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미정세 : 전면화되는 미국의 제국주의 공세

베네수엘라: 차베스 소환공세의 새 국면

1998년 집권에 성공한 차베스 대통령은 이른바 '볼리바르주의 혁명'의 과정을 주도하는 가운데, 과거 기득권 세력들의 반혁명공세에 직면하게 된다. 2002년 4월의 불법 쿠데타, 2002년 12월에 시작된 3개월간의 석유산업 사보타지 등 두 차례의 공세에 맞서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힘입어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반정부세력은 전열을 재정비하여, 그들이 반대했던 볼리바르 헌법에 보장된 소환권을 이용한 공세를 개시하였다. 새 헌법에 의하면, 유권자의 20%가 서명한 소환청원에 의해 소환투표가 가능한데, 소환투표에 필요한 유효 서명 수는 2,436,083명이다.

작년 12월 반정부세력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4일간의 서명 캠페인을 통해 320만명의 소환청원 서명지를 선관위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지난 3월말 선관위의 검토 결과, 수많은 부정서명이 발견되었고, 이에 선관위는 조건부 승인 판결을 내렸다. 즉, 5월말까지 부정의 소지가 있는 120만 건의 서명지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판결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6월 3일 선관위는 약 120만 건의 재확인 서명 중에 614,968건을 승인함으로써, 총 2,451,821명이 소환요구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필요 서명수보다 15,738건이 많은 것으로, 지난 6개월간 논란을 일으켰던 소환투표 논란은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볼리바르 헌법에 의하면, 차베스의 임기 1/2 시점이 되는 8월 18일 이전 소환투표를 통해 현직 대통령을 사임시킬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부통령이 대통령을 승계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반정부세력은 8월말 이전의 조속한 소환투표 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7월말이나 8월초에 소환투표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소환투표 청원과정에서 반정부세력에 의한 수많은 부정행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친차베스 진영은 이에 대한 전면적 문제제기와 형평성에 대한 항의를 제기하고 있다. 당초 제출되었던 서명용지에는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나 사망자의 서명지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중복서명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따라서 약 1만5천 건의 서명에 따른 소환투표 결정은 다분히 문제의 소지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음날 차베스 대통령은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승복하고 소환투표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소환투표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강력한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친차베스 세력은 대규모 집회를 통해 소환투표 승리의 각오를 다졌다.

현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대략 40 51%에 이르러 작년의 경기침체와 석유파업시의 30%에 비해 상당한 안정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소환투표가 실시되더라도, 차베스가 소환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동적 과두 지배세력의 집요한 반정부공세와 미국 제국주의의 집요한 차베스 흔들기 공작을 고려하면,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도 않다.

마약과의 전쟁 - 플랜 콜롬비아

전 세계의 이목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라크 전쟁으로 향해 있던 동안에도,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마약과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클린턴 정부시절, 마약공급원의 근절이란 명목하에, 콜롬비아에 대한 13억달러 지원을 골자로 하는 '플랜 콜롬비아'(Plan Colombia)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막대한 액수의 지원금은 95% 이상이 군사비로 사용되어, "마약과의 전쟁"은 사실상 양대 게릴라(FARC[콜롬비아혁명군]과 ELN[민족해방군])에 대한 반봉기 저강도전쟁의 외피에 다름 아님이 드러났다.

더불어, 게릴라에 맞선다는 미명아래 반동세력에 의해 조직된 사병(paramilitary)의 잔혹한 행위는 콜롬비아 민중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콜롬비아 군의 조직적 결탁, 특히 마약 카르텔과의 유착은 콜롬비아 지배계급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재배에 대한 무차별 농약살포는 콜롬비아 농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환금성 대체작물이 거의 없는 가운데, 미군과 콜롬비아군에 의해 자행되는 농약살포는 단지 작물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마약공급원 근절의 미명아래 추진되는 마약과의 전쟁은 콜롬비아만이 아니라, 주변의 안데스 국가인 볼리비아, 페루 등의 수많은 인디오들의 삶마저 위태롭게 한다. 작년 가스전쟁의 주역이었던 볼리비아의 경우도, 인디오들의 주식 중의 하나인 코카 재배면적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가 인디오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 전국적인 도로봉쇄 항의투쟁이 빈발했었다.

콜롬비아는 1990년대 남미 전역에서 게릴라운동의 퇴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게릴라운동이 존재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반동세력은 내전상태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조직적 학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또한 콜롬비아에서 노동조합원이 해마다 100여명 이상 살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은 콜롬비아의 열악한 현실은 미국 제국주의가 주도하는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구조화되고 있으며, 연이은 반동정권들은 미국의 앞잡이로서,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대한 정치 군사적 식민주의 체제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노골적인 무장도발 - 미국 제국주의의 공세

최근 베네수엘라 군은 수도인 카라카스 외곽에서, 콜롬비아 민병대 130여명을 체포한 바 있다. 이들은 쿠바계 반정부 인사의 농장에서 모종의 군사작전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콜롬비아의 우파정권이 베네수엘라의 콜롬비아 게릴라 지원을 빌미로 차베스 정권을 압박한 사정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세력은 민주연합(CD:'민주주의적 수렴')으로 결집되어 있지만, 일부 세력은 노골적인 쿠데타 선동과 무력공작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소환투표를 포함한 합법적 과정으로 차베스 정권을 제거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은 반동세력 안에서 세를 얻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차베스는 이를 제국주의의 노골적인 무력공세로 규정하여, 베네수엘라의 국방력 증가와 군사역량 강화를 지시했다.

이와 같이 노골화되는 무장저항은 1980년대 니카라과 혁명에 맞선 콘트라 반군의 그것과 동일한 수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이번 쿠데타와 사보타지, 소환투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한 반혁명공세가 실패한 다음 불가피하게 이어질 무장 반혁명의 전조로 보일 수 있다. 사실, 지난 2월 29일 아이티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에 대한 미국의 경고이며, 콜롬비아의 우리베 정권을 통한 연이은 국경도발은 베네수엘라의 국제적 고립과 이후의 군사개입을 위한 다면적 전략의 일부이다.

현 시점에서 라틴 아메리카는 한편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정치 군사적 공세와 신자유주의 공세 하에서 강력한 대중투쟁을 통해 봉기와 반란이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쿠바의 카스트로에 대한 제국주의의 압박공세가 더욱 강력해 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브라질,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에서 승리한 중도좌파 정권들은 한편에서 신자유주의 공세에 굴복하고, 다른 한편 미국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아이티에서 아리스티드를 축출한 미국의 쿠데타에 한마디 말도 없었던 브라질의 룰라와 아르헨티나의 키리츠네르가 아이티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것은 또 하나의 희극임에 틀림없다.
덧붙이는 말

원영수 씨는 노동자의힘 기관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출처-노동자의힘 기관지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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