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장례 마무리 후 자진출두할 것”

경찰, 조율된 출석일정 번복하며 돌연 8일 출석 요구…건설노조, 위원장 구속 가능성도 제기


경찰이 지난달 16일, 17일 이틀간 진행된 ‘1박2일 노숙투쟁’ 관련 소환조사 일정을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최종 조율해 놓고서도 돌연 일정을 앞당겨 출석을 요구한 가운데, 전국건설노동조합은 모든 장례 절차를 마무리한 뒤 자진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8일 오전 11시 양회동 열사가 안치된 있는 서울 중구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의 사과는커녕 태도의 변화도 없어 장례 절차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경찰이 강압적으로 소환 조사 일정을 앞당기는 식으로 건설노조를 압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다만 건설노조는 온전한 장례를 마무리한 후 법적 절차에 따라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건설노조의 요구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정부에게 오히려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5월 11일 정부에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 해체,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노사 간 대화기구를 통해 문제해결 등을 요구하고, 1박 2일 상경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에 대해서는 불법으로 매도하며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상주로서 유가족과 모든 장례 절차를 잘 마무리하고 변호사를 통해서 일정을 맞춰서 자진출두하겠다는 것을 이 자리에 밝힌다”며 조사 불응이 아니라, 장례 이후에 법적 절차에 따라서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회동 열사 유가족을 대표해서 형님인 양회선 씨가 참석하여 유족 입장을 발표했다. 양회선 씨는 “동생의 유지를 받들어 온전한 장례가 끝나는 날까지 장옥기 위원장님과 함께 상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짧은 뜻을 밝혔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경찰에서 조율된 소환 조사 일정을 번복하고 8일로 앞당긴 것은 경찰 지휘부(상부)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상부가 소환 조사 일정 앞당기라 지시?…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을 구속하겠다는 것"

건설노조 관계자는 담당 수사관이 “출석 요구서를 보내면서 상부의 지시라고 말했다”며, 소환조사의 목적이 16~17일 집회 관련 건을 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양회동 열사 투쟁의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장옥기 위원장을 구속하겠다는 입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건설노조는 지난달 16일부터 1박 2일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건설노조 탄압 중단!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 양회동 열사 정신 계승, 민주노총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18일 장옥기 위원장 등에게 같은 달 25일까지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소환 대상자 2인은 변호인을 통해 경찰과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6월 1일까지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다시 25일 장 위원장에서 6월 1일에 출석하라고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건설노조는 서울시가 건설노조를 추가 고발하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이 됨에 따라 “피의자들이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서울시의 고발장에 대해서는 정보공개 청구가 필요”하다며 출석 일정을 조율했고, 이후 경찰과 조율 끝에 5월 31일 6월 12일로 출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경찰이 돌연 협의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6월 1일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8일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기자회견 발언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16~17일 진행된 이틀간 투쟁으로 인해 민주노총 조합원 30여 명이 소환 조사 요구를 받고 있다”며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민주노총 부위원장조차 포함하고 있었는데, 부위원장 조사에서 위원장 지시 여부를 캐물었다. 소환 조사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양회동 열사의 염원을 실현하고 양회동 열사를 우리의 아픔과 슬픔 속에서 함께 보내주고자 한다. 그리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당당하게 조사받고 책임질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더 이상 노동자들을 혐오 집단으로 매도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또, 양 위원장은 “광범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윤석열 퇴진 운동본부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만들어 냈던 민중들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줄 작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건설노조 탄압의 고삐를 놓지 않으면서 양회동 열사의 장례 일정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양회동 열사 장례 절차와 관련해 “현재 정해진 시점은 없다”며, “(유가족과 건설노조의 요구에 대해서) 윤석열 정부가 어떤 내용도 언급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사과의 제스처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장례 절차가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그런 태도가 어느 정도 나와야 저희도(건설노조도) 유가족과 협의해서 장례 절차를 확정할 수 있고 그 이후에 출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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