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 노조의 힘겨운 출발

'봉사원' 신분·열악한 노동조건 여전히 못 벗어나


그 동안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들이 노동조합(지부장 변재수)을 설립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지난 8월 5일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뒤 무려 55일간의 심사를 거쳐 마침내 9월 30일 동부지방노동사무소로부터 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장애인콜택시 제도는 올해 1월 1일부터 서울시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현재 100대가 운행중이다. 이 택시에는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되어 있고 요금도 일반택시의 40% 정도여서 중증장애인을 위한 거의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아래 공단)과 1년 단위의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운전기사들은 '운전봉사원'으로 불리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부정당해 왔다.

운전기사들은 하루 약 1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기본급 95만원에 보통 월 20∼30만원의 성과급을 번다. 또 가스비, 수리비 등도 자비로 부담해 왔다. 지금은 운전기사들의 요구로 가스비를 공단 측이 부담하고 있지만, 차량 보수·유지비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변재수 지부장은 "적은 급여에 자비 부담이 많아 지금까지 그만둔 운전기사가 2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3일에는 운전기사 신동권 씨가 장애인 탑승객을 들어 옮기다 허리를 다쳤지만 공단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자비로 모든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이 사건은 운전기사들이 노조 결성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

노조를 설립하기까지 탄압도 있었다. 변 지부장은 "설립신고를 내자, 시설관리공단 측은 기사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재계약을 미끼로 회유하는 등 노조탄압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신고필증이 나온 후에도 공단 측은 조합원 수가 적다는 이유로 단체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 지부장은 "직원 추천으로 기사를 선발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공단 측은 들은 척도 안한다"며 노조를 무시하는 공단측을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시청 장애인복지과의 임한균 장애편의증진팀장은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가 없고 택시운행의 수입금 전액이 운전기사 자신 몫이라 노동자라고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단이 지정한 콜센터에서 정해진 근무시간에 따라 일하고 월 95만원의 기본급에 차량운행을 통한 수입은 성과급의 성격을 갖고 있어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서울시청의 태도는 설득력이 없다. 이미 지난 8월 말 근로복지공단도 콜택시 운전기사들의 산재보상에 관한 질의에 대해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 제14조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되므로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처럼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지만 갈 길은 멀다. 변 지부장은 "우선은 최소한의 노동자성만이라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며 "4대보험 적용과 계약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을 우선적으로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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