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결사 '빌더버그 클럽'의 정체는

'VIP 자본가'들의 비밀조직…장막 뒤에서 국제정치 조종

동서냉전으로 표현되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 논쟁이 사라진 대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찬반 논쟁이 세계적으로 뜨겁게 전개된 바 있다. 그리고 반세계화 운동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전개되었다.

매년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장이나,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나, G8 정상회담, 세계은행회의, 아셈회의 등이 열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반세계화 데모가 일어났다.

전세계 자본가와 권력자의 모임이 거꾸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민 사회 단체의 목소리가 결집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빌더버그 클럽’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빌더버그 클럽'의 회의가 매우 폐쇄적인 상태에서 열릴 뿐만 아니라 철저한 언론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빌더버그 클럽’의 모임은 여러 가지로 주목되었다. 전세계 자본가와 권력자들의 핵심들이 모이는 ‘빌더버그 클럽’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 것인가가 향후 세계 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 침략 전쟁에서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경제는 ‘추락’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자본가들로서는 유럽 자본가들의 ‘양해’를 얻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놓여 있다. (‘빌더버그 클럽’의 모임에 연이은 G8 재무장관 회담에서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약한 달러’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달러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달러와 유로의 대결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이스라엘은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동아시아에서 북한이 차지하고 있는 것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4백 개에 달한다는 이스라엘의 핵무기는 유럽의 입장으로서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과 같은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경제의 ‘회복’ 혹은 ‘생존’을 위해 이스라엘에게 이른바 ‘평화안(로드맵)’을 강요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였다.

비록 빌더버그 클럽에서 논의된 것들이 비밀에 붙여지기는 하지만, 우리는 6월 초에 프랑스의 에비앙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을 통해 빌더버그 클럽의 장막 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페페 에스코바르(Pepe Escobar)가 <아시아 타임즈> 인터넷판 5월 22일자에 쓴 ‘자본가의 비밀결사, 빌더버그 클럽’(The masters of the universe)을 소개한다. <옮긴이>



▲ 올해 빌더버그 회의가 열린 트리아농 궁전 호텔.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소재. 출처: http://www.bilderberg.org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암흑의 왕자’ 리처드 펄이 지난 주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것은 유익할 듯싶다.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이들은 빌더버그 클럽(Bilderberg club)의 연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 근교의 웅장한 베르사이유 궁전 가까운 곳에 위치한 트리아농 궁전 호텔에 있었다.

응용된 이데올로기 프리즘에 의한다면, 빌더버그 클럽은 장막 뒤에서 국제 정치를 조종할 수 있는, 유럽과 미국의 권력 엘리트의 극소수 VIP의 국제적인 압력단체라고 볼 수 있다. 즉 정치가, 학자, 기업총수들의 ‘논의 집단’ 혹은 전적으로 이기심에 의해 움직이며, 세계지배를 계획하는 자본가의 비밀결사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금융 및 비즈니스 엘리트들은 빌더버그 클럽을 자본주의의 사제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보고 있다. 여러분은 이런 클럽의 회원자격을 신청할 수 없다. 매년, 불가사의한 ‘운영위원회’는 최대 100명의 초청자 명단을 선별한다. 그들의 연차회의 장소는 엄밀한 비밀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라이덴엔 그 본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회의는 극도의 비밀에 싸여 있다. 참석자와 게스트는 자신들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거의 밝히지 않는다. 그들의 보안은 군사정보부에 의해 관리된다. 그런데 이 비밀스러운 단체는 무슨 일을 꾀하는 것일까? 그들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로비활동을 전개한다. 이미 거대한,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대서양 양측에서 확대하고자 한다. 그리고 논의된 것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비밀을 서약한다.

빌더버그 클럽에는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가, 국방 문제 전문가, 언론 귀족, 정부의 장관, 총리, 왕족, 국제적인 금융업자, 정치지도자들이 섞여 있다.

