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0대 국정과제는 민영화 종합선물세트”

공공운수노조, 윤석열 정권 민영화 정책 추진 규탄 기자회견 열어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없고 추진 계획도 없다'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영역별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교통/산업/생활 인프라와 관련된 SOC분야, 전력시장과 에너지 산업 분야, 의료 분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민간투자를 확대하거나 매각하려는 시도들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는 30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없고 추진 계획도 없다’라는 해명은 국민 기만”이라며 “다양한 민영화 추진 계획이 ‘110대 국정과제’ 안에 명시되거나 녹아있다. 자본을 위한 '민영화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만큼 전체 공공부문에 걸친 모든 가용한 수단의 민영화 정책들로 가득하다”라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됐던 기능조정 방안에는 철도 자회사 분할, 에너지 공기업 상장 및 지분 매각, 중대형 주택분양 LH 철수 등이 포함돼 있었다”라며 “윤석열 정부도 이와 유사한 공공기관 지분 매각, 사업의 민간 이전, 민간위탁·외주화 확대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이미 정부는 ‘재정건전화’를 앞세워 공공기관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기획재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결정만으로 가능하기에, 이 점을 활용해 상당 부분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민영화가 예상되는 영역별 활동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이미 민간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채택했고, 이는 정부가 부인하는 ‘민영화’로 귀결될 것이라 주장했다.

정록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시장 중심 에너지 민영화 정책과 원전 확대가 결코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라며 “이는 오히려 위기를 가속화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 4월 28일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전력 판매시장 개방을 예고했다. 인수위는 ‘한전 독점 판매 구조’를 문제시하며,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 구조 확립”을 강조했다.

정록 집행위원장은 “국제사회가 지난 30년 동안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대응이라며 추진해온 정책들이 바로 지금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시장 기능 정상화’와 같은 ‘시장 육성책’이었다”라며 “하지만 단 한 번도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한 채 30년 동안 에너지는 수익성 좋은 상품이 됐고, 시장은 커졌으며, 온실가스는 급증하고 기업들은 배를 불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건 에너지 시장이 아니라 에너지 공공성”이라며 “에너지는 생태적 한계 내에서 생산되고 평등하게 누리는 공공재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의료민영화 추진에 매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승희 후보자, 새로 취임한 오유경 식약처장 등의 인선으로 봤을 때, 정부의 정책이 영리기업을 위한 의료민영화와 복지 축소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경우 식약처장 재직 시절, 의약품 및 의료기기 규제완화를 위한 정책들을 발의하고, 의료 보장성 강화정책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전 국장은 “또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써서 공공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을 지원하고 시설을 확대하겠다고 한다”라며 “민간병원은 지금도 늘어나는데 공공병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5%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 비중은 더 낮아져 결국 고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 현장 대표자들 또한 인천공항, 사회서비스원, 철도 등의 사업장에서 공공성이 축소되고 민영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대성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40% 매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 개인 발언이라며 이를 부정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출자회사 정리, 외주화, 민영화 등의 이야기가 나오니 과거로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할 수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천공항공사는 벌써부터 생산·효율성을 이야기하며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800명의 인력이 부족하지만 인력충원을 이뤄지지 않고 있고, 수익을 이유로 자기부상철도의 철도사업 폐업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인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현재 철도공사가 맡은 관제 및 시설유지보수 업무의 공단 이관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라며 “이는 철도민영화론자들의 오래된 주장으로, 관제와 시설유지보수 업무를 운영과 완전히 분리해야 운영부문에 복수의 경쟁사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회적 민영화든 은밀한 민영화든 핵심은 최종적으로 누가 이득을 챙기는가인데 철도, 전력, 가스, 의료, 수도 등 국민의 삶에 필수적인 공공재에 접근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사업자는 결국 재벌과 대기업뿐”이라고 강조했다.

오대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도 사회서비스원이 다시 민간중심의 운영 방식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오 지부장은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을 겪으며 취약계층의 차별과 반복되는 감염병 대책 부재 현실이 드러났을 때 이들의 일상을 지키고 돌봄의 질을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서비스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사회서비스원의 본래 취지인 ‘공공성 강화’에 반하는 민간중심의 사회서비스원 운영 정책이 시행돼 기관의 기능이 축소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추진 현황을 알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설 계획이다. 오는 23일 공공부문 민영화 문제를 알리는 토론회와 7월 2일 총궐기를 앞두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만일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정부 변명이 사실이라면, 이에 반대하고 싸움에 나서려는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 약속하라”라며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민영화를 강행한다면 공공부문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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