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민중이 나서는 공교육개편운동

서울대 폐지 논쟁이 달구어지고 있는데

교육문제가 시끄러운 요즘 '공교육체제를 근본적으로 새롭게(민중적으로) 개편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공교육개편운동'은 전교조, 노동자의 힘, 민주노동당 등 30여 개 교육・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교육연대'가 중심이 되어 벌이고 있는데 '민중진영의 공교육종합개편방안'이라는 부제의 '공교육 새판 짜기'라는 책자도 발간했고 '공교육구조개혁을 위한 국민서명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쟁점으로 급부상한 '서울대 폐지 논쟁'도 공교육개편운동의 일환이다. '서울대 페지론'으로 부각된 대학평준화 방안 외에도 공교육개편운동은 무상교육실현, 대학개혁, 학제와 교육과정 개편, 교육정책에 대한 민중참여, 사립학교의 공공성 강화와 국・공립화, 공공기반시설 확대 및 학교와의 연계 강화 등 총체적인 공교육 개편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교육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겠다는 야심 찬(?) 운동이다.

그냥 좋은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할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지배세력의 완강한 저항과 기득권의 반발 등으로 쉽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공교육개편운동은 먼 훗날을 바라보면서 그냥 좋은 이야기들을 구호로 내거는 운동이 아니다. 한국 민중의 최소한의 교육권이 걸린 문제이자 교원노조운동과 진보적 교육운동의 향후 전망과 직결된 문제로써, 현 단계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유력한 대응방안으로 의미를 지니는 투쟁이다.

참을 수 없는 한국교육의 파행성, 반민중성

살인적인 사교육비 고통, 0교시 등 학교교육의 파행과 위기는 이제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동시에 그 속에서 자행되는 한국 교육의 반민중성 역시 참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아이들이 배우는 학교 교과서에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폄하하는 내용들이 나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을 지도 모른다('노동조합이나 대한 노인회, 노래 연습장업 협회 등이 모두 이익 집단의 예가 될 수 있다…이익 집단은 정당과는 달리 특수한 영역에만 관심을 가지고 이와 관련된 사람들의 의사만을 대표하며, 정권을 획득하려는 정당과는 달리 단지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고등학교, 대한교과서(주), 정치 교과서, pp.102-105>).

그러나 '사람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는 불법파업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따위의 토론 주제를 대하면 분노가 불끈 솟는다. 한마디로 굴욕과 분할을 강요하는 교육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은 이 정도의 교육 지배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학교를 통한 불평등의 대물림은 이제 거의 구조화되었고 위계와 경쟁을 내면화하는 기제는 시장원리의 도입 속에서 더욱 더 강력해 지고 있다. 공교육개편운동은 노동자・민중이 등골이 휘어지도록 교육비를 대면서도 반노동자・반민중성을 배우는 이런 상황을 멈추고 무상교육, 평등교육을 실현해 나가자는 운동이다.

신자유주의세계화를 넘어서려는 대안적 공세

한편 공교육개편운동은 신자유주의 교육개방 및 시장화 저지투쟁 나아가 반세계화 투쟁과 결합되는 투쟁이다. 작년 3월 WTO교육개방 양허안 저지투쟁은 수세적인 저지투쟁만으로는 저들의 공세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름대로 격렬한 반대투쟁을 전개했고 무분별한 교육개방의 문제점을 알리는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상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저들의 이데올로기를 넘지 못하고 양허안 제출 역시 막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공교육개편운동은 지금까지의 수세적 투쟁을 넘어서려는 대안적 공세투쟁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교육시장화 대 민중진영 공교육개편운동의 대결

민중진영에서 공교육개편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지만 자본과 지배세력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이미 교육부, 재경부 등을 통해 시장화에 입각한 '공교육개편방안'을 내놓고 있으며 교육개방협상과 국내교육의 영리화 추진 등 교육을 완전히 시장판으로 만들려는 책동들이 범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들은 교육이 지닌 계급적 의미를 동물적 본능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 상황은 민중과 지배계급간의 총체적인 대결국면 속에서 교육을 둘러싼 전면대립 역시 예민하게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며 아마도 현 단계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 지점의 하나일 것이다. 대결의 결과는 향후 한국교육의 기본 성격은 물론이고 교육운동 및 민중의 주체 형성 문제와도 직결된다. 신자유주의 질서재편이 가져오는 주체의 분할이 교육에 있어서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교육부문의 시장적 재편이 단지 노동과 복지조건을 악화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교육내용과 경쟁관계를 통해 주체들로 하여금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와 패배주의를 내면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입제도 개혁과 대학서열화폐지가 바로미터

이제 시작인 공교육개편이 실현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2004년은 그 방향을 틀어쥐어야 할 관건적인 시기이다. 우선 현재의 시장화 공세를 막지 못할 경우 이 운동의 의미도 떨어지고 이후 힘있는 저항을 조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교육이 시장화된 상황에서 대학평준화나 무상교육을 의미 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교원노조가 대중적 저항을 표현하는데 20년 가까이 걸렸으며 일본의 경우 주체가 거의 해체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시장화 공세 속에서도 민중적 교육개편의 요구와 동력 또한 광범하게 형성되면서 공교육개편운동의 우선적 핵심 고리인 대입제도와 대학개편이 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권은 한편으로는 전면적인 교육개방, 시장화 공세를 전개하면서도 다른 한편 대중적 불만과 요구에 밀려 대입제도, 학벌과 대학 서열화 등에 대한 개선방안 발표 일정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러한 지형은 적어도 현재 교육시장화에 저항하면서 돌파할 수 있는 역학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교육혁신위 등 정부 일각에서도 '수능폐지-국・공립대 공동 학위제'를 시안으로 마련한 바 있으며 8월 발표 예정인 노무현 정권의 입시제도 개편안은 입시제도개편과 대학서열폐지 논의의 사회적 쟁점화에 불을 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교육개편운동을 노동자・민중이 나서는 범사회적 운동으로 힘있게 전개한다면 민중적 교육개편의 전기를 마련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나서야 한다

교육문제는 계급적 문제이다. 노동자・민중의 권리일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첨예한 공간이기도 하다. 민중교육권과 민중적 세계관 형성에 관한 지금까지의 무관심 혹은 대리전적 양상은 극복되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공교육개편운동은 노동자・민중이 향후 교육권쟁취의 주체로 나서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2004년 민중교육권 요구가 얼마나 힘있게 제출되는가에 따라 '교육의 시장화인가, 교육의 공공성 강화인가'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민중적 교육재편의 커다란 첫 발을 디딜 때다.
덧붙이는 말

천보선 님은 범국민교육연대 교육과정특별사업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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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 교육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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