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인천1센터 폐쇄…전환배치 과정에서 무한 대기와 불안 속출

쿠팡, 전환배치 과정 항의한 노조 간부를 업무 방해로 신고하기도

지난 2월 19일, 쿠팡 인천1물류센터가 완전히 폐쇄됐다. 인천1물류센터에는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 노동자들은 2월 한 달간 여러 다른 센터로 전환배치되거나, 조용히 회사를 그만뒀다. 전환배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는 과연 잘 지켜졌을까?

센터 폐쇄가 처음 노동자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1월 17일, ‘INC1 FC 운영관련 안내문’을 통해서였다. 해당 안내문을 통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쿠팡 인천 1물류센터(INC1 FC)의 임대계약 기간 만료로 2월 25일 토요일까지만 정상운영을 한 뒤 폐쇄될 것이라 공지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같은 날 INC1 통합 및 전환배치 설명회를 열고, 근무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전환배치되길 희망하는 센터, 공정, 날짜를 조사지에 기재하도록 했다. 해당 조사지에는 2월 5일 일요일부터 일주일 단위로 총 4차례에 걸친 전환배치 시행 날짜 중 희망하는 날짜를 적게 되어있었다.

  지난 1월 17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게시한 센터폐쇄 관련 안내문(왼쪽)과 쿠팡이 1월 17일 설명회 이후 노동자들에게 배포한 전환배치 관련 조사지(오른쪽)

쿠팡물류센터노동자들이 쿠팡물류센터지회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센터 폐쇄 소식을 접한 후, 1월 26일 공문을 통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4가지 사항을 사측에 요구했다. 첫째, 쿠팡 인천1물류센터 모든 노동자를 각자 희망하는 전환배치 1지망 센터/근무조/공정에 배정할 것. 둘째, 센터별 전환배치 TO 및 신청 현황을 쿠팡 인천1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할 것. 셋째, 전환배치 과정에서 노동조합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넷째, 폐쇄는 회사 경영상의 이유에서 초래된 사안이고, 그 피해는 출퇴근 거리의 변화, 근무조나 공정 등 노동환경의 급작스러운 변경, 같이 일하던 동료와의 헤어짐 등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므로 노동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위로금 등)을 지급할 것 등이다.

  전국물류센터지부가 쿠팡 인천1센터에 보낸 전환배치 관련 요구 전달 및 센터장 면담요청 공문

같은 공문에서 지부는 폐쇄과정과 전환배치 조치에 대한 회사의 상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인천1물류센터 센터장과 HR 담당자와의 면담도 요구했다. 그러나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경영상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노동조합과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신을 보냈다.

  2월 2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서 노동조합에 보낸 회신

센터 폐쇄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분회 최효 분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효 인천센터 분회장은 전환배치 과정에서 발생했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회사가 1월 17일에 전환배치 설명회를 했어요. 그때는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맞춰줄 것이다’ ‘웬만하면 (지망한 곳으로) 보내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알려주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조합원들조차 설명회 때 회사의 호언장담을 듣고는, 전환배치 과정이 매끄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전환배치 과정이 시작되자, ‘(전환배치 정보에 대해)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알려주겠다’는 설명회 때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인천 21센터로 전환배치를 희망했던 노동자들은 2월 5일 자로 1차 전환배치가 완료됐어야 했다. 만약 전환배치가 TO부족 등의 사정으로 어려워졌다면, 최소한 전환배치 일주일 전인 1월 29일까지는 그러한 정보가 노동자에게 통지됐어야 했다. 그러나 지부가 회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던 시간인 2월 3일 16시 30분경까지도 인천21센터를 1지망으로 적어낸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어떠한 안내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이에 2월 3일 16시 30분경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분회 정성용 (당시) 분회장과 최효 (당시) 부분회장은 센터 앞에서 1차 전환배치 직전까지 전환배치에 관해 연락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 항의하며, 센터담당자와의 면담을 거듭 요구했다. 이에 쿠팡 측 관련자로 추정되는 자는 현장에서 “시스템적으로 (안내문자를) 발송한 기록이 있다”고 답변했다. 정성용 분회장과 최효 부분회장은 문자를 못 받았다는 현장노동자들의 명확한 증언이 있고, 서로 다른 사실관계를 말하고 있으니 권한과 책임이 있는 센터 담당자와의 면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자고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쿠팡 측은 그날 노동조합의 센터 출입 자체를 거부했다. 나아가 센터 측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을 경찰에 업무방해, 공동주거침입,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신고했다.

