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자본주의

[INTERNATIONAL2]

지난 10월 28일,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소셜 미디어의 사유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 트럼프 및 보수우익의 재기와 파시즘 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민주적이고 공공성이 확보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파더보른 대학교수이자 미디어 통신 분야 연구자인 크리스티안 푹스(Christian Fuchs)는 인터넷의 자본주의적 식민화는 대중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항하는 공공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커스》가 ‘로자 룩셈부르그 재단’에 실린 그의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자본주의’ 기고문을 번역 및 편집해 싣는다. (편집자 주)

1,950억 달러의 재산을 소유한 일론 머스크는 올해 11월 기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이다. 지난 10월 말 그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했다. 트위터는 월간 사용자가 4억 3천만 명이 넘는, 세계에서 16번째로 많이 이용되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자동차 및 에너지 기업인 테슬라를 통해 재산을 모은 머스크는 1억 1,5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열렬 트위터 사용자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버락 오바마 다음으로 인기가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는 웬만한 팝스타나 유명 정치인들 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자본주의 소셜 미디어의 특징은 불균형한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1다. 그들은 디지털 광고 판매로 경제적 자본을 축적한다. 이들의 소셜 미디어는 문화 자본 축적을 위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문화 자본을 평판, 인정, 가시성의 힘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문화 상품은 자본주의 인터넷에서 불균형적으로 배포된다. 소수의 유명 인사가 온라인에서의 관심을 제어하고 집중시킨다. 일론 머스크의 경제와 문화 자본 역시 트위터로 수렴됐다. 그는 자신이 상당한 문화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트위터에 자본을 투자했다.


일론 머스크는 왜 트위터를 샀을까?

경제는 정치와 문화를 기계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머스크가 단순히 트위터의 도움으로 더 많은 돈을 벌려 한다고 가정할 순 없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같은 억만장자들은 자본 축적을 직접 추구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하다. 머스크는 “경제(Twitters)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는 트위터가 “민주주의의 기능에 중요하다”면서 “세계의 자유를 돕는다”라고 주장한다. 머스크는 대중의 인정과 영향력을 원하며, 트위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그가 상상하는 방식으로 트위터를 모델링하고 싶어 한다. 그는 자기 돈을 오늘날 정치 문화적으로 중요한 인터넷 플랫폼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다.

머스크는 분명 트위터의 수익성 창출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그는 3,7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아울러 트위터의 프리미엄 기능인 ‘트위터 블루’ 사용료를 8달러로 인상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분명 트위터의 경제를 바꾸는 것이 머스크의 목표 중 하나지만, 그것이 주된 동기라고 볼 순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이해는 자유주의적이다. 그는 트위터를 자유주의 매체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래서 머스크의 동기는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다. 자유주의는 리처드 바브룩과 앤디 카메론이 말하는 ‘캘리포니아 이념’과 맥을 같이 한다. 그것은 실리콘밸리와 기술 산업에서 지배적인 세계관이다. 그것의 특징은 ‘시장근본주의’와 ‘국가 규제에 대한 반대’다.

캘리포니아 이념의 전형적인 징후는 1990년대 사이버 공간의 독립 선언으로 나타났다. 당시 미국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전 멤버 존 페리 발로우는 ‘산업화된 세계의 정부’를 향해 인터넷에서 손을 떼라고 소리쳤다.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국가의 인터넷 감시와 검열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통신수단의 자본주의적 식민화 역시 민주적인 대중을 위협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은 발로우의 ‘독립 선언’과 머스크의 세계관 같은 자유주의에서 지워진다.

일론 머스크에게 ‘언론의 자유’는 무엇을 의미할까?

