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돌아보며 미래를 조망한다

[WSF특별기획](2) - 정리 : 반제, 반전, 반세계화 운동과 함께 성장한 WSF

올 초 1월 26일-31일 까지 5차 세계사회포럼(WSF)이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개최됐다. 국내 150명의 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10만 명이 넘는 반세계화 활동가들이 참석해, 한일 공동집회 및 각종 포럼과 채널들을 통해 2005년 반세계화 사회운동의 의지를 다졌다.

아이디어로 시작된 WSF, 반신자유주의 운동체로

WSF는 지난 2000년 2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의 '대항회의'로, 몇 명의 브라질 지식인들이 프랑스 아딱 대표 베르나르 까생 등 유럽 지식인들과의 의견 교환 속 '아이디어'에서 부터 시작됐다.

근거가 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은 제네바 대학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교수가 설립한 비영리재단이 주최하는 회의로, 1971년부터 1,000여 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매년 스위스 고급 휴양지인 다보스에서 개최되어 왔다. 세계 각국의 정계(政界)·관계(官界)·재계(財界), 언론의 수뇌들이 모여 정치, 경제 및 극비 회를 진행하며, 전세계 신자유주의 정책의 확산, 촉진하고 그 논리를 공식화하는 전략적 기지의 역할을 해왔다.

이런 'WEF에 반대하는' 아이디어는 9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한 반신자유주의 투쟁과 국제 연대 활동의 확산에 힘입어 세계사회포럼(WSF)라는 구체적인 결실을 맺게 됐다. 초기 제안자들 조차도 국제활동가들의 연례행사가 될 것이라 예상치도 못했을 WSF는 1차 15,000여 명, 2회 50,000여 명, 제3차 20,763명의 대의원을 포함하여 약 10만 명이 참여했고, 4차 인도에는 132개국 2,000여개 단체 12만 명이 뭄바이에 결집하는 등 참석인의 숫자 뿐만 아니라 수백 개의 포럼까지 대회 규모 면으로도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5회 포럼 참가자 수는 사상 최대 규모로 포럼 전체 참가자는 155,000명으로 개막행진 참가자는 20만명에 이른다. 실로 놀라운 성장의 결과는 세계사회포럼이 세계운동 속 거대한 운동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WSF외에도 일국 차원에서의 사회포럼은 물론, 대륙별/소대륙별 사회포럼(아시아사회포럼, 유럽사회포럼, 아프리카사회포럼, 미주사회포럼 등), 주제별 사회포럼(세계교육포럼 등) 또는 “주체별” 사회포럼(세계의원포럼, 세계청년포럼 등)이 수 차례 개최되고 있다.

4회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된 사회포럼. 신자유주의 제국주의 전쟁반대 한일 공동집회 장면

소통·토론·실천결의의 공간, WSF

"세계사회포럼은 신자유주의, 자본의 세계 지배와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그리고 인류 사회 내, 인류와 지구 간 풍족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지구적 사회를 건설하는데 헌신하고자 하는, 시민사회 집단과 운동들 간 성찰적 사고, 민주적 토론, 제안 형성, 경험의 자유로운 공유, 효과적 행동을 위한 상호연계를 형성하기 위한 공개적 회합의 장"이라는 기본 정신과 원칙을 원리헌장(Charter of Principles)에 담고 있다. 14개 항에 이르는 헌장은 2001년 6월 10일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에서 수정, 승인된 이후 세계사회포럼 운영의 기본 골격이 되고 있다.