  2월 3일 최효 당시 부분회장이 인천 1센터 앞에서 쿠팡 측 관리자에게 전환배치 문제에 대한 센터 내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2월 6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효 (당시) 부분회장은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회사의 태도에 대해 “갑작스러운 전환배치에 노동자들이 느낄 불안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교섭위원과 센터 관리자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다.

“특정 센터를 지원한 사람들은 그 어떤 연락도 못 받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화가 많이 났습니다. 쿠팡이 현장과도 소통이 안 되지만 본인들끼리도 소통이 잘 안됐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무한정 회사의 연락을 기다리는 분들이 HR사무실에 가면 사무실에서는 '자기들도 모른다' '자기들 권한이 아니다' '그냥 기다리셔라'라는 말만 하고, 교섭에서 이를 지적하면 '우리는 그런 적 없다', '사실관계 제대로 알고 있는 거 맞냐' '우리는 연락을 다 미리미리 했다'라고 자신있게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조합원들, 그리고 현장 노동자들과 소통을 해보면 연락을 하나도 못 받고 있고, 사무실에서는 그 어떤 말도 안 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도 참 소통이 안 되고 있고, 갑자기 자기들 잘못이 아닌데도 근무환경이 바뀌는 불안감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도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3월 18일 최효 분회장과의 추가 인터뷰에서, 전환배치에 대한 안내연락이 노동자들에게 제때 전달되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1차 시기(2월 5일)에 전환배치를 희망한 조합원이 2월 15일이 되어서야 전환배치 여부에 대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2월 15일 이전에 해당 조합원은 센터에 있는 전환배치 담당자를 찾아도 가봤지만 센터에서는 ‘모른다’라는 답변만 들었어요. 교섭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거듭 ‘시스템상 연락을 보낸 기록이 있다’라고만 얘기했습니다. 결국 해당 조합원은 2월 15일에서야 연락을 받고 3차 시기(2월 19일)에 전환배치를 가게 됐어요. 만약 2월 5일에 전환배치가 어려운 사정이 생겼다고 한다면, 회사가 설명회 때 약속한 대로 최소한 일주일 전인 1월 29일에는 그러한 사정에 대해 설명했어야 하는데, 2월 15일까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것이죠.”

또한 2월 26일에 센터를 폐쇄하기로 했던 기존 계획과 달리, 실제 센터 폐쇄는 2월 19일로 앞당겨졌다. 그래서 4차 시기(2월 26일)에 전환배치를 희망했던 이들은 모두 2월 19일에 예정보다 일찍 전환배치를 가는 것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쿠팡 인천 1센터 앞에서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이 전환배치에 관련 요구안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다.

최효 분회장은 “전환배치와 센터 폐쇄 문제는 회사의 경영상 이유이지 노동자의 잘못이 아닌데, 그 피해를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밝혔다.

“(2월 3일) 항의방문을 갔을 때에도 본사 임원들은 현장 노동자들이 연락받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고, 오히려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고 있냐면서) 저를 혼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현장에서 재확인한 결과, 분명 2월 5일 자로 전환배치를 신청한 조합원은 그 시간까지도 연락받지 못한 상황이었어요. 조합원 중엔 원하는 센터로 갈 수 있을까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고 한 분도 있었습니다. 전환배치는 노동조건의 변경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전환배치 과정에서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어지지 않는지, 셔틀버스가 근처에 다니는지 등 센터의 위치도 중요할뿐더러, 어떤 물품을 취급하는 센터인지도 중요합니다. 일반센터와 (식품, 생물 등을 다루는) 신선센터는 작업방식이나 근무환경이 아주 다릅니다. 또 일반센터 중에서도 상품 무게에 따라, 일반적으로 쇼핑카트에 실을 수 있는 물건을 취급하는 센터도 있고, 가구나 시멘트 등의 중량물을 취급하는 센터도 있습니다. 예컨대 부천 1센터는 시멘트와 벽돌을 다루는 센터입니다. 대신 이러한 센터는 중량물 수당이 따로 지급돼요.

