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지도 않는데, 수신료까지 내야 해?”

[미디어택] 대통령님, 답변을 드립니다!


‘IPTV·넷플 시청하는데, 수신료를 왜 내야 하나?’

지난 3월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을 의제로 띄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KBS를) 보지도 않는 국민이 강제로 수신료를 내는 게 맞느냐”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현재 월 2,500원의 TV수신료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통해 징수되고 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별도의 요금을 내고 IPTV에 가입하거나 넷플릭스 같은 OTT를 시청하는데”, “프랑스(FTV)와 일본(NHK) 등에서 수신료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려는 움직임” 등 자극적인 말들을 동원해 문제를 제기했다. 답이 필요해 보인다.

TV수신료 개선(?)…대통령실이 말하지 않은 것들!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프랑스는 공영방송 수신료를 폐지했다. 프랑스는 TV를 보유한 2,800만여 가구로부터 매년 138유로(약 18만 5,000원)를 거둬들여 31억 유로(약 4조 1,000억 원)의 규모로 공영방송 수신료를 조성해 왔다. 이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TV수신료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자 ‘공영방송을 민영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프랑스 문화장관 리마 압둘말라크는 “정부는 견고하고 독립적인 공영방송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공영방송 수신료를 ‘수정예산안’에 포함했다.

지난 1월, 영국 문화부 장관 나딘 도리스가 자신의 SNS에 BBC 수신료 동결 기사를 인용하고 “This licence fee announcement will be the last(이번 수신료 발표가 마지막이 될 것)”라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는 ‘영국도 수신료를 폐지한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하지만 다음 문구가 있었다. “Time now to discuss and debate new ways of funding(이제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을 논의할 시간)”이 그것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TV수신료 논의가 말하는 건 분명하다. 공영방송을 폐지할 게 아니라면, 그 재원에 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그 관점에서 보면 일본 NHK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일본의 공영방송 수신료 인하 또한 ‘NHK의 재정 건전성’과 함께 논의되는 중이다.

NHK는 오는 10월부터 수신료 10%를 추가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상파만 시청하는 경우, 월 1,100엔(약 1만 582원/지상파+위성방송의 경우, 월 1,950엔(약 1만 8,759원))의 TV수신료를 납부하게 된다. 문제는 TV수신료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자 NHK는 이월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본 총무성은 이와 함께 ‘온라인 수신료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NHK의 책무를 온라인으로 확대하고 재정 건전성을 위해 TV수상기를 비롯해 별도의 수신기를 보유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도 수신료를 징수하겠다는 얘기다.

TV수신료 제도와 관련한 사법부의 판결 또한 대통령실이 입을 다물고 있는 부분이다. 헌법재판소는 TV수신료와 관련해 그동안 ‘특별부담금’이라고 설명해 왔다. TV수상기 보유나 시청 여부와 상관없이 납부 의무를 진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의 선택권’이라거나 ‘KBS도 안 보는데’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은 애초 성립이 불가능하다. TV수신료 대부분을 KBS에서 쓰고 있지만 EBS도 이 중 3%(월 70원)를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TV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해서는 두 차례 소송이 제기됐으나 ‘기각’됐다. 2015년 서울행정법원은 “(합산징수의) 공익이 더 크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TV수신료의 분리징수…파장은?

문제는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의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4월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96% 이상이 분리 징수에 찬성”이라며 “그동안 공영방송이 편파 불공정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얻은 탓도 크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매체들의 행보 또한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5일과 9일 각각 〈“KBS수신료, 전기료와 따로 걷자” 설문서 96.1% 응답〉, 〈[사설] ‘KBS 수신료 분리’ 찬성이 96%, 이게 국민의 냉정한 평가〉를 게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는 중복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동의’ 5만 6,016건은 애초에 ‘명’으로 집계돼선 안 됐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당초 “수신료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기에 ‘동의’를 곧바로 ‘TV수신료 분리징수’ 찬성 의견으로 볼 수도 없다. 현행 TV수신료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국민이라면 ‘동의’를 눌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의 ‘국민제안’ 게시판의 성격은 여타의 설문조사와는 다르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는 지역과 연령, 성별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실시될 뿐 아니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표본오차’를 비롯한 응답률까지 모두 공표하게 돼 있다. 국민제안은 그렇지 않지 않나.

이 시점에서 기억해야 할 게 있다. KBS 1TV는 방송프로그램 사이에 ‘광고’가 없다는 점이다. KBS 1TV에도 당연히 ‘광고’가 있었다. 변화가 생긴 건 1994년의 일이다. KBS이사회가 심의·의결해 결정한 TV수신료를 공보처 장관의 승인을 얻어 부과·징수하던 때였다. 그해 7월, 공보처 오인환 장관은 “KBS 1TV의 광고를 10월 1일부터 완전 폐지한다”라고 밝혔다.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합산해 납부하도록 결정하면서다.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합산해 고지하면 징수율을 53%에서 9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결정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공보처는 그 결정을 ‘TV수신료 징수제도 개선’이라고 불렀다.

만일,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게 되면 징수율은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KBS 1TV에 광고 또한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대통령실이 이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TV수신료 제도는 분명 개선돼야 한다…방향은?

TV수신료를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게 아니다. 수신료 제도는 ‘산정’, ‘배분’, ‘징수’, ‘운용’, ‘감독’ 등 다양한 방면에서 논의해야 할 주제들이 많다. 그런데 그중에서 ‘징수제도’만 떼어 논의하자고 나오는 건,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KBS흔들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프랑스는 수신료 폐지를 두고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공영방송의 재정적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한다. TV수신료 제도는 ‘아직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재원 조달을 위한 가장 좋은 모델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 전제를 기반으로 공영방송과 시민들의 ‘상호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공영방송은 공급자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시청자와의 소통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서비스 확대 또한 필수요소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지불의사를 높일 유인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게 공영방송이 국민들과 밀착해야만,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참고자료〉
- 시사인, 〈마크롱의 수신료 폐지 공약에 제동이 걸린 까닭〉
- KBS공영미디어연구소, 〈NHK, 2023년 10월부터 수신료 10% 인하〉
- KBS공영미디어연구소, 〈日 총무성, ‘온라인 수신료’ 도입 위한 논의시작〉
- 언론개혁시민연대, 뉴스레터 〈TV수신료 : 전지적 '시청자'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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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과4범 리재명

    전과18범을 지향하는 전과4범 이재명입니다.
    식상해서 TV 안보고 아예 없는데도, 그동안 꼬박꼬박 KBS수신료를 강탈당해왔습니다.
    이 돈으로 좌편향적인 쓰레기 노조놈들을 호위호식시켰다는게 더욱 화가 치밉니다.
    좌편향방송 KBS는 더 이상 공영방송이 전혀 아닙니다.
    수신료를 부담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KBS수신료를 분리징수하십시오.
    나는 저따위 노조를 먹여살리기 위하여 단돈 1원도 강제로 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