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노동자 10명 중 6명 직장 괴롭힘 겪었다

사회복지의 날 맞이 토론회…"종사자 정신건강, 심각한 수준"

사회복지 노동자 10명 중 6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있다는 실태조사가 나왔다. 2019년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사용자가 가해자이거나 괴롭힘을 방치한 경우 원청인 지방자치단체·보건복지부가 운영 법인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복지의 날을 하루 앞둔 6일, 사회복지 현장 노동자들의 괴롭힘 경험 비율이 전체 직장인보다 높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지부),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에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토론회’를 열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출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노조가 지난 5월 2일부터 약 한 달간 313명의 사회복지 현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1%(185명)가 최근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올해 6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 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의 결과(29.6%)보다 두 배 높은 비율이었다.

사회복지 노동자 50%, 괴롭힘 관련 스트레스 심각…
회사에 대한 불신도 강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도 심했다. 이직·사직을 고민(36.7%)했다거나 병원을 찾고 있다(13.1%)고 답한 응답자는 49.8%에 달했다. 괴롭힘의 주된 가해자는 피해자보다 직급이 높은 상사나 관리자가 절반이 넘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시설장, 사무국장 등 시설의 고위관리자(32.9%) △팀장, 과장 등 중간관리자(23.1%) △법인 관계자(6.2%) △법인 관계자 등의 친인척(2.5%) 순으로 많았다.

또한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접 당하거나, 목격했을 때 대부분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하거나 개인적인 방식으로 대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참거나 모른 척 했다는 응답자 비율이 30.2%로 가장 높았고, 법인에 개인적으로 항의했다는 응답자가 24.1%로 뒤를 이었다. 반면, 고용노동부 지청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신고한 비율은 6.1%로 낮았다.

문제는 이미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2·3)이 시행됐음에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92.9%는 해당 법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법 시행 후 직장 내 괴롭힘이 실제 감소했느냐는 질문에는 27.8%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괴롭힘 예방 교육 역시 70.9%가 시행 중인 것에 비해 57.8%의 응답자가 일터가 괴롭힘 예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책이 형식에 그치다 보니, 응답자의 대부분(72.8%)은 괴롭힘으로부터 본인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괴롭힘을 신고해도 보호받지 못하고(76.0%), 회사가 사건을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을 것(78.6%)이라는 인식은 회사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실제로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사건에서조차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채준영 지부 한마음지회 지회장은 "몇 년 전 사무실과 생활실에 오가며 탄력적으로 근무하던 선임 교사의 사무실 책상을 사용자가 아무런 설명 없이 하루아침에 없앤 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지회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그 결과, 선임 교사의 책상을 원상 복구하라는 명령이 나왔다"면서 이에 따라 "선임 교사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게 됐지만, 그 자리에서 괴롭힘은 계속됐다.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관여하지도 않는다. 박주연 진도군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노동자는 직장에서 괴롭힘에 이어 해고까지 당했다. 그는 증언문을 통해 "지금까지 제가 부당한 일을 겪고 해고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은 결국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이기 때문"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청 지방자치단체·보건복지부, 적극적 조치해야"

실태조사 발표를 맡은 박영민 지부 사무국장은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문제와 5인 미만 사업장이란 이유로 괴롭힘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괴롭힘 행위자 처벌 강화와 사건 발생 사업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토론회에서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리관청의 적극적인 조치가 강조됐다. 상당수가 민간위탁 구조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의 구조상, 지원금 제한 등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권남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괴롭힘을 가한 사용자와 괴롭힘을 방치한 사용자에 대한 지원금·위탁 해지·자격 제한 등의 실질적인 제재를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복지부의 차원에서 해야 한다"라며 "동시에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실시 및 사업장 조사 후 적극적인 과태료 부과 처분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한편, 법원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무감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들어 사업주와 가해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인정 액수가 당사자의 고통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관련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한민옥 변호사(법무법인 논현)는 "법원은 성추행 등을 당한 피해자에게도 2~3천만 원의 위자료밖에 인정하지 않는다. 사망의 경우에도 유족들에 대한 최대 인정 위자료는 1억을 넘지 않는다"라며 "위자료 인정 취지는 당사자가 겪는 극심한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하는 것인데, 현재 법원이 인정하는 금액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법조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범죄행위, 직장 내 괴롭힘 같은 순수하게 고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제도를 통해 그 배상 금액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영민 사무국장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은 종사자의 정신건강 측면과 아울러 서비스의 질과 지역사회 안정화 등에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현장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면서 "노동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조합 결성 등에 대해서도 보다 긍정적인 현장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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