올해의 게스트에는 럼스펠드와 펄(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도 또한 회원이다) 이외에, 은행가인 데이빗 록펠러를 포함하여, 록펠러 가의 다양한 멤버들, 헨리 키신저, 네덜란드의 베아트릭스 여왕, 스페인의 소피아 여왕과 후앙 카를로스 국왕, 그리고 선별된 정부의 고관들이 포함되었다. 빌더버그는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사람들은 초대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서방 세계의 지도적인 금융업자와 외교정책 전략가 가운데 몇몇 사람들이 어떤 실제적인 합의(consensus)를 이루고 그것을 강화하기 위해서 빌더버그에 참석한다. 그 합의란 그들의 용어로 정의한 (은행업무와 대기업에 좋은 것은 모든 이들에게도 좋다고 정의한) 세계화가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인류를 위해서 더욱 좋은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들에게 어떤 은폐된 의제가 있다면, 그것은 부와 권력의 엄청난 집중과, 세계화가 과연 62억명의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그들의 게스트에게도 완전히 분리된다는 사실이다. 이 클럽에 참석했던 이들 가운데 몇몇 사람은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했다. 빌 클린턴은 1991년에, 토니 블레어는 1993년에 이 클럽에 초대되었고, 집권을 하기 전에 빌더버그에 의해 정식으로 ‘승인되었다’.


▲ 빌더버그 회의 모습을 찍은 유일한 사진. 출처: http://www.bilderberg.org

초기의 빌더버그 클럽과 나치 사이에는 의심스럽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수많은 관계가 있다. 그 관계는 네덜란드의 베른하트(Bernhard) 왕자를 통해 이루어진 것인데, 베르하트 왕자는 현 베아트릭스 여왕의 아버지로서, 1954년 “유럽과 북아메리카 간의 이해 증진”를 목표로, 빌러버그에서 이 클럽을 창설한 이다. (빌더버그라는 이름은 네덜란드의 한 호텔에서 따온 것이다.)

베르하트는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친위대의 일원이었다. 빌더버그의 창립회원 가운데 한 사람인 오토 월프 폰 아메론겐(Otto Wolff von Amerongen)은 독일과 소비에트권 간의 사업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했으며, 도이취 방크(Deutsche Bank)를 포함한 26명의 이사회에서 공헌한 인물이다. 아메론겐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그리고 아마도 여기에는 여러 가지 충분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이전에, 또 전쟁 중에, 나치가 유대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강탈한 데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럼스펠드는 빌더버그의 적극적인 일원이다. 또한 아일랜드의 전 유럽연합 위원이자 골드만 삭스와 BP의 회장인 피터 서덜랜드(Peter Sutherland) 장군도 그렇다. 럼스펠드와 서더랜드는 2000년, 스위스의 에너지 회사인 ABB의 이사회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다. 그리고 ABB는 북한에 2개의 경수로를 판매했다. 물론 그 무렵 북한은 ‘악의 축’의 일원이 아니었다.

금년에 베르사이유에서 열린 빌더버그 회의는, 5월 19일, 베르사이유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파리에서 열린 G8 재무장관 회의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이런 절차는 전통적인 것이다. 빌더버그에서 논의된 것은 언제나 G8 정상회담에서 다시 논의된다. 올해에는 G8 정상회담이 6월 1일부터 3일까지 프랑스 알프스의 에비앙 레 벵(Evian-les-Bains)에서 열릴 예정이다.

5월 15일 빌더버그 회의가 열린 첫 날, 프랑스의 자크 시카크 대통령은 환영 연설을 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미국과 서유럽이 오랜 동맹관계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라크 전쟁에 관해 게스트 사이의 격렬한 대립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그러나 시라크의 이런 호의가 ‘평화주의자’ 프랑스에 대해 여전히 분개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매파를 진정시키지는 못한 듯하다.

