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흰 종이를 마주하고 있는 당신에게

‘2023 길동무 문학 학교’를 열며

문학을 가르친다는 말에 알레르기가 있는 이유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 느낀 따분함 때문입니다. 해석 위주의 수업이 무용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정해진 답을 알아맞혀야 하는 문학 시간이 갑갑했을 뿐입니다. 문학이란 무엇일까요. 수많은 이가 문학을 정의했지만, 선뜻 하나로 규정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한 가지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의 가능성입니다. 그 가능성은 인간의 가능성과 닮았습니다. 인생이 정해진 길을 향한 여정이 아니듯 문학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질문들이 문학을 이룹니다.

‘길동무 문학학교는 작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 창작 교실 담임 교사가 돼 학생들과 함께 시를 읽고 썼습니다. 여전히 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이 겸연쩍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 즐거움을 많은 이와 나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목적 중 하나는 변화입니다. 우리는 문학에 변화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킨 문학들이 있었고요. 시인이 돼 세상을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할 때도 있었습니다. 치기 어린 시절을 지나 알게 된 것은 문학이 나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문학을 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문학이 무엇인지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어떤 사람이 글을 쓰려고 하는 걸까요?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에 발맞춰 다양한 글쓰기 수업들이 개설되고 있고요. 모두가 이 세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을 ‘균열’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이가 일상에서 균열을 발견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글 쓰고 싶은 열망에 휩싸이고 작가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출처: Unsplash, Mike Tinnion]

책상에 앉아 흰 종이를 마주하고 있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쓰는 자가 존재하려면 읽는 자가 있어야 합니다. 읽는 자의 애정이 쓰는 자를 계속 쓰는 자로 만듭니다. 길동무 문학 학교가 글쓰기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에도 ‘길동무 문학학교’ 시 창작 교실 2학기 담임교사가 돼 학생들을 만납니다. 회의적인 성격 탓에 수업에 자신은 없지만, 마음을 다해 당신의 시를 읽고 들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과 마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상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얼마 전 모 도서관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땅에 발을 딛고 시를 쓰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다른 문학과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요. 문학의 상상력으로 사실 너머에 있는 진실을 살아내야 한다고요. 그 길이 묘연하게 느껴지는 이가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캄캄하고도 막연한 여정에 길동무가 돼 줄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당신을 기다립니다.

※ <2023 길동무 문학학교> 바로가기: https://www.gildongmu21.com/길동무-문학학교
※ 수강신청 바로가기: https://bit.ly/길동무문학학교_수강신청
ㅇ 신청 기간: 2023년 2월 22일(수) ~ 3월 20일(월)
※ 신청 결과는 수강신청서(자기소개서 필수) 접수 후 3일 내에 개별 연락드립니다.
ㅇ 문의 : 02-535-3465, office@gildongmu21.com

최지인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10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하고 제40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를 펴냈다. 창작동인 ‘뿔’과 창작집단 ‘unlook’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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