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라더니…공공돌봄 칼대는 서울시에 뿔난 학부모들

서사원 어린이집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96% ‘서사원 어린이집 운영 중단 반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이 예산 문제로 국공립어린이집 운영을 중단하고 있어 종사자 및 이용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서사원이 운영하던 송파구 어린이집은 지난 5월 1일 운영을 중단했고, 나머지 노원, 서대문, 영등포, 중랑, 은평, 강동의 국공립어린이집도 순차적으로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종사자들은 “고용환경이 불안하면 보육도 불안해진다”며, 보육현장에서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사원이 공공돌봄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서사원이 위탁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폐지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공공돌봄이 후퇴되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들은 서사원 어린이집의 돌봄서비스가 민간보다 나으며, 이같은 공적돌봄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든든어린이집 학부모연대,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11일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기자회견실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이용자 수요 및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대위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난 4월 18일에서 4월 24일까지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324명이 참여했다. 이번 설문에서 ‘민간 어린이집보다 서사원의 어린이집 돌봄서비스가 더 나은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8.1%(318명)가 ‘그렇다’라고 답해 민간보다 훨씬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서사원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를 복수 응답하도록 한 문항에서는 ‘민간보다 질 좋은 급간식 제공’에 290명(89.5%), ‘영유아 맞춤형 발달 솔루션’에 236명(72.8%), ‘취약보육’에 22명(68.8%)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고 이외 ‘영유아 안과 검진’을 꼽은 이들도 153명(47.2%) 있었다.

민간과 비교해 공공기관인 서사원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선 ‘공공이 운영하여 신뢰성 담보’(289명, 89.2%), ‘전문성 있는 보육 노동자’(262명, 80.8%), ‘비리 없는 투명한 어린이집 운영’(258명, 79.6%), ‘민간과 차별화된 서비스’(190명, 58.6%) 순으로 높은 답변 비율을 차지했다.

더불어 ‘서사원의 어린이집 운영 중단에 대해 찬성하냐’라는 질문엔 응답자의 96%(311명)가 반대한다고 응답했으며, 이와 비슷한 맥락 속에서 ‘영유아 돌봄사업에 있어서 서울시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냐’의 질문에 97.5%(316명)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에 공대위는 “저출생 극복을 시급한 사회 과제로 규정해 놓고 멀쩡하게 운영되고 있던 국공립어린이집을 폐쇄하는 조치는 전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라며 서울시의회와 제정당들에 서사원 예산 복구와 운영 정상화를 위한 추경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올해 서사원은 필요 예산으로 요청한 210억 원의 30% 수준인 68억 원만 배정됐는데, 수익을 내지 못하고 비용만 지출했다는 정치적, 경제적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관 폐지 압박으로 느낀 서사원은 비용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구안을 내놓았으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등은 이를 ‘자멸안’이라고 비판했다. 그 자체가 기관의 목적이기도 한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는 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아이들 밥상까지 건드려…서울시의회는 대체 뭘했나”

송파구에 있는 서사원 든든어린이집 학부모대표 오민주 씨는 이날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저희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공적돌봄 정상화는 어린이집의 지속 운영, 사서원 삭감 예산 원상 회복”이라며 “이상한 일 그만 벌이고 우리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만족하는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두 자녀를 사서원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오 씨는 “예산을 깎고 어린이집 급/간식비 타박만 했지, 서비스 중단 위기까지 대체 서울시 의원님들은 무엇을 하신 건가”라고 서울시의회 의원들을 질타했다. 이어 “김영옥 시의원님은 대체 얼마짜리 식사를 하시길래 아이들 밥상을 건드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구 직영 돌봄 어린이집 폐지반대 비상대책위 학부모 임정원 씨도 발언에 나섰다. 서울 중구가 직영으로 운영하던 어린이집은 학부모, 아이들, 돌봄교사가 모두 만족하는 만족도 99.4%의 모범적이고 선진화된 국공립어린이집이었으나, 구청장이 바뀌고 어린이집이 민간위탁 운영으로 바뀌면서 학부모와 아이들, 돌봄교사 모두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임 씨는 “학부모들에겐 유래 없는 비극과 고통의 시간이었고, 소중한 아이들은 좌지우지되고, 교사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야만적인 행태를 온 세상에 알리고자 왔다”라며 “‘중구형 돌봄’은 이제 ‘후퇴하는 좋은 돌봄’의 첫번째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한 번 주고 끝나는 현금성 정책이 아닌 공공돌봄 뿐”이라며 “공공돌봄과 복지는 어떤 경우에도 후퇴가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도 공적돌봄을 사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뛰어왔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서사원의 급/간식비가 평균단가보다 1.6배 높게 책정돼 방만운영이라 지적됐는데, 그 질이 민간위탁이 되어도 유지될 수 있는 거냐”라며 “모든 어린이집의 돌봄의 질을 서사원 수준으로 높이면 될 일이지만, 서사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은 이날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돌봄가치에 걸맞는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이 좋은 돌봄으로 이어진다는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오 지부장은 “서사원 어린이집을 졸업한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은 오랜시간 돌봄을 맡아준 보육교사들이 언제든 그 자리에 계시기 때문에 기억하고 다시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큰 울림으로 전해지고 있다”라며 “돌봄은 분리와 단절, 이윤으로만 가치판단될 수 없는 관계의 노동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묵묵히 현장에서 일하는 400명이 넘는 공공돌봄노동자들이 있다”라며 “대체 어느 위탁처가 어린이집으로 동늘 벌려 하냐. 사사원 어린이집은 계약해지될 게 아니라 더욱 확대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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