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달과 우주 냉전체제

[이슈]



우주는 돈이다(The Universe is Money)

유럽우주국(ESA)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1월 기준 6,120기의 우주발사체와 1만 2,170기의 인공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현재 약 4,700기의 인공위성이 우주에서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소유하거나 운용하는 국가는 현재 80여 개국에 달한다.

2022년 OECD는 10년 만에 「우주경제 측정 핸드북(Handbook on Measuring the Space Economy)」 개정판을 내며 우주산업이 이미 세계 경제의 중요한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독립된 ‘우주경제(space economy)’의 등장을 공식화했다. 특히, “대기업은 정부 대상 발사체와 위성 제작·발사 중심에서 민간시장을 겨냥한 위성데이터 활용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고, 스타트업도 수직계열화(제조, 발사에서 활용 서비스까지 공급망과 서비스를 통합)를 통해 사업을 확장 중”이라고 밝혔다. 민간 우주기업이 우주산업 가치사슬 전체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추세, 소위 ‘민간 우주시대’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2020년 세계 우주경제의 규모는 전년보다 4.4% 증가한 약 4,47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OECD는 우주 분야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이 미미했고, 오히려 정부와 기업이 코로나19 대응에 나서면서 지구관측, 원격학습 등을 위한 통신위성의 활용이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상업 분야가 우주경제의 약 80%를 차지하며, 미국 정부의 우주예산이 우주활동에 나선 전체 국가 총 우주예산의 66%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2020년 기준 주요국 우주예산은 미국이 518억 달러로 압도적 1위이고, 중국 134억 달러, 일본과 프랑스가 각각 31억 달러, 러시아 25억 달러, 인도 13억 달러 순이다.1

이제 우주공간은 돈이 되는 공간, 이윤이 발생하는 공간이 됐다. 유럽우주국은 2016년 우주투자의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를 분석하며 국제우주정거장, 발사체 개발, 우주 관측 프로그램 등 우주 투자는 최소 1.4배에서 최대 4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까지의 우주경제 규모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1.1조 달러(1,500조 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증권은 2.7조 달러(3,5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지구 궤도 공간의 상업화

미국은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 주도로 진행하던 인공위성, 국제우주정거장, 우주로켓 발사체, 궤도 여행 등 지구 궤도권 내의 우주 사업을 완전히 민간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미 인공위성은 국방 등의 목적을 제외하고 거의 완전히 상업화했다. 이제까지 인공위성은 1만여 기 이상 올라갔는데, 그중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사업으로 4천여 기 이상 올렸다. 스페이스X는 2027년까지 4만 2,000대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또한 아마존, 원웹·에어버스, 텔레셋 등이 각각 수천 기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거나 예정하고 있고 그 목적은 인터넷망 구축 등 상업적 성격을 띠고 있다.

지구 궤도까지의 우주여행 상업화도 확대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가 창업한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은 뉴 셰퍼드(New Shepard) 로켓을 자체 개발해 2021년 7월 20일, 베이조스를 포함 4인의 승객들을 우주로 띄우는 데 성공했다. 첫 상업 우주비행이었다. 이 비행에 앞서 10일 전엔 리처드 브랜슨이 상공 88.5km에서 우주관광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민간 우주관광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블루 오리진은 우주관광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첫 여행 경매 낙찰가는 280만 달러(35억 원)였다. 또한 2021년 9월에는 스페이스X의 우주선 드래곤2 레질리언스 캡슐을 사용한 ‘인스피레이션4’ 미션이 성공적으로 발사돼 궤도에 진입하면서 지구 궤도 여행 시대가 열렸다. 나아가 스페이스X는 지구 궤도를 넘어 달 궤도까지 여행하는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구 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은 2030년경 퇴역 예정이며,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의 민영화, 상업화를 공식화했다. 미국 나사 출신이 주축이 된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는 국제우주정거장을 대체할 인류 최초의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Axiom Station)을 개발 중이다. 이미 액시엄 스페이스는 2022년 4월 ‘Ax-1 프로젝트’를 통해 1인당 5,500만 달러(700억 원)를 받고 민간인들로만 구성된 유인 우주인 사업, ‘상업 운송 임무’를 처음으로 실현했다. 2027년까지 호텔형 모듈을 차례대로 기존 국제우주정거장에 결합해 운영하고 국제우주정거장의 퇴역 시점에 모듈을 분리해 상업용 호텔식 우주정거장으로 운용할 것이라 알려졌다. 국제우주정거장이 민영화하고 우주호텔로 바뀌면 지구 궤도 여행은 더 활성화할 것이다.

