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된 민영화가 몰려온다”…민영화 비판 토론회 열려

공공부문 민영화 위기…“노동-시민사회 공동투쟁 구축, 하반기 집중 투쟁해야”

윤석열 정부는 공공부문 민영화 논란에 ‘검토한 적도 없다’라며 해명하고 있지만, 민간 주도 성장의 기조를 가진 새 정부 정책들이 결국 민영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은 민간 부문과 경합하거나 여타 공공기관에서 수행 중인 유사·중복되는 업무를 정비하기로 했는데, 서비스 공급 역할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대체하는 것 또한 민영화에 포함된다.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오후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민영화 정책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 민영화 정책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한편, 노동계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위장된 민영화가 몰려온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철 사회공공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영화는 작은 정부, 재정 긴축, 민간 주도(기업 주도), 시장주의, 규제완화를 핵심 정책기조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당연한 귀결”이라며 “자유, 공정, 혁신, 연대를 내용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 경제운용 비전의 본질은 공공부문을 구조조정·민영화하고, 에너지, 의료, 교통, 사회서비스 등의 공공서비스를 사기업에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또한 민영화를 내세우지 않고 ‘공공기관 선진화’ ‘공공기관 정상화’ 명목으로 민영화를 추진한 점을 들었다. 그는 “경제신문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그들은 민간과 경합하는 공공기관 업무는 조정하고, 인력 효율화와 출자회사 정리, 기관 신설 자제로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 정도로는 부족하며, 공기업 민영화까지 담은 과감한 공공개혁 청사진이 필요하다며, 공공부문 민영화의 군불을 때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공공부문 허리띠 조이면서, 부자감세하는 윤석열 정부

  김철 사회공공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209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강력한 재정지출 재구조화와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증가 등을 통해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할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증세계획 자체가 없고 오히려 대폭적인 감세마저 실시하기로 한 터라 재정준칙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 재정지출 효율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라고 내다봤다.

지난 5월 13일엔 기재부가 각 부처·지자체·공공기관에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을 위한 추가 지침’을 통보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이를 “각 부처가 규모와 대상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 사업 모두를 원점(Zero-base)에서 재검토하여 최소 10%를 의무적으로 구조조정한다는 것”이라며 “최소 10%”라는 표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이후 12년 만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장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자산 매각 또한 “민간의 완전한 소유권 이전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단지 재정 수입 마련을 위해 경영여건이 안정된 알짜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하자는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51.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주식이 상장된 공공기관은 사기업처럼 주주의 이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공공기관 운영이 공공성이 아니라 주주 이익 극대화와 수익성(기업성)에 더 많은 무게를 둘 수밖에 없도록 하여 공공서비스의 질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이어 “매년 1조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쓰일 공기업의 이익이 민간자본에 넘어가게 되며, 한전과 같이 최근 적자가 심각한 공기업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안을 도모하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전력·보건의료부터 철도·사회서비스까지 주요 공공부문 민영화 우려

우회적인 전력 민영화, 보건의료 분야 민영화 및 영리화 등이 대표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공공기관 업무를 상시·주기적으로 점검해 공공기관 업무 중 민간위탁이 가능한 업무를 위탁계약, 바우처 제공 등의 방법으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폐 공공청사를 소상공인 상업시설로 대부하고, 유휴 공공청사를 복합개발하여 청년 창업공간 조성에 활용하는 등 유휴 국유재산의 개발·활용, 개발 가능 국유재산의 범위 확대 등을 통해 민간참여개발을 촉진하겠다고 한 것은 재원에서 운영까지 공공부문이 할 일을 민간으로 넘긴다는 점에서 민영화라 할 수 있음. 이러한 민간참여 국유재산 개발은 당장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사회적 비용과 공공서비스의 질 악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영화가 우려되는 부문으로는 철도, 사회서비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될 보건의료·교육·언론·공공서비스 분야다. 철도의 경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안정성과 효율성을 들어 철도 관제권과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국가철도공단으로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사회서비스의 경우 “사회서비스원의 사회서비스 직접 제공 역할을 강화하기는커녕 혁신기반 구축 운운하며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민관협업 활성화”, “‘민관합동 사회서비스 혁신TF’ 구성·운영을 통해 공급기관 지원” 등과 같이 민간 지원으로 변경하고,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중심축을 공공이 아니라 민간 시장으로 옮기고자” 하고 있다.

