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필요악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2000/11 피에르 아브라모비치*
매년 부패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800억 달러가 소요된다. 그러나 뇌물은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깊이 배태되어 있는 것이다. 유럽에
서는 1970년대에 해외 주재 공무원에게 지불될 경우에 한해 커미션이라는
형태로 뇌물이 제도화되었다. 같은 시기에 미국은 해외 주재 공무원들의
부패를 형사범죄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미국 기업들은 조세 피난지들에서
자회사를 통해 전과 마찬가지의 관행을 계속하였다. 해외 거주자들의 부패
를 종식시키려는 OECD의 노력은 저항에 부딪쳐왔다. 이러한 관행을 종식시
킬 수 있다는 생각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어디에나 이런 말들이 있다. 중국의 홍바오(紅包), 아랍 국가들의 박쉬
쉬(baksheesh), 중앙 아프리카의 마타비쉬(matabiche), 필리핀의 파욜라
(payola), 라틴아메리카의 프로피나(propina), 프랑스의 포드뱅(pots de
vin), 또는 뇌물이라는 흔한 말 등.1) 그러나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네바의 검사 다니엘 베르토사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법적으로 이는
공무원이나 각료, 공기업 운영자 등에게 이익을 약속 또는 제공하여 그들
이 대표하는 공적 권한의 책임을 저버리게 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매수
자'는 은전을 약속 또는 제공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는 공무
원은 '부패한 자'이다. 이익의 약속과 의무의 배반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세계 경제에 부패가 미치는 총비용은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세계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그 수치는, 개도국에서 특히 심한 -공무원, 정
치인, 경찰, 세관원들에 의해 징수되는 추가적 과세 형태인- 착복되는 발
전기금과 소규모 부패를 무시하더라도, 연간 대략 8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부패는 바터제가 발명된 이래 국제 무역에서 계속 존재해 왔다. 영
국의 일기 작가이자 해군 대신(大臣)이었던 새뮤얼 페피스(1633-1703)는
신중하게 몰래 전달하기만 하면 뇌물은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이
러한 견해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부패는 국제 무역에서 하나의 경제 요소
이며 1960년대의 탈식민화 이래 더욱 심해졌다. 서방 기업인들은 제3세계
국가들의 부패를 해당 지역 문화의 불가피한 특성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
다. 그러나 간단히 말하자면 "부패한 자"는 신흥국가의 공공기관들이며
"매수자"는 부유한 나라의 기업들이다. 차드공화국의 한 전직 경제장관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말한다. 한 아프리카 전문가는 말하기
를 사기의 형태를 띠는 일종의 조용한 부패가 존재한다고 한다. "부패는
사람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나중
에 고객들이 요구하는 엄청난 커미션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 내던져
질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보호받는 시장들을 지배하고자 할 때 일어난
다."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는 뇌물
1970년대 중반 석유가격의 급등으로 프랑스는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에
시달렸다. 1977년 프랑스 정부는 수출시장에서의 자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
를 메우기 위해 해외 주재 공무원에 한해 -커미션이라는 형태로- 수회를
정식으로 인정하였다. 다른 유럽 정부들도 프랑스의 선례를 따랐다. 경쟁
상대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국가 수반, 각료, 심지어 최하위 지역 공무원에
까지 뇌물 공여가 정당화되었다. 또한 편의적인 재정 사기를 통해 뇌물은
소득에서 공제 가능하게 되었다. 유럽 국가들이 해외 무역상의 매수를 합
법화하느라 분주한 반면 미국은 다른 노선을 취했다. 록히드사 스캔들2)에
뒤이어 1977년 제정된 연방부패관행법은 해외 주재 관료의 독직(瀆職)을
범죄행위로 규정하였다. 실제로 다른 나라 기업들이 재빨리 지적한 것처럼
미국 기업들은 조세 피난지에서 자회사들을 통해 전과 마찬가지의 관행을
계속하였다. 미국 정부는 기업들로 하여금 버진제도나 바베이도스 같은 나
라에서 무역을 개시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수출을 지원하였다. 이는 매년 25
억 달러에 상당하는 조세 도피를 야기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해외판매
법인(FSCs)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외에 커미션을 지불하기 위한 비밀 시스
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국제무역은 동서갈등이라는 전반적인 틀을 띠었다. 양측
은 자신의 고객을 장악한 채 반대편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베
를린장벽이 붕괴되고 구 공산주의 국가와 위성국가들이 국경을 개방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무기와 건설을 필두로 한 국제 무역은 경제적 이해만
이 지배하는 난투장이 되었다.
동유럽에서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와 산업단지 계약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커미션이 오고갔다. 여전히 공적 관리 하에 있던 모든 부문-무기,
석유, 전력, 수송, 토목, 상수도, 심지어 의료설비까지-은 일종의 압류 형
태로 매각되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통제 불가능하게 되어 산업들은
매수조차도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기에 이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국제 무역 상의 부패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전히 금기시되
었다. IMF나 세계은행 같은 기구들은 커미션의 '커'자도 조심스럽게 언급
하면서 일부 나라들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불평하였다. 커미션이 불가
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세계은행과 IMF
의 "소유주"는, 그들의 고객이 국가들인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1996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세계은행 총
재 제임스 울펜손이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그는 부패와 같은 병
폐가 "가난한 나라들로부터 부국으로 자원을 이동시키고 사업 운영의 비용
을 증대시키며 공공 지출을 왜곡시키고 해외 투자자들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1997년 7월에는 IMF 또한 방침을 바꿨다. IMF는 아르헨티나에
제시한 균형잡힌 공공 지출에 관한 통상적인 요구사항 맨 위에 앞으로의
어떠한 추가적인 재정원조도 교육, 보건, 조세 등의 핵심 부문, 그리고 무
엇보다도 부패와의 전쟁에 있어서의 진전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경고
하였다.
