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취임식 밖, “차별금지법 제정” 단식 30일

“국힘·민주당 모두 시민이 지켜보는 ‘평등의 심판대’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국회 밖,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이 30일째를 맞았다. 촛불로 들어선 정권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혐오 발언을 일삼은 새 정부는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두 인권 활동가의 단식이 30일째를 맞은 10일 오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국회 앞 농성장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취임사에서) ‘글로벌 리더’로서 대한민국이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인권을 확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를 세계에서 지켜보고 있다던 윤 대통령에게 고한다”라면서 “국제사회가 한국 사회에 수차례 권고·요구한 것이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예정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국회가 실질적인 입법 논의로 보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열기로 한) 공청회는 결의한 것처럼 얘기됐지만 여전히 날짜는 잡지 못했다. 차기 법사위 전체 회의는 언제 열릴지, 날짜가 언제 잡힐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난 30일 동안의 상황을 전했다.

단식 30일 차인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이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시민이 지켜보는 ‘평등의 심판대’에 올랐다고 경고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단연 자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시민은 자유롭다면서도 자유 시민은 자격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도 받고, 경제적 수준도 어느 정도 돼야 하므로 자유 시민이 되지 못 한 사람은 자유 시민이 연대해 도와야 한다고 했다”라며 그러나 “자유 시민이 따로 있고 아직 자유롭지 못한 시민이 따로 있지 않다. 인권의 기본을 모르는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아무리 인권을 언급해도 한국의 인권 현실은 곧 그가 인권, 심지어 자유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태껏 차별금지법 제정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명확히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민주당도 국민의힘과 같이 ‘평등의 심판대’에 똑같이 올라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단식 30일 차인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에 찾아와 단식자 건강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걱정해야 할 것은 자신들이 무시해 온, 차별을 견디는 수많은 시민의 삶”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30일간의 투쟁은 단식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매일 같이 수십 명의 시민이 동조 단식에 함께하고, 10만 문자 행동으로 국회의원에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시민들이 마지못해 (민주당을) 지지했던 것이 이번 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에 함께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민주당의 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에서 5일째 단식·농성 중인 이진숙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는 발언문을 통해 “(민주당의) 신속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실력을 전 국민이 봤다. 이제 차별금지법 차례”라며 “민주당은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라”라고 전했다.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온 조사를 근거로 기독교인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민김종훈(자캐오) 성공회 신부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과잉 대표된 목소리 뒤에 숨은 기독교인 국회의원에 묻고 싶다”면서 “지난 6일 발표된 한국갤럽 설문 조사의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의견 57%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이 없을까. 국민의힘 지지자 사이에서도 차별금지법 찬성 의견이 44%로 나왔다. 반대인 41%보다 많은 국민의힘 지지자가 차별금지법에 찬성한 건데, 이들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이 없을까.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기독교 목회자나 그리스도인들이 정말 다수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한편 지난 9일 밤에는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진행과 관련해 국회 앞 농성장이 강제 철거될지 모른다는 소식에 100여 명의 시민이 국회 앞 농성장에 모이기도 했다. 앞서 차제연은 자진 철거 요청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혔고, 같은 날 오후 대통령 경호처·국회 사무처·영등포경찰서 관계자로부터 강제 철거는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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