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방만 경영' 진단, 틀렸다"

공공운수노조·나라살림연구소, 5개 공공기관 경영분석 결과 발표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구조조정 정책의 배경으로 제시한 '공공기관 방만 경영'이 잘못된 진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재정 전문연구소인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의 부채 관리는 양호한 상태고, 일부 문제가 되는 기관 역시 경영 부실이 아닌, 정부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운수노조,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러한 내용의 분석 결과를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앞서 공공기관의 경영 부실을 지적하던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민간경합·유사 중복 기능의 조정 △조직·인력 슬림화 및 정원 감축 △예산 삭감 및 보수체계 개편 △자산 매각 및 출자회사 정리 △복리후생 점검·정비 등 구조조정 계획이 포함됐다.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이 막을 올린 가운데,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공공기관 진단과 정책의 타당성을 확인하고자 재무위험 기관으로 분류된 공공기관 중 5곳(한국철도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서울교통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공사)을 대표로 선정했고, 나라살림연구소에 경영 실태 및 부채 원인 진단 분석 연구를 의뢰해 이날 결과를 공개했다.

"정권 교체 전후로 180도 바뀐 '공공기관 경영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공공기관 경영분석(부채 원인 진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현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 경영 진단과 관련해 "공공기관 경영에 대한 평가가 두 달 만에 180도 바뀌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경영 지표는 변한 것이 없는데 평가가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연구위원과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작성한 '공공기관 경영분석_공공기관 경영 문제없다' 연구보고서가 분석한 다섯 개 기관을 각각 살펴봤다.

우선 연구진은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철도공사의 부채비율은 2017년(297.8%)에서 2018년(237.0%) 사이 60.8%p 하락했고, 지난해(287.3%)에는 전년도(247.8%) 대비 39.5%p 상승한 바 있다. 지난해 부채비율 상승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철도공사는 부채비율과 관련한 경영평가에서 최근까지 목표를 100%로 달성했다.

  이상민·김용원, "공공기관 경영분석_공공기관 경영 문제없다", 2022.9.27.

특히 연구진은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의 비중이 높아 적자가 발생하기 쉬운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가 형성된 이유는 '원가보상률(총괄 원가 대비 실제 판매 수입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의 원가보상률은 100%에 이른 적이 없고, 'PSO보상률(벽지 노선 운영 및 운임 감면 대상에 대한 정부 보상률)'이 낮다는 점이 한국철도공사의 매출액 대비 매출 원가를 높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설명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는 철도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철도공사가 기업의 수익을 위해 철도 요금을 상승시키거나 취약계층에 대해 요금 감면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한국철도공사라는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역시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가 높아 구조적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공공기관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이 공공재를 공급하는 공공기관 일반에서 나타난다고 강조하며,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영업이익률'과 '중장기재무관리계획 이행실적'에서 우수한 평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영업이익률 지표가 2018년 크게 하락한 이후 지속해서 달성도를 높이는 추세를 보인다"라며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은 2017년과 2018년 매우 낮았으나 2019년 이후 100%를 달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상민·김용원, "공공기관 경영분석_공공기관 경영 문제없다", 2022.9.27.

서울교통공사도 앞선 2개 기관과 비슷한 사례다. 연구진은 "요금 인상이나 무임 수송에 대한 재정적 보전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재무제표 분석을 통한 재무 안전성, 수익성은 개선되고 활동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경영평가의 계량 지표 또한 개선되는 추세를 보인다"라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의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지난 2020년 88.2%로 전년도(67.7%) 대비 20.5%p 증가했으나, 지난해 77.9%로 80%대 이하로 하락했다.

  이상민·김용원, "공공기관 경영분석_공공기관 경영 문제없다", 2022.9.27.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08년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수준(300%)으로 급증했음에도 부채 관련 경영평가 계량 지표 평가 결과가 양호한 상황이라고 분석됐다. 2008년 부채비율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국내 외 투자'에 많은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진은 "한국가스공사의 높은 부채비율은 무분별한 자원개발 투자로 발생한 문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현재 한국가스공사의 경영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이상민·김용원, "공공기관 경영분석_공공기관 경영 문제없다", 2022.9.27.

한국전력공사(한전)의 경우 연료비 상승과 그에 따른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한 것이 재무 상황을 악화시킨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재무제표 분석, 경영평가 결과, 인건비 분석 등에서 확인했듯 한전의 경영에 특별한 문제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하며 "현재 한전이 처한 부채 문제는 증가한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것에 기인하며, 이는 100%에 이르지 못하는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과 미미한 전기요금 인상률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상민·김용원, "공공기관 경영분석_공공기관 경영 문제없다", 2022.9.27.

한편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단체들은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치솟는 연료비 인상과 한전의 적자 누적에도 민간발전사의 수익은 극대화"했다며 "민간 발전사업자의 부당이익을 줄이고, 원가를 제대로 산정해 전기요금을 바람직하게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1)

"정부, 공공기관 구조조정 정당성 위해
방만 경영 낙인찍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구조조정 추진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에 악의적으로 방만 경영 낙인찍기를 시도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용석 민주노동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부채 증가와 관련해 기획재정부가 발표(2022년 4월)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7~2021년)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 폭(82.7조 원)이 자본 증가 폭(86.8조 원)에 미달해 부채비율은 오히려 감소(16.2%p)했다"면서 게다가 "한국전력·LH를 제외한 공공기관의 부채비율 감소 폭(24.4%p)은 부채 감축을 전면화한 박근혜 정부 수준(25.6%p 감소)에 근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인력도 지난 5년간 정규직이 10만 8,500명(35.3%) 증가했으나, 비정규직·소속 외 인력(간접고용) 감축(7만여 명)을 반영할 경우 순수 인력 증가는 3만 8,461명(8.9%)에 불과하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정규직 증가 폭은 박근혜 정부 기간(3만 5,815명)과 유사한 수준이기도 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아울러 박 연구위원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민영화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고 했지만, 이 또한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중 핵심 의제는 '민간 경합성’ 점검으로, 민간과의 경쟁 및 경쟁력 여부 등을 점검해 관련 사업을 민간으로 이관(매각·외주화·민간 참여 확대 등)한다는 점"이라며 "박근혜 정부에 이어 철도·전력·가스 등의 경쟁체제 확대 및 민간 참여를 통해 철도·전력·가스공사의 기간 사업자 지위를 약화(부실기업화)시켜 민영화 추진 기반을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우회적 민영화’ 추진으로 간주된다"라고 전했다.

인력 감축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초과 현원(현재 근무)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하면서 신규 채용 규모의 감소 최소화라는 양립 불가능한 모순된 정책을 제시하고, 결과적으로 인위적 구조조정 방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라며 또한 "임금 조정 및 임금체계 개편은 민간 부문 임금 억제 및 전 사회적인 노동시장(노동시간·임금체계 등) 구조 개악을 위해 선도적으로 공공기관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공공부문의 경영실태에 대한 '잘못된 진단'으로 대국민 공공서비스 제공 및 시민 안전에 필요한 인력과 사업조차 축소하는 자구안이 수립·제출돼 그 피해가 오롯이 국민에게 전달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박 연구위원도 "현재 한국 사회가 불평등 심화 및 사회안전망 취약 등 전환기적 상황에 따라 국가 책임하에 공공서비스 확대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라며 "공공기관노조들의 강한 단결 및 광범위한 진보·시민운동진영의 연대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찬 공공기관 혁신(구조조정) 정책을 철회시키고, 시대 상황에 역행하는 퇴행적 유산(시장화 적폐)을 반드시 청산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1) <참세상>, "4월로 끝나지 않을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논쟁", 이헌석,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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