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시]공구파는 아저씨 어디갔냐 묻거든

- 노점상 박봉규 열사 영전에

최인기

하늘 끝에 달려 있는 청계 고가 도로 아래
모자를 눌러 쓴 손수레가 있었다
이미 바퀴는 붉게 녹슬어 기울어져 가도
자리 옆 가로수는 늠름하게 그를 지탱해 줬다
검은 매연이 늦여름 햇살에 헝클어져도
'건들지 마라 가족의 생계가 달린 밥그릇이다'

올 여름은 지긋지긋하게 태풍이 몰아쳤다
가슴을 앓는 비바람이 하루가 멀다고 스쳐갔다
그것도 한 차례 두 차례 그리고 또…
'노점상은 불법인데 뭐가 잘났다고 항의냐 저리 가라 씨팔'

아- 이제
그곳은 폐수보다도 검붉은
화염에 싸여 타버린 피가 흐르고 있다
떨어지는 살점들이 노릿하게
거리를 나뒹굴고 있다.

하루를 나른하게 보내는 비둘기들이
누군가 흘리고 간 부스러기로 알고 쪼더라도
습관처럼 이곳 거리에 아침이 오더라도
해묵은 구호들이 다시 떠오를 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똑바로
덩그러니 남아있는 가로수에
무언가 칭칭 묶여 있던 흔적을
기댈 곳 없이
아무렇게 놓여 있는 손수레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열사 가신 길
오늘도 누군가 찾아와
공구 파는 아저씨 어디 갔냐고 묻거든
온종일 오가는 이들의 머리에
햇살이 되었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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