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대, 부동산, 입시...한국사회에서 한 번 화제에 오르면 쉽사리 식을 줄 모르는, 입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마디씩 보태고 싶어하는 주제들이다. 물론 이 주제들이 소비되는 방식도 독특하다. 온 사회가 떠들썩 하게 금방 무슨 일이라도 낼 듯이 열을 올리다가 다시 별 대안 없이 잠잠해졌다가 잊을 만 하면 다시 달궈지는 방식으로 이 주제들은 소비된다.
이번에는 독도다. 청마 유치환은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금수로 굽이쳐 내리던/장백의 멧부리 방울 뛰어,/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뒤었으리니//’ 라고 울릉도를 국토의 막내라고 노래했는데 요즘은 독도를 국토의 막내라고들 많이 부르는 모양이다.
국토의 막내 독도, 독도가 남녀노소 막론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가 하니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며 제 손가락을 자르고, 할복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심지어 평소 같으면 서로 소 닭보듯, 아니면 서로 마주 보기도 싫어 했을 듯 싶은 ‘북핵저지시민연대’와 한총련이 나란히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을 규탄한다” “독도는 우리땅”을 함께 외칠 정도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행정도시 이전에 관한 내분으로 거의 갈가리 찢겨질 위기에 처했던 한나라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치단결한 대오를 형성했고 당내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야 어쩌면 당연하다손 치더라도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노동당 조차 “정부는 독도에 군대를 주둔시키라”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이북의 노동신문도 일본에 대해 “독도강탈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해 조선 재침의 전초기지를 장악하기 위한 일종의 침략행위"라고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이 현상에 대해 혹자는 한국의 남녀노소, 좌우 뿐 아니라 이북까지 한민족 전체가 하나가 되어 한민족 대 일본의 전선을 그었다고 감격하고 있다.
‘온 민족’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정부도 화답하고 나섰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티비에 나와 독도가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문화재청 소관하에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며 “독도 관광을 전면허용한다”고 발표해 각계의 갈채를 받았다.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만나 “내 임기 중에는 (한일)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정동영 NSC상임의장은 향후 한일 관계 4대 기조와 5대 대응방침을 새로 내놓았다.
이 기조에서 정부는 최근 일본의 행태를 과거 식민지 침탈을 정당화하려는 의식이 내재해 있는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설명에 나선 외교통상부 차관은 한일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군대위안부 문제, 사할린 교포 문제, 원폭피해자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과 밝혔다.
이 와중에 ‘일본식민지배는 축복’이라는 의견을 일본 극우 잡지에 기고해 파문을 일으켰더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소리 소문 없이 사직서를 고려대학에 제출했고 고려대학은 냉큼사표를 수리했다. 지난 80년대 초반 일본 교과서 파동이 발생한 당시 온 국민의 돈을 걷어 독립기념관을 지었던 전두환 정부가 한승조 교수에게 ‘국민 정신교육에 기여’했다며 훈장을 수여했던 사실은 가쉽에 불과하다.
애국심이 강한 한국의 자본가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독도는 한국땅이라 휴대폰이 잘 터진다고 광고를 했던 통신회사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고 정부의 독도 여행 규제 완화 방침이 떨어지자 마자 어떤 결혼중매회사는 독도 미팅 상품을 내놓았다. 게다가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17일, 가스공사는 독도 인근에 한국민이 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경제적 가치는 1천5백억 달러에 달한단다!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출간한 출판사는 광고를 공세적으로 재개했다. 광고 카피가 아주 그럴듯 하다. “소설가 김진명은 모든 사태를 예견하고 이 작품을 썼다”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이 소설에서 한국대통령과 북한 주석은 함께 주일대사를 불러놓고 이렇게 말한다. “지금 즉시 귀국 정부에 통보하시오. 이제 한 시간 내로 동경, 오사카, 나고야, 고오베, 교토의 다섯 도시에는 히로시마급 원자탄의 다섯배의 위력을 갖는 핵폭탄이 투하될 것이오. 동경은 특별히 크고 중요한 도시이니까 다른 도시의 세배를 드리겠소.한민족의 이 결정은 결코 번복되지 않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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