토론에 참가한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중앙 및 시·도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민관협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돌봄 서비스의 공공 책임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사회서비스원 정책 자체를 형해화할 가능성이 농후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하며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사회서비스법(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해 원래 취지를 보완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민간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한다는 관련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사회서비스원이 결국 '민간이 기피하는 분야'에만 한정해 우선 위탁을 받을 수 있도록 수정됐다.

시민사회, “민영화는 재벌특혜”

토론에 나선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재벌그룹들은 이미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뛰어들 준비가 다 돼 있다고 했다. 권 국장은 “재벌그룹들은 이미 에너지 산업(발전, 가스 등), 폐기물처리, 하수도, 민자사업 등에 많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에스케이 그룹의 경우 대한송유관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 편입했으며, 발전과 가스 등 민간 에너지 계열사를 다수 늘렸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와 공공서비스(철도, 항만 등) 분야의 민영화가 확대될 경우 결국 재벌들은 건설사를 통한 시공이윤, 운영을 통한 운영수익 등 막대한 이윤을 가져가고, 향후 요금 등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임. 결국 민간투자사업과 민영화가 확대된다면, 이미 준비가 된 재벌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재벌특혜, 부자감세, 규제완화)에 제시된 정책으로도 재벌들은 막대한 특혜를 누리겠지만, 이후 민영화, 민간투자사업이 확대될 경우,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만 심화될 것”이라며 “과거 민영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분야를 민간에게 개방하고 넘길 경우, 결국 재벌계열사로 편입되어 몸집만 불려주고, 나아가 민자철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들은 향후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시민사회 공동 투쟁 구축해야…하반기 집중 투쟁 전개해야

강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두 번째 발제를 맡아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맞서는 노동·시민사회의 공동대응 방향을 제안했다. 광범위한 민영화 반대 여론을 조성하며 민영화 저지를 위한 사회연대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가 개시되는 10~11월에 맞춰 공동투쟁을 만들어 민영화 저지에 대한 대중적 요구를 각인시키고 저지 투쟁 전선을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주제준 전국민중행동 정책위원장도 “민영화 반대 여론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해당 노조 조합뿐 아니라 국민적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민영화 반대 공동행동’ 구성을 제안했다.

강 부위원장은 “일부 공공기관을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의 소극적 민영화 방지법이 아니라 공공부문 전반에 걸쳐 사회공공성 강화 필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위한 정부 기능을 강화하는 적극적 입법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라며 “노동-시민사회 진영이 함께 공공성 강화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립하고, 해외 재공영화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도출한 재공영화 방안을 담은 공동 입법 요구안을 마련해 민영화 반대 투쟁의 공동 목표로 제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예시로는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가 책무와 역할에 관한 법률(가칭)’ 등 공공성 강화 정책의 방향과 정부의 역할을 담을 포괄적 방식과 ‘사회공공성 강화 5법: ‘PSO 국고 지원’, ‘철도안전법’, ‘건강보험 국고 지원’,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간호인력인권법 제정’ 등(가칭)’ 등 공공부문별 개별법에 공공성 강화 내용을 반영한 세트 개정안을 제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7월 2일 ‘민영화-구조조정 중단과 공공성-노동권 확대를 위한 7.2. 총궐기 투쟁’에 나선다. 대규모 도심 집회를 통해 정부의 ‘더 강력한 시장주의’와 ‘위장된 민영화’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정부에 ▲민영화 중단·사회공공성 강화 ▲생활임금 보장·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확대·노정 교섭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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