또한 우주발사, 우주발사체 시장도 민영화, 상업화 중이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전 세계 갑부들을 우주호텔로 실어 나르며, 상업용 우주여행을 하는 우주선(캡슐)을 보내는 비행체, 발사체도 발사 비용을 저렴하게 낮춘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이 대부분이다. 2022년 전 세계에서 186회의 우주발사체 발사가 시도됐고, 그중 180회가 성공했다. 180회 중 미국이 76회로 가장 많은데, 그중 스페이스X가 61회 성공했다. 또한 미국 민간 우주기업 ‘로켓랩(Rocket Lab)’도 2018년 일렉트론 로켓 발사에 성공, 소형 인공위성 등의 발사를 대행하며 발사체 시장에 진입했다.

이처럼 지구 궤도는 이미 상업적인 공간이 됐다. 지구 저궤도에 떠 있는 인공위성 중 대부분이 상업위성이며, 현재에도 6천여 기 이상 궤도 비행을 하고 있다. 2027년이면 스타링크 인공위성 4만 2천 개를 포함해 5만여 기 이상의 상업 인공위성이 올라갈 예정이다. 게다가 국제우주정거장도 민영화 되어 상업용 우주정거장으로 탈바꿈하고 우주 호텔로 역할 한다. 2021년 이후 상업용 민간 우주여행도 계속 성공하고 있어 지구 궤도까지의 우주여행은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계속 성행할 전망이다.

이제 밤하늘을 쳐다보면 밝게 빛나는 것이 별이 아닌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더 높고, 태양과 달 다음으로 제일 빛나는 별이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우주호텔, 상업용 우주정거장인 세상이다. 16차선 대로에 자동차가 가득하듯 은하수보다 더 많고 밝게 상업용 인공위성과 우주호텔로 가는 우주선들이 밤하늘을 빼곡 메울 그런 날도 멀지 않았다.

달, “국가가 끌고 기업이 뒤따른다”

지구 궤도 공간이 민간 우주기업에 의해 상업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직 달과 화성, 외기권은 탐색이 한창이고, 아르테미스 계획과 같이 국가 또는 국가의 우주기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상업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기술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고 탐색과 초기 준비에도 너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의 달 개발 허가법과 아르테미스 협정 등을 통해서 국제법적으로 금지된 달 개발과 달의 상업화, 사유화의 길을 열어 놓고, 국가 간 경쟁은 물론 민간 기업까지 경쟁의 주체로 만들어 달을 무한경쟁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과 나사, 아르테미스 진영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민간 기업의 달 탐사 진출과 달의 상업화 시도를 늘리고 있다. ‘상업 달 수송 서비스(CLPS)’는 민간 기업에서 개발한 무인 착륙선과 로버를 달에 보내는 임무이다. 이 CLPS 계약은 2028년까지 누적 최대 계약 금액이 26억 달러(3조 3억 원)이다. 또 ‘게이트웨이 물류 서비스(GLS)’는 루나 게이트웨이의 조립과 무인 보급 전 과정을 민간 우주기업에 맡기는 임무다. 스페이스X는 나사와 7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15년간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들의 달 여행도 가세했다. 대표적으로 스페이스X는 달·화성 탐사를 위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을 개발하면서 달 여행 상품을 판매했다. 일본의 부호 마에자와 유사쿠가 우주비용 전액을 대고 그룹 빅뱅의 탑(최승현)을 포함 8명의 탑승자를 온라인 공모로 선정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난 4월 스페이스X의 스타십 시험비행이 실패로 끝나면서 올해 예정했던 이 비행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서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달 여행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고 개별국가 규정에 기초해 사업에 나서려는 기업들이 더욱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벤처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는 지난 4월,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을 시도했다. 착륙 순간 아이스페이스와의 통신이 두절되며 착륙선이 달과 충돌해 달 착륙이 실패로 끝났다. 만약 성공했더라면 일본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에 착륙한 국가이면서 민간 기업의 탐사선이 달에 착륙한 최초의 국가가 될 상황이었다.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은 실패했지만, 시도가 계속될 전망이고 일본은 2024년 달 표면을 주행하는 탐사차 착륙과 2025년에 달 표면 화물 운송 서비스 운영 계획도 예정대로 가져 나갈 계획이다.

