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원이 계약종료한 돌봄노동자 20명, 부당해고 구제 신청 접수

“코로나19 시기 몸이 부서져라 일했는데…이제 쓸모없어 버려지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고용 및 계약 연장이 안 된 노동자들이 오는 5일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나선다. 이들은 총 20명으로 서사원에서 요양보호사 또는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던 돌봄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단체협약과 서사원의 ‘계약직 운영에 관한 내규’ 등에 따른 ‘촉탁 재고용 기대권’을 강조하며 경영상 이유에 따른 촉탁 재고용 거절이라 할지라도 정리해고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의 돌봄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해고 회피 노력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사원 노동자들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서울지부 등은 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촉탁직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 노조는 “우리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서사원의 예산삭감으로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책임이 가장 크다”라며 “20명의 고령·비정규직 돌봄노동자들은 공공돌봄을 축소하는 시정과 정치의 결과로 억울하게 일터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시기 긴급 돌봄 투입된 노동자들 “몸이 부서져라 일했는데…이제 쓸모없어 버려지나”

7월부로 일터를 잃은 돌봄노동자들이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요양보호사 강명신 씨

요양보호사 강명신 씨는 “2020년 9월 입사할 때 2년 뒤 정년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서사원은 고용이 안정되고 63세까지 촉탁직으로 일할 수 있다고 해서 지원했다”라며 “촉탁직 계약 만료로 사원증까지 반납하라고 했을 때,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패인이 되는 기분이었다”라고 밝혔다.

강 씨는 노동자뿐 아니라 서사원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던 이용자들도 억지로 민간센터에 가야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강 씨는 “제가 케어하던 분은 91세 참전용사인데, 민간센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서사원을 이용하고자 했다. 6월 30일 서비스가 종결되고 어르신은 복지협력팀장에게 전화해 (요양보호사가) 일 잘하고 있는데 왜 촉탁을 없애느냐, 일을 똑같이 하는데 왜 차별하느냐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르신은 또 나같이 늙은 노인을 받아주지 않으면 죽으라는 거냐, 말씀하셨다고 한다”라며 갑작스레 서사원을 통한 케어서비스가 끊긴 이용자의 항의를 전했다.

  요양보호사 최승애 씨

또 다른 요양보호사 최승애 씨도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을 것이란 서사원의 시스템을 믿고 입사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서사원에 입사해 공공돌봄을 위해 몸이 부서지라 일했다”라며 긴급 돌봄 인력이 필요했던 코로나19를 지나고 버려진 기분이라고 한탄했다. 최 씨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코로나19 시기엔 돌봄 업무가 두렵고, 가족들과 떨어져 격리 시설에서 낯선 3교대 체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라며 “그럼에도 서사원이 가진 공공돌봄의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이제는 쓸모없어 버려진다는 생각에 너무나 맘이 아프고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촉탁직 해고를 포함한 서사원의 축소는 국가적 손해라고도 했다. 최 씨는 “민간의 요양보호사와는 달리 서사원의 요양보호사는 공공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더 많이 요구받았다. 그래서 여태껏 열심히 익혔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었다”라며 “정년을 지난 노동자들이지만 우리가 가진 숙련된 업무능력을 버린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너무나 손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은 “촉탁 계약의 근거가 되는 단체협약은 코로나19로 돌봄 인력이 한창 부족했을 당시 체결됐다. 코로나19 시기 모두가 기피하는 돌봄의 최전선에서 일함으로써 촉탁 계약제도를 약속받을 수 있었던 것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지금 영혼까지 갈아서 고생했던 촉탁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라고 촉탁직 해고 사태를 비판했다.

공공돌봄 후퇴, 서울시가 견인 중?

앞서 지난 4월 서사원은 공공운수노조와의 단체교섭 자리에서 2023년 상반기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촉탁직 재고용 및 계약 연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지난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서사원이 요청한 운영예산 210억 원에서 총 142억 원(서울시 42억 원, 서울시의회 100억 원)을 삭감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공공운수노조는 촉탁직 재고용을 절차대로 진행하라고 요구했으나 서사원 측은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뿐이었고, 결국 지난 6월 30일 재계약 대상 총 26명이 사실상 해고됐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고령의 돌봄노동자들이 억울하게 일터를 떠나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서사원 돌봄노동자들의 인건비가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다며 문제를 일삼았다. 최근 서울시는 서사원에 전반적인 임금 구조 체계를 수정해 민간과 동일한 여건 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고 주문했는데, 이는 결국 돌봄노동자의 전반적인 처우를 후퇴시키라는 말과 다름없어서 노동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전현욱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서울지부 지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돌봄 요양에 대한 민간 주도 고도화 정책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오세훈 시장에 의해 공공돌봄이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축소되고 있다”라며 “결국 세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기관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지부장은 “서사원이 주춤하자, 타 광역시도 사회서비스원의 정책도 후퇴하고 있다. 서사원이 마포시립요양원과 동대문시립요양원에 대한 직접 운영을 포기하자 다른 지자체 사회서비스원도 시립요양원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위탁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라고 사회서비스원을 주축으로 한 공공돌봄의 광범위한 후퇴를 우려했다.

한편, 서사원 노동자들을 비롯한 서울시 시민들은 서사원을 둘러싼 상황을 공공돌봄의 위기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한 공청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청회를 서울시장에게 청구하기 위해 선거권이 있는 시민 5천 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해 지난 4월부터 서명을 받아왔고, 7월 4일 현재 서명 참여 인원이 5천 명을 돌파한 상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공공돌봄대책위 등은 “서울시 자치구에 있는 종합재가센터들이 사라질 것인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어린이집 운영이 이대로 중단될 것인지, 서울시의 돌봄을 수행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의 임금은 계속 지급될 수 있는 것인지, 이제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넘어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시정철학 근거하여 답해야 할 차례”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개월 이내에 토론회 등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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