분쟁의 원인
이는 미국이 부추긴 OECD에서의 일련의 논의 개시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OECD의 논의는 해외 거주자들의 부패를 종식시키기 위한 초안을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997년 12월 10일 열린 OECD 각료회의에서 21개 국가
는 이 협정에 서명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각국 의회의 협정 비준은 난
관에 부딪혔다. -일부 무기거래의 경우 40%에 이르는- 엄청난 커미션을 받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산업계는 이 협정을 적대시하면서 미국이 유럽
의 수출을 잠식하려는 책략으로 바라보았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나중에는 앰네스티 인터내
셔널)라는 비정부기구가 등장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각
국을 부패 규모로 순위를 매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언론의 각광을 받았
다. 보고서의 작성자들은 실제 부패 수준-이는 측정 불가능하다-이 아니라
부패 인지도 여론조사에 기반한 자신들의 방법이 그다지 과학적이지는 않
다고 인정하였다.
작년 10월 국제투명성기구는 남아공 더반에서 대규모 회의를 개최하여
국제적 신뢰도를 확증시켜 주었다. 한때 소규모 투사들의 조직으로 간주되
던 기구가 이제는 세계 전역에서 1200명의 대표단을 모을 수 있게 된 것이
다. 이 회의의 쟁점은 두 가지였다. 우선 대표단들은 세계은행이 발전기금
을 맹목적으로 잘못 분배함으로써 부패 세력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대주었
다고 비난했으며, 둘째로 OECD 협정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였다.
회의 직후 국제투명성기구는 뇌물 제공자 등급목록을 발표하였다. 프랑
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대조적으로 하위를 차지했다. 세계 언
론들은 이 문제를 끝까지 추적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OECD 국가들이 여전히 부패에 관한 협정을 비준하지 않고 있
음을 지적하였다. 그들은 조사 공표와 같은 해 12월 열린 시애틀 WTO 회담
이 이상하게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국제투명성기구 의장 페터
아이겐은 부패 문제를 WTO 의제에 올리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WTO가 부패 관행에 대한 국제 감시기구로 역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럽과 미국 사이의 분쟁이 한창 진행되면서 미국은 자국의 보조금 체계
에 관한 언급은 생략한 채 유럽의 "불공정" 무역이 야기한 결과만을 줄줄
이 늘어놓았다. OECD 국가에 본부를 둔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들은 협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지난 6월 프랑스는 결국 협정 조인 2년 6개월만
에 이를 비준하였다. 그러나 이로써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은
이 문제를 WTO로 가져갔고 WTO는 조세 피난지의 자회사들을 통한 미국의
불법적인 수출 지원을 비난하였다. 지난 9월 5일, WTO의 판정을 따르지 않
는 미국을 보면서 유럽연합은 최후통첩을 발표하였다. 스토리는 계속된다.
현실주의인가 유토피아인가?
국제적인 정치적 의지로 부패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게 현실적
인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일부 나라들에서는 뇌물이 부족간 선물의 일종
이다. 러시아의 경우 빈곤으로 인해 크고 작은 부패가 엄청나게 증가하였
다. 국제 무역이 모든 나라를 보이코트하는 상황을 가정하기는 힘들다.
레앵 대학 경제학 강사인 장 카르티에-브레송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국에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은 여전히 전세계 해외직접투자의 제1 표적입니다. 또한 부패 때문에 개도
국 사람들이 거기서 사업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한편, 러시아의
부패는 다른 종류의 문제, 즉 불안정한 정치 상황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무역업자들은 안정된 상황에서 잘 통제된 부패에 대처할 수 있으며 이 경
우에 항상 똑같은 사람들과 거래합니다. 상대방, 관련된 액수, 그리고 심
지어 게임의 규칙조차도 계속 변화할 때가 문제입니다."
부패 없는 세상은 없겠지만 다니엘 베르토사의 말처럼 "부패는 적을수록
좋다. 당연히 용인받을 수 없는 행동이 참을만한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을
꿈꾸는 것은 정신분열의 일종이거나 노골적인 기만이다." 그러나 일부 사
람들은 이미 통제를 피해가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있다. 한 거대 프랑스
기업의 판매사절은 보도 자제를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OECD에 속
하지 않은 나라들에 자회사를 개설하는 식으로 기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하던 대로 다른 나라에서 계속 하려는 것이죠."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지난 2월 한 프랑스 판사가 뒤메즈-나이지리아 사
의 최고경영자에게 제기된 소송을 기각함으로써 확인되었다. 그는 유령회
사들을 통해 6천만 달러를 전용하고 그 가운데 일부를 나이지리아 정치인
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 소송이 기각된 이유는 법적으로 보
았을 때 나이지리아의 자회사가 프랑스 모회사와는 독립적인 실체라는 것
이었다. 검사와 판사 모두 뒤메즈-나이지리아가 뒤메즈-프랑스의 "합병 기
반"에 속해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 "종속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고 간주
하였다.3)
* 언론인
1> 크리스티앙 드 브리의 "사이좋은 친구(Thick as Thieves)"와 장 드 마
이야르의 "세계화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globalisation)", [르몽
드 디플로마티크], 영어판 2000년 4월호를 보라.
> 1976년 록히드사가 네덜란드와 일본, 서독, 이탈리아 등의 공무원과 정
당, 정치지도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여 록히드 항공기 구매를 유도하였음
이 워싱턴 당국에 의해 발각되었다.
> [르몽드], 2000년 4월 4일자.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