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전국IT산업노동조합연맹은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출범식을 열었다.[사진/KT노동조합] |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논란들
네 표 차이로 판가름난 투표 결과가 말해주듯 KT노조의 공공연맹 탈퇴에 이은 갑작스런 전국IT연맹 건설, 그리고 민주노총 가입 경과 등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의 정치적 이견, 산별운동의 기조였던 대산별 원칙 훼손 여부, 비정규/계약직 노동자 투쟁 평가를 둘러싼 논란 등 갈등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철 공공연맹 사무처장은 공식 논평을 준비중이고, 또 개인적 발언은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KT노조가 조건부 탈퇴 결의 공문을 보내왔을 때 여러 미처리 문제와 탈퇴 건에 대해 세 번이나 공공연맹 명의의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말하고, 총연맹에 대해서는 "전국IT연맹의 민주노총 가입 이전에 공공연맹과 협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 편치않은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반해 김영삼 KT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건 알지만 전국IT연맹이 인준된 마당에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기겠느냐?"고 말하고, "물론 우리 노조의 운동에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층 노조원들 사이에서 우리가 공공연맹에서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들이 많았다"며 공공연맹 탈퇴의 속사정을 밝혔다.
김영삼 대외협력국장은 또 "전국IT연맹 출범을 좀 더 빨리 하려고 했는데 이것도 많이 늦어진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공공연맹과 조직적 논의 없이 이미 오래 전부터 독자조직 건설을 준비해왔음을 인정했다. 아울러 "공공연맹에서 우리한테 섭섭한 점이 있는 것 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KT노조처럼 공공연맹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조직이 또 어디 있냐?"며 KT노조의 활동을 언급하고, "지금의 공공연맹을 도대체 누가 다 키웠냐? 사무실 얻는 것부터 해서 말이지 우리는 정말 할 만큼 했다. 우리가 연맹 건설할 때는 보이지도 않던 사람들이 도대체 우리더러 공공연맹에 나가라 마라는 발언까지 하지 않나?"며 상당한 수위의 발언까지 여과 없이 내어놓았다. KT노조가 그 동안 공공연맹 내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겪었는지 그리고 KT 노조가 현 공공연맹 집행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KT노조 변한 것 하나도 없어
한편 전국IT연맹은 "또한 이처럼 IT산업이 겉은 화려하지만 내적으로 IT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으며, 원청과 하청, 도급으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제 IT노동자들의 단결은 역사적인 요구와 흐름이 되었다"며 출범 근거를 밝혔다.
이에 대해 남병준 전 '한국통신계약직노조공투위' 집행위원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통신계약직노조 투쟁 때 KT노조가 보였던 모습은 방관과 무책임을 넘어서 탄압이라고 까지 부를 만 한 것이었다. 지금 저런 미사여구를 남발하며 공공연맹을 깨고 나와 IT연맹을 출범시키는걸 보니 변한 게 하나도 없는 듯 하다"고 지적하며, "공공연맹이 한통계약직노조 투쟁 때 KT노조에 대해 제재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했는데, 상급연맹의 그런 무기력함이 결국 KT노조가 큰소리 치며 탈퇴하는 것을 방조한 것 아닌가"라고 공공연맹에 대해서도 따끔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공공연맹 정치위원이었던 박치웅 민주노동당 강동갑추진위원장은 "공공연맹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됨에 따라 자동으로 정치위원직도 박탈당했는데, 내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이런 일이 벌어지니 씁쓸하기 짝이 없다"고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으며, "나 또한 이번 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이 일로 인해 노동운동 내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는 않을까 더 걱정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노총 사업장부터 일반노조까지 손 뻗쳐
KT노조는 'IT산업 노동자들의 대동단결' 이라는 자신들의 조직목표에 걸맞게 IT연맹 건설과정에서 다양한 조직화를 꾀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한국노총 정보통신 노련 산하 하나로통신노조 신현재 강남지부장에 따르면 이미 지난 총선전후에 KT노조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지난 총선을 전후해서 KT노조 측에서 우리한테 IT연맹을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SKT 쪽에도 마찬가지 제안이 간 걸로 안다"고 말하고, "독자적으로 연맹을 꾸리는 만큼 민주노총 내에서 우리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취지였던 것 같은데, SKT가 거기 따라가면 KT들러리 노릇할거야 불을 보듯 뻔한 거고 우리 역시 마찬가진데 거기 따라갈 조직이 어디 있겠냐"며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KT노조의 전방위적 조직화 노력은 이런 대기업에 그치지 않았다. IT산업의 특성상 도급, 계약직, 비정규직 문제들이 심각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김영삼 대외협력국장은 전국IT연맹이 KT, KTF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한국통신 시절의 여러 문제들 때문에 우리를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안다"고 운을 떼고, "그러나 전국IT연맹은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할 생각이고 이미 한국정보통신산업노조(2004년 1월 설립. 주로 소규모, 하청, 영세 IT기업 노동자들이 참여. 단사 조직이 아니라 전국단위일반노조의 형태)의 동지들과 접촉하여 연맹 출범에 동참시키고자 했으나 몇 가지 여의치 않은 사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함께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정보통신산업노조 측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국정보통신산업노조의 조직국 관계자는 "KT노조에서 우리에게 연락을 취해왔을 때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IT연맹에 참가하라는 이야기였는데, 우리는 한마디로 KT노조의 전력을 신뢰하지 못하겠고, 우리를 자신들의 장식용으로 쓰겠다는 속내가 뻔하게 드러나 보인다"며 내부 의견이 쉽게 정리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물론 우리도 상급단체에 대한 고민도 있고 산별에 대한 전망도 있지만 지금은 자체 조직화에 힘을 쓸 때다"며 전국IT연맹에 대한 기대나 관심은커녕 동참 제안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