머스크는 ‘자유’를 모든 것에 대한,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상당히 많은 파시즘과 혐오가 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가를 둘러싼 페이스북 스캔들을 비롯해, 새로운 파시즘의 부상, 음모론, 가짜 뉴스 등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하지만 머스크는 민주 세력이 유튜브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 문제적 콘텐츠를 삭제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을 싫어한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말하고, 원하는 만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자유주의적 이념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자신을 “언론의 자유 절대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민간 우주 회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 위성 네트워크가, 러시아 뉴스 채널의 접속을 차단하는 걸 거부했다. 하지만 이들의 관용과 다양성, 표현의 자유는 기업의 이익에 위협이 될 때 빠르게 진압된다. 과거 테슬라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독일 국영 공영 방송 ZDF는, 지난 3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공장 개장식 취재를 거부당했다. 기업에게 ‘표현의 자유’란 자본 축적의 자유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자들만을 위한 것이다.

트럼프 2.0?

우익 선동가들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반겼다. 트위터 팔로워가 약 9천만 명에 달했던 트럼프는 지난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 폭동 이후 트위터 계정 영구 정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트럼프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해 “트위터가 이제 건강한 손에 들어갔다. 더 이상 우리나라를 싫어하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결국 일론 머스크는 11월 19일 트럼프의 계정을 복구했다-편집자 주) 트럼프는 트위터 영구제재 조치 이후 공개석상에서 다소 조용해졌다. 그는 자신이 만든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로 옮겨갔지만, 이곳은 대중의 광범위한 반응을 얻지 못하는 공간이었다.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온라인 사이트다. 주요 목표는 트럼프를 위한 기부금 모금 활동이다. 반면 트위터는 트럼프가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트럼프의 트윗은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CNN 등에서 정기적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으며, 이는 미디어에서 트럼프의 존재감을 더욱 강화하는 문제를 낳았다.

만약 트럼프가 2024년 미국 대선에 출마하고,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그를 홍보한다면 어떻게 될까? 트럼프의 트위터 팔로워는 9,000만 명에 달한다. 분명 팔로워가 2,700만, 1,300만 명에 불과한 조 바이든이나 카멀라 해리스보다 선거운동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만약 트럼프 2.0 시대가 온다면, 머스크도 이러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권위주의, 군국주의, 과대망상에 찬사를 보내는 트럼프를 생각하면 무서운 전망이다. 아마도 대규모 세계 평화 운동은 세계대전과 핵전쟁, 지구 생명의 절멸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트럼프나 시진핑, 푸틴 등이 지배하는 권위주의 정치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머스크와 노조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가 소프트웨어 업계를 지배하면서 노동조합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임금을 받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21세기 디지털 노동 귀족이 돼 자신이 노동자임을 밝히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머스크가 트위터 직원 3,700명을 해고한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계급적 지위를 재고하고, 디지털 노동자들의 자율적이고 글로벌한 노동조합이 결성될 수 있는 계기다. 최근 페이스북 역시 1만 1,000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캘리포니아 테슬라 공장에서 노조 활동을 하던 노동자 리처드 오르티즈가 해고됐다. 2021년, 노동법원은 이 해고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노조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해 왔다. 일례로 그는 “노조가 민주당을 통제하는 정도가 미쳤다”라고 트윗했다. 올해에도 바이든이 “노조에 너무 사로잡혀 있다”라는 이유로 공화당원을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의 공동 설립자 잭 도시는 올해 4월, 트위터가 재산이 아닌 “공공재”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머스크)는 내가 신뢰하는 유일한 솔루션이다. 나는 그의 사명을 믿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위터 직원 중 절반이 해고당한 것은 진보나 지혜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트위터의 수익 위기와 정치 경제

개인화된 타깃 광고는 소셜 미디어의 지배적인 자본 축적 모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전 세계 디지털 광고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디지털 광고는 단연코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광고 형태이며, 무엇보다 뉴스 미디어의 위기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 모델은 트위터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집중도가 높고 지속 기간이 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달리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는 광고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다. 짧은 트윗의 빠른 처리 속도는 사용자의 관심을 광고로 유도하지 못한다. 2006년에 설립된 트위터는 줄곧 손실을 입어왔다.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2020년부터 올해까지 또다시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가 지금까지 자본을 축적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째서 트위터의 전 경영진들이 머스크를 고소하면서까지 그것을 팔려고 안달이었는지를 설명한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9명의 이사진을 해고하고 단독 사장이 됐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면, 트위터의 작동 방식이나 자본 축적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관심을 더 오래 끌 수 있는 비디오 영상 기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광고를 판매할 수 있다. 또는 사용자가 엑세스 또는 특정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트위터의 정치 경제의 미래는 불확실하며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머스크가 어떤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지, 사용자들이 그것에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