달, 식민지 광산

미국과 주요 우주개발국, 민간 우주기업까지 달에 몰두하는 이유는 달이 현재 기술로 비용을 최소화할 만큼 가깝고, 주요 광물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달에는 헬륨-3, 희토류, 마그네슘, 실리콘, 티타늄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이 엄청나게 매장돼 있다. 특히 헬륨-3(He-3, 헬륨쓰리)는 원자력 발전의 동력인 핵분열보다 약 4.5배 많은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의 원료로, 헬륨-3 1g으로 석탄 40t에 맞먹는 에너지를 만든다. 석유 1g의 열량과 비교하면 약 1,400만 배, 가치로 따지면 1t당 약 50억 달러다. 헬륨-3 100톤이면 지구 전체 1년 치의 에너지를 생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달에는 이 헬륨-3가 100만t 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략 1만 년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또한, 달에는 반도체, 2차 전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필수적인 희귀 자원인 희토류도 풍부하다. 4차 산업혁명의 석유로 불리는 희토류는 미국과 중국 등 패권국가들이 희토류를 안보자산화 하며 서로의 공급망을 분리하기 위해 자원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핵심 광물 자원이다. 2019년 미국과 무역 전쟁이 최고조에 달하자 중국은 ‘희토류의 무기화’를 공식 언급했다. 미국은 반도체와 배터리를 안보자산화 하고 관련 희토류 공급과 생산을 국가차원에서 통제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의 무기화를 언급하고 두 달 뒤, 짐 브리덴스타인 나사 국장은 “금세기 안에 달 표면에서 희토류 채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23개 국가 중 하나이며, 세계 일곱 번째 달 탐사 국가이기도 하다. 2022년 8월 발사된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는 두 시간마다 한 바퀴씩 달을 돌며 관측 활동을 하고 있다. 다누리에 실어 보낸 ‘감마선분광기’(KGRS)는 달의 감마선을 분석해 5종 이상의 달 원소지도를 만들고, 희토류, 헬륨 등의 핵심 자원을 파악해 지도로 만든다. 아르테미스 계획과 별도로 한국은 2032년까지 무인 탐사선을 통해 달의 자원을 채굴하고 2045년에는 화성에 도착할 계획을 세웠다. 한국도 이제 달 자원의 수탈, 식민지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문 러시(Moon Rush)? 달의 상업화

19세기 중반, 미국 서부 골드러시 당시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멕시코 전쟁의 결과로 미국이 점령하고 있었지만 1850년 9월에야 정식 주로 편입됐다. 1872년 광산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캘리포니아는 거의 무법천지와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멕시코 영토 당시 관행이 통용되고 있었다. 금광은 사적 재산이란 개념이 없었고, 면허료도 없었으며, 주 정부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세금조차도 없었다. ‘광산의 소유권’은 금광의 최초 탐색자가 ‘주장’할 수 있었지만 실제 채굴, 채석을 하고 있을 때 가능했다. 최초 탐색자가 버리고 간 광산은 누구든 먼저 ‘차지’하면 그 광산의 소유주가 됐다. 그러니까 누구든 먼저 광맥을 찾아 깃발을 꽂으면 광산을 소유할 수 있었고, 남이 버린 광산도 다시 채굴하면 본인 소유가 됐다.

달의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광물자원, 광산, 달 땅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유엔이 1967년 채택한 ‘우주조약(OST)’과 1979년의 ‘달 조약(MA)’에는 특정 국가가 우주 공간과 천체에 대한 어떤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국제법 상 달의 땅이나 어떤 자원도 특정 국가나 개인이 소유할 수 없고 개발,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2015년 미국은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 법(CSLCA)’을 제정해, 우주에서 캐거나 뽑아낸 자원은 미국인이면 누구든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달을 소유할 순 없지만, 달의 자원은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것이다. 2017년 룩셈부르크도 미국과 같은 달의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우주자원의 탐사 및 활용에 관한 법’을 제정했고, 이어 UAE도 관련법을 제정하고 달 탐사와 화성 탐사에 나섰다. 일본도 네 번째로 2021년 12월 ‘우주자원 탐사법’을 제정·시행했다.