만약 일반센터를 지원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무거운 물건이 있는 센터로 가게 되면 생각지 못한 근무환경 변화에 큰 불이익을 겪게 됩니다. 정말로 TO상황 때문에 (희망하는 센터에)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는 그런 상황을 미리 알고 차선책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대비를 위해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는 게 현장의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것인데, 회사는 그런 것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고 파악할 의지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섭위원은 ‘시스템상으로 기록이 있다’라고 말했지만, 현장노동자가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면 직접 현장노동자에게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런 점에서 쿠팡이 노동자들을 그저 도구와 수단으로만 생각한다고 느꼈습니다.”

최효 분회장은 2월 3일 항의방문에 대해 쿠팡이 대화거부와 경찰신고로 대응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노동조합을) 전혀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전환배치) 설명회 땐 ‘최대한 모든 걸 다 맞춰주겠다, 미리 연락주겠다’라고 약속했으나, 실제로 연락을 못 받은 조합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항의방문으로 이를 문제제기한 것입니다. 인천 1센터에는 7년 넘게 근속한 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인천21센터 말고도 4센터를 지원했는데도 연락을 아예 못 받고 붕 뜬 상태로 무한정 기다린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설령 원하는 곳으로 전환배치를 가게 되더라도 일터가 바뀌는 것 자체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연락이 안 오니, 더욱더 불안했을 것입니다. 노동자가 전환배치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계획이 틀어질 경우)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연락하는 게 중요한데, 설명회 때 회사가 했던 약속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항의방문을 했던 것입니다. 노조는 조합원을 보호해야 하고, 그게 노조의 존재 이유입니다.”

  2월 3일, 쿠팡은 전환배치에 관해 면담을 요구한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공동주거침입,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신고했다.

3월 18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은 모두 원하는 센터와 공정, 근무조로 전환배치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최효 분회장은 “회사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모두가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된 것도 노조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싸운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환배치 과정에서 무한정 연락도 없이 대기 상태에 방치해뒀던 회사가 노동자들이 원하는 센터로 배정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모든 노동자가 지망한 센터로 전환배치가 됐으니, 전환배치에 대한 쿠팡의 대응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전환배치 과정에서 여러 노동자들이 제때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전환배치로 인한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전환배치 과정에서 드러난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쿠팡의 태도’는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에서, 휴게시간 문제에서, 임금문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효 분회장은 올해 쿠팡의 임금 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쿠팡이 시급을 120원 인상(1.2%)했습니다. 이는 급격한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을 삭감한 것입니다. 쿠팡이 2022년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연이어 흑자전환을 이뤘습니다. 연 매출은 계속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고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물류센터 흑자를 일궈낸 노동자들의 희생을 지워버리고 있어요. 쿠팡은 공정 자동화와 머신러닝, 공격적 투자 등을 흑자의 요인으로 꼽지만,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대신 만근수당을 신설하고, 만근수당을 받으면 예년과 비슷하게 임금이 오른다고 주장합니다. 만근수당을 받으려면 병가도 쓰지 않고 출근해야 합니다. 쿠팡이 워낙 고강도 노동이다 보니 만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물가도 오르고 공공요금도 올랐으니, 다들 만근수당이라도 받고자 몸이 아파도 꾹 참고 출근하시겠죠. 그렇게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강도를 높이게끔 하면서, 그런 환경을 만들면서 쿠팡은 이를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쿠팡이 노동자들을 존중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들 스스로 힘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쿠팡이 롤모델로 여기는 아마존의 노동자들처럼 말이다. 아마존 JFK8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크리스 스몰스는 2020년 노조결성을 시도하다 해고됐다. 하지만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던 아마존의 온갖 방해공작을 뚫고, 2년 만에 노조설립에 성공했다.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들처럼, 지난해 쿠팡에서 해고된 최효 분회장을 비롯한 한국의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모든 사안에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소중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언젠가 스스로의 힘으로 쿠팡이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양동민(스튜디오 R 미디어활동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