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의 사회화, 어디로 가는가

[빛나는 여성노동을 위하여](4)-또다시 여성에게 전가되는 돌봄노동

남성생계부양자모델 속에서 소외되는 여성의 노동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5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서 보면 여성들의 72.1%가 자녀양육과 가사노동 때문에 취업하지 못하고 있으며, 취업한 여성의 경우에도 과중한 양육 및 가사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30.7%가 대답했다. 특히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여성의 경우에는 양육비용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의 임금은 남성 임금의 62%에 머물고 있으며, 2001년 이후 임금격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성은 가정과 사회 속에서 이중적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또한 여성노동의 가치는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 기업구조조정은 의류, 신발 등 여성집중 산업의 도산, 폐업, 해외이전 등의 양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여성노동자들은 대량 실업을 겪게 되었다. 이렇게 여성노동자들은 주변화 된 노동력으로서 각종 비정규직화에 의한 고용불안을 IMF이전에 미리 경험하였던 것이다. 또한 고용불안이 가속화되면서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고용과정은 여성을, 특히 기혼여성을 정리해고 1순위로 올려놓았다. 이러한 여성은 통계적으로 규정되기보다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되었다.

경제위기 초기는 경력 있는 여성까지 ‘가정으로 돌아갈 것’(여성우선해고)을 고무하지만 동시에 소득저하로 인해 ‘벌이 있는 여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여성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며, 여성의 비공식 부문으로 진출을 확대시킨다. 또한 직접 생산보다는 금융을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재구성되면서 자금회전이 빠르고 손쉽고 단기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며, 여성노동자의 고용은 이런 3차 산업의 서비스, 판매직에서 증가한다. 이러한 여성노동자의 고용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이라 일컬어지며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해오던 일명 '3C 노동, 돌봄노동-caring(보육, 간병 등), catering(조리 등), cleaning(청소 등) 등-에 집중되며, 이러한 노동이 사회 속에서 온전한 노동으로 그 평가를 온전히 받기도 전에 상품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노동은 집계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돌봄노동의 사회화 과정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절대절명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는 7일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을 통해 올 9월에 저출산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저출산·고령사회 5개년 기본 계획'을 12월에 수립해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현재의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되고 재정부담이 중가될 경우 향후 10년 간 잠재성장률이 최저 2.6%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저출산, 고령화의 경향을 여성가족부는 "가치관의 변화, 여성 경제 활동 증가로 인한 가족 내 돌봄 기능의 약화"로 분석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한 쪽에서는 출산장려금 까지 줘가면서 젊은 여성들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반면 돌봄노동의 사회화라는 이름 아래 여성들에게 저임금의 돌봄노동을 또 다시 전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정부가 '일을 통한 빈곤 탈출'이라는 정책 하에 내놓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계획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03년 8월부터 시행된 사회적 일자리는 참여자의 70% 이상이 여성들로서 여성인력 개발과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 되고 있다. '2005년 노동부 사회적 일자리 사업 유형별 선정현황'을 보면 선정된 분야의 경우 취약계층 간병·가사 지원사업이 43%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장애인 관련 서비스 및 일자리 제공, 방과후 교실운영 지원, 아동·청소년 대상 사업 및 교육·문화 사업 등이다. 노동부가 창출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의 대부분은 위에서 제시한 3C에 대부분 포함된다.

이는 돌봄노동의 사회화의 일조하기 보다는 이 과정에서 성별화 된 직업유형을 더욱 고착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60∼68만원의 최저임금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격이 시장에서 그대로 재현되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의 심화와 빈곤의 심화 속에서 일정 정도 경제영역에서 배제되어 있던 중장년층 여성들을 대거 경제영역으로 인입 시키면서 여성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가정이라는 이유로 여성에게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여성의 노동은 가부장제 속에서 가사일, 보육, 간병 등의 일은 여성이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통념을 강화시키고, 당연히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과 가사의 양립을 위한 여성들의 노동

이렇게 돌봄노동의 사회화라는 것은 필수적인 노동으로서의 돌봄노동에 대한 공공성 강화로 이어져야 함에도 이에 대한 시장화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노동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을 불안정 노동으로 전락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더욱이 편중된 여성직종으로 여성의 일자리 문제 해결하면서 성별직종의 유형화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노동은 주로 서비스노동자 및 상점과 시장판매자가 38.8%, 사무근로자 16%, 단순노무자 14% 등으로 나타난다. 이는 결국 저임금, 저숙련, 비정규직의 여성화가 급속이 이루어지고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노무현 정부가 지난 몇 년간 유지해오고 있는 직장과 가사의 양립이라는 정책기조 하에 이루어 지는 것이며, 이런 가운데 여성노동은 직장과 가사를 양립시키기 위한 불안정한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그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불안정한 노동, 이 속에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저출산의 경향 등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모든 부담을 또다시 여성에게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이를 "여성인력의 사회 진출을 위한 돌봄노동의 사회화"로 포장하고, 여성이 구조적으로 억압, 배제당하고 있는 현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이 과정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여성행진 총회에서 결의된 '인류를 위한 세계여성헌장'에서는 "여성들은 연인, 동료, 아내, 엄마, 노동자이기 이전에 성인이고 시민들이다. 모든 부불노동은 생활을 보조하고 사회를 유지하는(가사노동, 교육, 자녀 양육 등) 소위 여성의 일이라 일컬어지는데, 이러한 노동은 부를 창조하는 경제활동이고, 가치가 매겨져야 하며 분담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것이 평등을 위한 기본이라 밝히고 있다. 여성의 노동이 부차적 노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돌봄노동 일반에 대한 가치평가가 다시 이루어 져야 할 것이며, 가족이데올로기의 강화 속에서 부차적으로 치부되고 있는 여성노동 일반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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