이들의 논리는 우주와 천체는 우주조약(OST)에 의해 ‘비전유 원칙’이 적용되는 공간이지만, 해양법상 공해에 적용되는 국제공역(res extra commmercium)과도 같기 때문에 각 국가가 이곳을 전유할 수는 없으나, 이곳의 자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우주법이 우주조약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해가 각국에서도 필수적인 인류공동유산의 성격을 갖는다면, 공해에 접근할 수 없는 국가나 기업들은 공해를 이용할 수 없고 접근 가능한 국가들만 공해를 이용할 수 있어 심각한 차별을 야기한다. 또한 공해 이용이 허용되면 이용국가 간 무분별한 자원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 자원 고갈 상태를 용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런 문제들로 비전유-비재산-비소유를 내용으로 하는 인류공동유산(CHM)개념이 도입된 ‘달 조약(MA)’이 1979년에 등장했다. 하지만 심지어 달 조약 제정에 참가한 국가들마저 달 협정의 조약당사국이 되기를 꺼려하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한 달 조약은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18개국만 수용했고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국들은 물론 한국도 비준하지 않았다.2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등은 자신들의 새 우주법으로 달 탐사선으로 부터 얻는 달 자원의 상업적 거래를 합법화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른 아르테미스 약정(협정) 서명국도 사실상 자국과 민간기업의 달 자원 이용과 상업적 거래를 허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우주 자원에 대한 개별 국가와 자본의 이익추구를 위한 양보 없는 경쟁과 대결의 신호탄으로 해석되어 러시아 등 반대 진영이 반발해 왔다. 미국의 새 우주법에 대해 러시아는 국내법이 국제법(우주조약)을 넘어서는 월권행위의 사례로 우려하는 맥락에서 1967년 체결한 우주조약에 따른 전 인류를 위한 우주행위를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인공위성으로 알려진 광명성 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우주 개발에 나서고 있는 북한도 달과 우주 자원의 독점에 대해서 비판한 바 있다. ‘달과 기타 천체들에서의 국가들의 활동에 관한 협정의 제한성과 그 개선방도’(김일성종합대학학보 법률학 2020년 제66권 제1호)라는 논문에서 “우주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달에 대한 탐사 및 개발 이용이 현실화 된 상황에 맞게 달 협정을 수정, 보충해 우주에서 특정 국가들의 독점과 전횡을 막고 인류의 공동유산을 보호하고 평화적으로 평등하게 이용하기 위한 국제우주법제도를 완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3

‘우주 냉전체제’의 등장

1983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 핵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요격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을 수립했다. 우주공간에서 미사일 격돌이기 때문에 스타워즈 계획(Starwars)이라고도 불린 전략방위구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 간 냉전시대에 두 번째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로 국방비 예산을 끌어올려 군비지출에 쏟아 붇는 용광로 역할을 했다.

최근 미-중간의 패권 경쟁이 경제영역을 넘어 정치, 군사적으로 확대하는 ‘신냉전’ 시기에 우주공간의 경쟁과 갈등도 새로운 스타워즈로 확대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UN 우주조약과 달 조약은 완전히 무력화 되고 달 자원을 두고 골드러시와 같은 깃발 꽂기를 벌일 수밖에 없다. 달 자원의 확보와 개발을 두고 무한경쟁을 벌이게 됐다. 특히 미국과 미 동맹국 중심의 아르테미스 진영과 중-러 진영은 새로운 ‘우주 냉전체제’로 격돌할 수 있다. 냉전시기 스타워즈 못지않은 ‘신(新)스타워즈’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우주 정책은 한번 다녀 온 달보다는 화성을 바로 겨냥하는 ‘마스 퍼스트(Mars First)’를 지향했다. 오바마 정부는 기존 달 탐사 계획인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 계획을 취소하고 화성까지 유인 비행이 가능한 대형 우주발사체 개발 계획인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상업승무원수송프로그램(CCP)을 추진했다. 특히 상업승무원수송프로그램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의 우주선을 이용하여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수송하는 프로그램으로, 최종적으로 스페이스X와 보잉이 선정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우주 정책은 마스 퍼스트에서 다시 ‘문 퍼스트(Moon First)’로 돌아갔다. 더 정확하게는 화성으로 바로 가지 않고 “달을 거쳐 화성으로” 가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것이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는 첫째 인류의 지속가능한 달 방문 실현 둘째, 2024년(이후 2025년으로 수정)의 인간 달 착륙 셋째, 달 탐사 미션의 연장과 화성 탐사를 위한 준비 등이다.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캡슐형 오리온 우주선으로 구성된 아르테미스 1호는 2022년 11월 발사에 성공했다. 아르테미스 1호는 오리온 우주선에 시험용 마네킹을 탑승시킨 무인 우주선이지만, 2024년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달 궤도를 유인 왕복 여행을 하고, 2025년 아르테미스 3호에는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인을 태우고 달 착륙을 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위해 달을 공전하는 우주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Luna Gateway)’를 건설해 다양한 우주선을 통해 달에 접근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화성 탐사의 전초 기지로 역할하게 한다. 2025년 초 PPE와 HALO 모듈의 달 궤도 진입을 시작으로 작동하며, 2027년까지 각 협력국가에서 개발한 모듈들이 차례차례 결합하면 완성된다.

