기능을 하면서 체계적으로 그 사용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 우회적 민영화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천연가스 직수입은 20년 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가스공사의 분할 매각이 저지된 이후 우회적인 민영화 방안으로 시작됐다. 포스코나 SK, GS와 같은 대기업이 천연가스를 직접 수입할 수 있게 돼, 가스공사와 민간 자본들이 서로 경쟁하게 됐다. 민간기업의 천연가스 직수입을 주장한 쪽은 경쟁이 활발해져서 값싼 수입 물량이 늘어나면 에너지, 특히 전기를 값싸게 쓸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국내 전력 시장 구조는 가장 비싸게 전기를 생산한 사업자의 비용이 전력 도매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민간 자본 입장에선 가스를 저렴하게 사 온 만큼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기업의 수익성 향상이 국민의 혜택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즉, 전기요금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이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높아지는 현재 상황에서조차 도입 경쟁력이 높은 민간 자본은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이에 민간의 직수입 물량은 점점 늘어나서 2005년에는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1.4%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22.4%에 이르렀다. 게다가 SK와 포스코 등 민간 자본의 뒤를 따라, 발전공기업들도 직수입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천연가스 직수입은 민간 자본에만 유리할 뿐 국민에게는 득이 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에너지 전환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그러하다.

첫째, 천연가스 직수입 정책은 가스 가격이 예외적으로 낮은 국면에서만 유리하다. 가스 가격이 상승하거나 가격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 되면 직수입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수급 책임을 지고 있는 가스공사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즉, 수급 불안정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둘째, 직수입의 불안정성은 천연가스 발전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천연가스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을 고려하면, 천연가스 발전 비용의 증가는 다시 에너지 전환 비용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직수입 물량이 늘어나면서 민간 자본이 운영하는 LNG 터미널 등 천연가스 관련 설비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발전공기업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천연가스의 사용 역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직수입 및 설비의 증대는 ‘설비 과잉’이 될 위험이 있다. 더 나아가 이것은 일종의 ‘잠금 효과’, 즉 천연가스의 사용을 더욱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민간 자본 입장에서는 설비 확충이 단기적인 수익 증대를 보장하겠지만,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날 뿐이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모든 부담과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하면 민간 자본이 직수입이라는 기회를 활용해 이윤 추구에 몰두하는 현 상황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문 전반에 퍼지고 있는 민영화 기조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에너지 전환은 더더욱 민간 자본의 배를 불리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천연가스든 재생에너지든 민간 자본의 수익 추구 대상이 되면 이들이 주도하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는 더 이상 공공재가 아니라 상품이 돼 버린다.

공공적이고 생태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천연가스가 ‘체계적으로 감축되면서’ 에너지 전환에서 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이제부터라도 민간 자본의 확장을 통제하고 가스공사 및 발전공기업의 협력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천연가스의 공공성 확립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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