운영에 있어서는 브라질 8개 단체로 구성된 사무국과 6개 소위원회, 전 세계 113개 단체로 구성된 국제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중 한국에서는 민주노총과 자유무역협정·WTO반대국민행동(KoPA)이 국제위원회 회원이다. 일반적인 경우 사무국은 세계사회포럼의 과정의 소통과 행정을 맡고, 국제위원회는 전체적인 방향과 원칙 조율, 세계사회포럼의 차기 개최지 결정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사회포럼참가자들의 행동과 실천의 결여됐다'는 측면에 대한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사회운동네트워크(Social Movements International Network)가 구성되었고, '사회운동 총회'를 통해 당해 연도 주요 의제를 선정하고, 공동투쟁을 결의해 투쟁 호소문 등 을 제출한다. (올해 호소문을 덧붙인다)

한 예로 2001년 1차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세계경제포럼(멕시코 칸쿤),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8 정상회담(이탈리아 제노아) 등에 대항하는 굵직한 신자유주의 반대 국제연대투쟁을 결의하고 실천투쟁을 전개했다. 그리고 3차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지난 해 11월 유럽사회포럼에서 제기된 2.15 반전공동투쟁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시키고, 9월 반WTO 칸쿤 투쟁을 결의해 실천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국제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세계화 운동의 성장과 WSF

세계사회포럼은 1995년 유럽 투쟁, 1996년의 사파티스타 봉기, 1997년 한국에서의 총파업을 비롯한 대륙을 넘나드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이어 WTO반대 99년 씨애틀 투쟁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수 십 만명이 참가한 집회와 각료회의장 포위등을 통해 각료회의를 저지 시켜냈던 씨애틀 투쟁은 이후 반세계화 국제공동행동의 기폭제가 됐다.

이후 아르헨티나 파업 투쟁, 2000년 에콰도르에서는 4만명이 모여 IMF 반대하는 시위, 워싱턴에서는 WTO와 세계은행회의에 반대하는 시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개최된 G8 정상회담 반대 시위 등 공세적인 투쟁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전세계적인 공안정국을 형성시켰던 9.11 테러 이후 세계사회포럼을 통해 2003년 2.15 국제반전행동을 개최하며 역행했던 정세를 극복하고 반세계화와 반전 운동을 확산시키며 정치적인 의미를 강화 시켜냈다.

이렇듯 WSF는 반세계화, 반전 사회운동의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투쟁을 결의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공간으로써 자본블록화에 대항하는 대항 블럭을 구축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왔다. 또한 상반되고 구체적인 WEF라는 대항적 대상을 설정함으로 자본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노동자 민중의 세계화에 대한 표현기재로의 상징체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제 WSF는 매해 주기적인 행사 개최 취지의 의미를 넘어 세계사회운동 네트워크의 중심지로써 구체적인 실천들을 소통하고, 반자본세계화 운동의 전략기지로써 성장해 나가고 있다.

칸쿤 WTO 각료회의 저지 투쟁 중, 고 이경해 열사 추모 행사

WSF, 다른 세상에 대한 구체적 담론 필요성

앞서 밝힌 바와 같이 WSF는 지난 10여 년간의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세계화 국제연대투쟁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올 5회 포럼에서는 다양한 의제 속에 반신자유주의 운동에 대한 내용과 논쟁 뿐만 아니라, 세계사회포럼 운영 및 전망에 대한 의제들이 제기 됐다. 전쟁과 군사주의, 반전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결합과 향후 전망, 회의 주기성의 문제, 정당 배제적인 문제, 다른 세계에 대한 전략적 고민 등.

이제 WSF는 초기 '세계사회포럼이, 국제활동가 회의가 개최됐다'는 것에 대한 의의와 공간 생성의 의미를 넘어, 이론적·실천적 분석과 투쟁, 새로운 의제 발굴, 전략에 대한 토론, 향후 투쟁의 전략적 계획을 통한 반자본세계화 공동실천 투쟁을 위해 한 걸음 더 나가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국내 활동 단위들도 만남과 참여의 의의를 넘어 국제적인 공동실천을 통한 진지한 토론들을 실천으로 끌어내어 세계사회포럼에 대한 담론적 고민을 시작할 때이다.
덧붙이는 말

3월 21일 '5회 브라질 사회포럼 참가기'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