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 디자인 프로젝트는 진행 중

《워커스》와 디자인

  제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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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스》 작업을 의뢰받은 건 ‘일상의 실천’ 권준호 디자이너의 요청이었다. 일상의 실천은 디자인 씬에서 사회적 발언을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독보적인 스튜디오였고 그들의 작업에 항상 존경을 보내던 차였다. 권준호 디자이너의 요청은 제호와 판형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 무한한 자유를 주는 정기간행물 디자인이었고, 그래픽디자인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 제로랩에는 아주 적합한 프로젝트였다. 글을 보는 간행물이기에 조판의 자유가 없다면 굳이 우리와 같은 스튜디오보다 훨씬 보기 좋게 읽기 좋게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가 훨씬 많다. 또한 평소에 잘 접할 수 없는 주제를 다루는 잡지이기에 스스로에게도 사회를 보는 방식을 바꿔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워커스》 작업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을 생각했고 기존 시사잡지 구독층의 연령층이 높은 것을 생각해 좀 더 낮은 연령층의 구독자를 배려하며 디자인해보기로 했다. 표지는 사진 위주보다는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해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친근한 방식으로 독자와 얘기를 나눠보고자 했다. 또한 동시에 다양한 조판 방식을 실험해보고자 매호 다른 방식의 조판 디자인을 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독자마다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호불호가 생기리라 생각했고, 또 꼭 호불호가 생기길 바랐다. 그런 과정들이 《워커스》를 좀 더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잡지로 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76년 창간해 길지 않은 시간 뒤 폐간한 《뿌리깊은 나무》는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잡지의 내용은 물론이고 당시로서도 지금으로서도 파격적인 디자인은 잡지 편집과 디자인 등 모든 부분에서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될 수 있는 잡지다.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워커스》도 그런 잡지가 되었으면 했다. 《뿌리깊은 나무》가 한 명의 아트디렉터로부터 통일된 브랜딩디자인에 집중된 잡지였다면 《워커스》는 아트디렉터가 없는 날 것의 정석을 만들어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과 마음가짐은 매호 디자인할 때마다 어떻게 더욱 날 것의 형태를 띨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아트디렉터나 브랜드가이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정기간행물은 흔하지 않다. 《워커스》는 오히려 이 부분에서 강점을 가진 잡지로, 디자이너로서는 전혀 시도하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 방식을 표현해볼 수 있는 실험적 무대이면서도 정기 구독자의 편의도 생각해야 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보통 디자인이라 하면 소위 대상물을 힙하고 멋지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비해 《워커스》는 전체를 관통하는 시사적인 방향성을 디자이너로서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 점에 있어서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다른 프로젝트들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하고 있다. 25회를 진행해보면서 평소에는 보고 듣지 않는 다양한 관점을 바라보게 되었고 이는 또다시 다른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스티븐 헬러는 《왜 디자이너는 생각하지 못하는가》에서 스타일은 순간적이라 했고 디자인 작업 또한 그러하다고 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한 디자인은 비판 대상이 됐다. 《워커스》는 단순히 상업자본만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었기에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었다. 기자는 사회의 이면을 탐구하고 디자이너는 기자의 시선을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창구라 생각했다.

《워커스》는 주간으로 시작됐다. 4주에 한 번 돌아오는 실험적인 방식의 작업은 초창기에 생각했던 디자인방식에 적합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 후 《워커스》는 월간으로 개편됐고 네 팀의 디자이너가 반복적으로 협업해야 하는 특성상 주간보다는 월간으로 개편된 것이 지금으로써는 다행이다. 덕분에 처음에 생각했던 기자들의 시선을 표현하는 방식을 더 많이 고민할 수 있었다. 《워커스》 한 잡지만으로도 이미 네 팀의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방식의 표지, 조판을 만들어냈다. 앞으로도 계속될 《워커스》 작업을 100호를 기준으로 좀 더 대담하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진행해보려 한다. 이런 나의 조그마한 노력이 추가돼 사회적으로도 디자인적으로도 나름의 의미 있는 디자인프로젝트 혹은 잡지 프로젝트로 기록되고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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