어느 영향력 있는, 유대인 유럽은행가가, 유럽의 지배 엘리트는 현재 서방세계가 완전한 금융붕괴의 직전 상태에 있다고 그들의 앞잡이들(minions)에게 말하고 있다고 폭로한다. 그래서 그들의 귀중한 투자를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동에 집중된 새로운 글로벌 위기(이 위기는 냉전으로 말미암아 전개된 위기를 대체한 위기다)에 내기를 거는 것이다.

베르사이유와 연계된 런던시의 어느 은행 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 회의에서 유출된 것은 미국과 유럽의 빌더버그 회원들이,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노선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을 둘러싼 분열을 거의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빌더버그 클럽의 회원들이 떠들어대고 있을 때, 샤론은 이른바 4중주단(quartet)이라고 불리는 다른 회원들 즉 UN과 유럽연합, 그리고 러시아가 이미 승인한, 부시의 중동 청사진(road map)를 거절했다. 이 청사진은 끝장이 났다. 빌더버그 회원에게 사태를 요약 보고하기 위해 베르사이유에서 붙잡힌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조차도 샤론을 설득하지 못해 팔레스타인 영토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의 해체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못했다.

미국의 제국적 모험(imperial adventures)은 통상적으로 빌더버그 회의에서 자세히 언급된다. 유럽의 엘리트들은 버지니아의 찬틸리에서 열린 2002년 연차회의 이래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반대했다. 럼스펠드 자신은 이라크 침공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주 빌더버그의 모든 이들이 그 악명높은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럼스펠드에게 반격을 가했다. 유럽 엘리트들의 대다수는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를 ‘이라크 국민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하는 약속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이라크 석유에서 나온 수입이 미국이 폭격한 곳을 재건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벡텔과 핼리버튼에게 돌아간 계약에 대해, 그런 종류의 계약이 서유럽에게 ‘이로운’ 것인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빌더버그와 가까운 사람들에 따르면, 유럽의 엘리트들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안정적이며 합법적인 중앙정부를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원하지도 않는다고 의심의 눈을 보내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미국이 이라크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유럽의 엘리트들은 미국이 ‘즉석 사실’을 확립하려 한다는 것을, 장기적인 군대 주둔과 풍부한 석유 자원을 미국의 관리 아래 두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라크 국민이 민족 해방 전쟁에 돌입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충분하면서도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또한 베르사이유 회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완전히 독립한 유럽연합군이 필요한지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은 아주 어려웠다. 물론 미국은 유럽연합군에 대해서 반대한다. 그러나 반군(anti-army) 치어리더인, 나토 사무국장 로버트슨(Robertson) 경을 비롯해서 유럽인 가운데서도 몇몇 사람들도 그런 입장이다. 유럽의 엘리트들로서는 나토에 대한 미국 지배를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다.

어떤 유럽인들은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나토에 의해 통제되는 무력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분리된 유럽연합군이, UN의 세계군대로서 나토가 맡고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미국인들은 나토가 더 이상 유럽의 방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시한다면, 나토의 군대는 세계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점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중대한 논의들이 장막 뒤에서 논의되었다. 베르사이유의 트리아농 궁전 호텔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되었다. 그리고 빌더버그 회원이 아닌 게스트들은 그곳에서 떠나야 했다. 파트타임 종업원들은 집으로 보내졌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회의에 대해 조그마한 사실이라도 폭로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사살될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빌더버그 회원이 먼저 말하기 전에는 어떤 누구에게도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눈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무장 호위병들이 호텔을 완전히 격리시켰으며, 통제선을 설치했다. 몇몇 미국의 일부 상업 언론인이 그곳에 있었지만, 대중에게는 빌더버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빌더버그 뉴스는 인쇄되거나 방송되지 않는다. 루퍼트 머독과 같은, 빌더버그의 다국적기업의 쇼군(tycoons)이 통제하고 있는 어떤 언론도 그것을 보도할 수 있도록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그 파티가 깨어진다 해도 말이다. (사적인) 엘리트 비즈니스와 같은 비즈니스는 없다. (Pepe Escobar / 번역 안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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