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단 거스른 경찰의 반복적 집회 금지는 “괴롭힘”

공감대, 대통령 집무실 앞 ‘금지통고를 금지한다’ 집회 강행

10일 오전 11시 30분, 예정된 집회 시각이 30분이나 남았는데도 대통령실 외각 경호를 담당하는 202경비단 소속 경찰들은 스크럼을 짰다.

202경비단은 완력을 써가며 인권 활동가들이 대통령 집무실 쪽으로 오는 걸 막았다. 삼각지역 인도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 쪽으로 향하는 횡단보도에는 사람 벽이 이중으로 만들어졌다. 고성이 오갔다.

  202경비단이 대통령 집무실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집회참가자를 막고 있다. [출처: 변정필 기자]

  202경비단이 대통령 집무실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집회참가자를 막고 있다. [출처: 변정필 기자]

  202경비단이 대통령 집무실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집회참가자를 막고 있다.횡단보도 양쪽으로 이중으로 사람 벽이 쳐졌다. [출처: 변정필 기자]

"집회 금지가 적절하지 않잖아요. 법원에서도 집회 금지를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법원에서 여기는 대통령 관저가 아니라고 하잖아요."

지난 4월 19일 공권력감시대응팀(공감대)은 용산경찰서에 5월 1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용산경찰서는 4월 21일 집회를 금지 통고했다. 집시법 제11조 제3호에 의거 "대통령 집무실(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라는 이유였다.

이에 공감대는 5월 1일, 서울경찰청에 금지 통고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그러자 서울경찰청은 바로 다음날인 2일 공감대의 이의신청을 기각 통보했다.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다루는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고,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하게 되면 "대통령 집무실 기능 침해 등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위험 발생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2일 서울경찰청은 공감대에 이의신청 기각을 통보했다. [출처: 공권력감시대응팀]

하지만 공감대는 집회신고를 했던 시간 그대로 10일 정오에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금지 규탄 집회-금지통고를 금지한다' 집회를 강행했다. 집시법 제11조 제3호에의 '대통령 관저'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금지통고는 위법하고, 집회의 권리를 침해하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소송해서 집회하라"는 경찰

집회는 경찰에 떠밀려 애초 신고 된 장소인 집무실 앞 하위 1개 차로 대신 20미터 정도 떨어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진행됐다.

  집회 사회를 보고 있는 랑희 활동가 [출처: 변정필 기자]

공감대는 "반복된 법원 판단에도 용산 집무실 앞 집회에 대해 경찰이 끊임없이 금지 통고를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침해이자 시민들에 대한 괴롭힘"이라고 규정했다.

집회 신고자이자 사회를 본 랑희 활동가(인권운동공간 활)는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는 '집회신고 → 경찰 금지 통고 → 변호사 선임 뒤 법원에서 경찰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 재판부 인용 결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랑희 활동가는 "법원에서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라고 얘기를 한다. 1년째 소송을 반복하고 있다. 경찰이 집회 금지를 통고하면서 '집행정지 소송하실 건가요'라고 묻는다. 오늘도 여기서도 경찰이 '집행정지 소송 안 하셨잖아요' 하더라. 언제부터 집회를 하는데 소송 절차가 필요했나. 더 이상 관행처럼 굳어진 것들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경찰의 반복적인 집회 금지 통고를 규탄했다.

  피켓을 든 참가자 [출처: 변정필 기자]

  집회참가자가 종이 박스 위에 피켓을 쓰고 있다. [출처: 변정필 기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 법)는 법원에서 여러 차례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와 달리 공적 공간이기 때문에 집회 금지의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한희 변호사는 "집회 11조 3의 관저 100미터 이내 집회 금지에 대해서도 이미 위헌이 나왔다. 게다가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다. 관저와 집무실이 동일한 공간이 아니라는 내용으로 10건이 넘는 집행정지 결정, 3건의 본안 판결이 있었다. 판례가 이 정도 나왔으면 확고한 법적 판단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로 법원 판단이 나왔다면 경찰의 금지 통고는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20여 명 남짓. 경찰에 떠밀려 삼각지역 방향으로 20미터가량 내려간 곳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발언하고 집회의 자유에 대한 퀴즈를 맞히고, 폐지 박스 위에 구호를 썼다. "대통령 집무실 기능 침해 등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위험 발생"이라 부를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이 집회 해산방송을 하고 있다. [출처: 변정필 기자]

이 와중에 집회 뒤에서는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이 용산경찰서장의 위임을 받아 1차에서 3차까지 집회 해산 명령을 내리고, 해산명령 불응죄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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