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오는 10일 총파업 "공공성 후퇴, 막겠다"

의료연대본부, '인력확충' '국립대 공공성 강화' '공공병원 민간위탁 추진 금지' 등 요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본부)가 윤석열 정부의 의료공공성 강화 역행 시도에 맞서 총파업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본부 소속 사업장들은 의료공공성 요구와 함께 사업장별 현안을 갖고 오는 10일 총파업 총력투쟁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부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대강당에서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장 실태와 요구안을 설명했다. 이번 파업 요구에는 크게 △인력확충 △국립대병원 공공성 강화 △공공병원 강화·민간 위탁 추진 금지 등이 담겼다.


파업은 조정신청 17개 단위 중 미타결 사업장을 중심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미타결 사업장은 △국립대병원 4곳(강원대학교병원·경북대학교병원·서울대학교병원·충북대학교병원) △민간사립대병원 2곳(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청구성심병원) △비정규하청 2곳(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주차/경비/미화·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장례식장) △시설 요양 2곳(한남요양원·중계요양원) 등 10개 단위다.

정부의 인력통제, 노사합의 인력 충원도 막는다

그동안 본부는 정부의 과도한 인력통제로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해온 바 있다. 정부가 국립대병원의 증원 요청을 불승인함에 따라, 노사 간에 합의한 인력 충원조차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본부의 지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은 지난 2020년 7월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으나, 정부의 정원통제로 일부 청소노동자들이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다. 칠곡경북대병원의 청소노동자 33명 중 14명은 상시업무에 해당하지만, 비정규직이고, 같은 병원의 침상 환자 이송 5명, 간호조무사 순환 인력 2명, 수술실 간호조무사 2명에 관해서도 노사가 합의했지만 충원되지 않았다.

이날 본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지난 3년 동안에도 교육부·기획재정부는 국립대병원들의 증원요청을 불승인해왔다. 의료연대본부가 있는 국립대병원들이 각각 교육부로 요청한 증원 정원 중 불승인 인력 수는 2020년·2021년·2022년 순서대로 강원대학교병원 120명·31명·25명, 경북대학교병원 653명·725명·838명, 서울대학교병원(본원·분당분원) 107명·449명·596명, 제주대학교병원 32명·36명·65명, 충북대학교병원 123명·48명·204명 등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29일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원은 더욱 감축될 위험에 놓였다. 이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전국의 국립대병원들은 총 423명의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본부에 따르면, 이 인력의 대부분은 코로나19 환자치료에 투입됐던 간호인력들이다. 이 인력이 한시적 증원이었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현지현 의료연대본부 사무국장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내용 중에는 올해 현원에 맞춰 정원을 감축하는 것과 함께 2023년도 정원 또한 감축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라면서 "정원을 계속해서 감축하게 돼있기 때문에 인력 충원은 더 이상 없다는 얘기와도 같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원대병원은 향후 5년간 95명의 인력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7월 7일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간호사들은 하루 평균 22.6명의 입원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간호사 1인당 환자 5명, 일본 간호사 1인당 환자 3명, 호주 간호사 1인당 환자 7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간호인력 근무여건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2018.12)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간호인력들의 하루 걸음 수가 기본적으로 2만 보를 넘고, 3만 보가 넘을 때도 있다는 본부의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인력 부족으로 지난 2019년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 강화 대책으로 내놓은 '위험 작업장에 대한 2인 1조 근무 의무화' 방침도 소용없게 됐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자신의 안전과 환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자 1명이 사다리 작업을 하는 모습. [출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노동자 1명이 환자 이송하는 모습, 노동자 1명이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출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파업참가 단위인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윤태석 분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정책 폐기를 촉구했다. 윤 분회장은 3,800여 명의 조합원이 진행할 파업 투쟁에서 "보편적 권리인 공공의료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아닌 국립대병원의 기능을 축소하고 조직과 인력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인력을 축소하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정책 폐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립대병원 주무 기관인 교육부는 병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한 노정교섭에 즉각 응하고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도 말했다. 이는 이번 본부의 요구안이기도 하다. 인력 등 노조의 주요 요구와 관련한 정부와의 노정 교섭, 국립대학병원의 사용자 단체인 '국립대학병원협회'와 교육부, 노조 등 3주체가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 등이 본부의 세부 요구다.

민간사립병원, '1년 10개월' 고용…미해결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민간사립병원에서는 아직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가 남아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에서는 정규직 전환을 피하고자 '1년 10개월'을 고용하는 관행도 남아있다.

배호경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분회 분회장은 비정규직의 계약만료와 재채용 과정에서 수년간 인력·업무 공백이 발생했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의 비정규직 사용실태를 보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숙련된 인력을 내보내고 비정규직으로 돌려막기하고 있다"라며 "진단검사의학과 채혈팀의 임상병리사는 100% 비정규직이고, 병동의 간호조무사는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다. 또 환자 이송팀의 간호 보조 인력도 모두 비정규직이다. 병원은 정규직화 법적명분을 회피하기 위해 1년 10개월 고용 후 계약을 해지한 뒤 2개월 뒤에 같은 사람을 다시 재채용한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정액제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87%만을 받고 있다.

현실화하는 윤 대통령의 공공병원 민간 위탁 공약

공공병원을 강화하고 민간위탁 추진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도 이번 파업의 주요 요구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공병원을 국립대병원‧상급종합병원에 위탁하겠다는 공약은 현재 지자체들이 지방의료원들을 지역 내 대학병원에 위탁하려는 흐름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대구의료원, 김천의료원, 안동의료원, 포항의료원 등이 현재 이러한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해 본부는 "지자체의 자금 지원이 지방의료원 수탁 조건으로 제시됐던 선례를 볼 때, 최악의 경우 지자체에서 대학병원의 지방의료원을 통한 돈벌이를 지원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라며 "현재 지방의료원 수탁 기관으로 거론되는 곳이 국립대병원이라는 점에서 민간 대학병원보다는 수익 위주의 경영이 노골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공공의료보다는 대학병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데 활용될 우려는 여전히 크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마산의료원이 인구와 의료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창원 지역에 있다는 것으로 경상대병원이 수탁을 결정한 점, 원광대병원이 군산의료원에 대한 의료인력 등을 지원하다가 적자가 심하다는 이유로 책임 경영을 포기하고 위탁에서 철수한 점 등의 근거를 들었다.

한편 본부는 인력확충을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정하는 '간호인력인권법' 제정과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편, 감염 병동 인력기준 마련, 보건 의료인력 기준 마련,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가 공공성과 노동권을 축소하는 정책들만 쏟아냈다고 비판하며 "강원도에 영리병원을 도입하려고 법안을 발의하고, 지방의료원을 민간에 위탁하고, 민간보험사에 CT, MRI 등 환자의 의료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등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면서 "거꾸로 가는 세상을 바로 돌려놓고 제대로 세우려고 한다. 의료를 민영화·상품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들을 폭로하고, 의료비 폭등을 야기하는 영리병원의 광풍은 무엇인지, 국민의 삶에 어떤 위악이 있는지 알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대해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IMF때 경험한 것과 비슷할 것이다. IMF 때 예산과 인력을 절감하라고 해서 서울대병원에서 실제 핸드타월을 다 없앴다. 이후 갑자기 항생제 내성균이 급증해서 감염 환자들이 속출하여 다시 핸드타올을 사용했다"면서 “이런 일들이 병원에 대한 인력과 예산 감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운수노조는 11월 10일 의료연대본부 총파업을 시작으로 11월 24일부터 12월 1일에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아 10만 5천 명의 노동자가 총파업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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