머스크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서 부를 쌓은 루퍼트 머독과 같은 고전적인 미디어 재벌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부를 축적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같은 디지털 자본가도 아니다. 머스크는 1990년대 인터넷 산업에서 활동하던 인물이다. 그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X.com을 설립했고, 이후 피터 틸의 콘피니티와 합병해 페이팔 결제 서비스가 됐다. 2002년 회사가 이베이에 매각될 때까지, 머스크는 약 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그는 2003년 설립한 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CEO이자 주요 소유주로서 큰돈을 벌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산업 자본이 디지털 자본을 사들이는 데 사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테슬라는 대중과의 소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트위터는 세계 모든 사람이 소통하는 창구다. 억만장자가 정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로울 것 없지만, 머스크 같은 개별적인 자본가가 대중이 소통하는 플랫폼의 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일이다.

마스토돈과 공공 인터넷 플랫폼: 민주적 대안?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자본주의 통제에 대한 민주적 대안은 공공 서비스 인터넷, 즉 공공 서비스 미디어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공공 서비스 미디어, 공공 서비스 인터넷 선언문2’은 이러한 요구를 담고 있다. 트위터는 대중에게 중요하다. 국가와 자본을 뛰어넘는 공공재로서, 디지털 민주주의를 증진할 수 있다. 하지만 억만장자들의 사적인 놀이터로서의 인터넷 플랫폼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그들은 특정한 이익에 따라 형성되고, 최악의 경우 전쟁과 파시즘을 조장한다.

트위터에 실망한 사용자들은 2016년에 만들어진 무료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마스토돈(Mastodon)’으로의 전환을 선전하고 있다. 이것은 로컬조직에서 개별 서버(즉 인스턴트)를 운영하는 분산형 단문 메시지 서비스다. 사용자를 팔로우할 순 있지만 글로벌한 해시태그나 게시물 및 검색은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마스토돈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원칙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 사용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경우, 대규모 온라인 대중을 모으는 기능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진보 언론의 역사는 자원 부족, 주변적, 자발적, 자기 착취, 저임금, 무급 노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작고 영향력이 크지 않은 진보 언론은 민간 미디어 회사의 통신력에 대항하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한다. 반면 그들이 더 성장하면 자본화의 위험, 즉 자본으로의 전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왓츠앱, 스냅챗 같은 민간 자본주의 인터넷 프로젝트나, 틱톡, 웨이보, 브콘탁테(VK), 오드노클라스니키 같은 국가 자본주의 프로젝트의 대안을 만들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공공 인터넷과 플랫폼 협동조합이 가진 관점과 결합은 분명 기회지만, 트위터 등에 대항할 만큼의 개발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새로운 파시즘 시대에 진보 운동과 정당들은 대중 소통의 영역에서 동등해지기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다. 과연 민주적 디지털 공공 영역을 만드는데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야만성에 빠질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각주>
1. 고객 집단의 관심에 맞춰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해 시장을 형성하는 경제활동.
2. 2021년 6월 17일, 200명의 국제 미디어 전문가가 작성한 선언문으로 1천 명 이상의 학자들이 여기에 서명했다.이들은 “지배적인 상업 디지털 플랫폼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라며 공익적이고 독립적인 매체의 필요성과 공공적인 인터넷 창출 등을 요구했다.

원문. https://www.rosalux.de/news/id/49524/elon-musks-twitter-kapitalismus
원제. Elon Musks Twitter-Kapitalismus
번역. 윤지연
원문 발행일. 2022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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