이러한 아르테미스 계획은 나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우주기구와 우주 관련 민간 기업들까지 연계된 거대 국제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현재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 24개국이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을 체결하고 각 사업별로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도 10번째 협정국으로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과 협정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중심으로 형성됐다.

한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유럽연합 소속 19개국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럽우주국은 2035년까지 달 유인 탐사를 진행하고, 가능하면 화성으로도 유인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유럽우주국은 2025년까지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고, 상업화와 안전·보안 문제, 운영 중인 프로그램들의 문제 해결, 유럽우주국 내부 혁신 등의 다섯 가지 현안을 우선순위로 두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상업화 문제는 미국에서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으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 중심의 민간기업 우주 개발을 유럽 내에서도 장려하기 위한 방안이다. 즉, 우주사업 분야에 유럽 내 민간 기업을 키우고 민간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유럽우주국은 애초 러시아연방우주국(Роскосмос)과 공동 사업을 확대해 왔다. 러시아연방우주국과 유럽우주국이 공동 개발한 화성 탐사선 엑소마스를 2003년 발사해 화성까지 도착했다. 2009년부터 러시아 발사체 소유즈를 사용하여 우주선 발사를 공동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거의 단절되면서 공동사업도 좌초했다. 반면, 유럽우주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참여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우주국, 일본우주기구(JAXA), 캐나다우주국(CSA)은 달 궤도 우주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에 직접 참여해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독자적인 달 탐사, 화성 진출,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 달 착륙에 성공한 중국은 2019년 무인 탐사선 창어 4호를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시켰다. 2021년 3월 중국 국가항천국(CN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 로스코스모스(Роскосмос)는 ‘국제달연구정거장(ILRS)’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2027년 달 표면에 연구기지이자 우주정거장인 ‘국제달연구정거장’을 세울 예정이다.

달 궤도에는 미국과 아르테미스 진영의 우주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가 떠 있고, 달 표면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주기지인 ‘국제달연구정거장’이 세워질 예정이다. 이런 대립은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의 분열로도 나타났다. 2011년 미국 의회가 중국과 미국 간의 우주개발 협력을 금지하고, 중국의 국제우주정거장 이용을 금지했다. 그러자 중국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나서 2011년 9월 톈궁(天宮) 1호, 2016년 톈궁 2호의 지구 궤도 진입에 이어, 2021년 메인 모듈인 톈허(天和)의 발사로 본격적인 ‘톈궁 우주정거장’ 운영에 나섰다.

2021년 9월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 보다 효율성이 높은 러시아의 궤도 스테이션을 만들 계획이며, 신형 국제우주정거장의 첫 번째 모듈 작업은 2025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이후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격화해 결국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2024년까지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운영을 맡고 있어 러시아가 빠진 채 국제우주정거장을 유지하는 문제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2025년부터 달을 공전하는 ‘루나 게이트웨이’를 가동할 예정이라 지구 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의 필요성도 희미해졌다. 결국 미국 정부는 2030년 이내에 국제우주정거장을 폐기하기로 하고 결정했다.

소비에트 해체 이후 1998년부터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탈냉전의 산물이며 협력의 상징이었던 국제우주정거장은 ‘신 냉전’의 고조와 함께 지구의 바다 속(포인트 네모)으로 수장될 운명이다. 반면, 달에는 신 냉전의 양대 진영이 두 개의 우주정거장으로 분열하여 달 자원을 선취하기 위해 격돌한다. 본격적인 ‘우주 냉전’이 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다.


<각주>
(1) OECD (2022), Handbook on Measuring the Space Economy, 2nd Edition, OECD Publishing.
(2) 김한택, 국제법상 우주자원개발원칙, 항공우주정책·법학회지 v.33 no.2, 2018년, pp.35~59.
(3) http://www.nk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3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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