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 지난해와 무엇이 다른가

인터넷실명제, 여론 65~80% 찬성 - 민주노동당은 반대 - 언론은 잠잠

‘인터넷실명제’가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선거를 앞두고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인터넷언론 게시판에서 실명을 확인하도록 하는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지난 2004년과 현재 상황은 사뭇 다르다. 이번에는 개똥녀 사건 등 일련의 인터넷 폭력의 실사례들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인터넷실명제’에 힘이 실린 것.

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의 정치 패러디를 단속하겠다고 나서면서 인터넷게시판 등에 글을 올릴 때 개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인터넷실명제'가 2003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결국 선거 시기 인터넷언론사의 선거관련 게시판에 실명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선거일 120일전부터 제한적 사전선거운동 허용, 지구당제도 폐지,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등을 골자로 한 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개정안에 포함된 채 2004년 3월 통과되었다. 즉, 선거 게시판에 글은 실명으로만 올려야 하고 이 중 문제가 되는 글은 선거법에 저촉이 되는 꼴. 실제 패러디 합성사진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인터넷언론 및 시민사회단체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았다.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언론은 인터넷실명제가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9일 만에 헌법재판소에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하고 인터넷 실명제 불복종을 전개하는 등 ‘인터넷실명제’에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현재까지 위헌소송은 진행 중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두였다. 2004년 네티즌들의 인터넷실명제와 관련한 여론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대의 목소리와 ‘책임 있는 비판을 위한 것’이라는 찬성의 목소리가 팽팽한 가운데 ‘인터넷실명제 반대 여론’이 다소 우세한 편.

당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는 대략 이렇다.


<오마이뉴스>의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347명 가운데 15%만이 ‘실명제 찬성’을 전체 응답자의 83%가 ‘실명제반대’ 의사를 보였다. <인터넷한겨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언론과 시민단체의 선거법(인터넷실명제 포함) 불복종 운동에 대한 반응’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전체응답자 2340명 중 73.5%가 ‘불복종으로 개악을 막아야 한다’며 이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이 운동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견은 불과 26.5%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2004년 8월 정치개혁특위 간담회에서 천정배 열린우리당 당시 원내대표는 “인터넷실명제는 개악”이라고 밝히면서 결국 인터넷실명제 폐지로 당론을 모으고, 당시 인터넷실명제를 적극 지지해온 한나라당 역시 이를 적극 검토키로 하면서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인터넷실명제’ 논쟁은 유야무야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선거법에 포함된 ‘인터넷실명제’보다 포괄된 개념의 인터넷실명제 도입 바람이 불붙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물론 정당, 언론의 반응은 예전과 새삼 다르다. 네이버, 다음 등 포탈사이트의 여론조사도 80% 육박하며 찬성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인터넷언론 및 시민사회단체의 대응도 2004년과 비교하면 조용한 편이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찬성, 민주노동당 반대

정보통신부는 인터넷실명제 추진 배경으로 여론의 반응을 들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실명제 추진 근거를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제공받고 있는 셈.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관하여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에서 79%까지 찬성의견을 표시했다는 것, 또한 지난 5일 사이버폭력 방치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포털사이트 피해자를 위한 모임)이 국내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공동 소송을 내겠다고 밝히는 등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여론에 힘입어 정부는 인터넷실명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인터넷 실명제 도입’ 추진

이러한 여론의 분위기는 열린우리당 및 한나라당 등 ‘인터넷실명제’도입에 찬성하는 정당들의 근거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은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2004년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가 “인터넷실명제는 개악”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과 비교하면 급작스런 변화라 할 수 있다.

[출처: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지난 5일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최근 4년 사이 10배나 급증한 사이버 폭력과 명예 훼손을 막는 데 상당히 효율적인 방안으로 본다”며 “이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요즘에 사이버를 통한 폭력이나 명예훼손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것이 정세균 원내대표가 인터넷실명제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2001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며 지난해와 올해를 통계를 제시하며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설명하였다.

그동안 실명제 도입에 미온적 자세를 보였던 열린우리당이 이를 뒤집고 ‘인터넷실명제’ 도입 찬성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4.30 재보선 참패 이후 네티즌들로부터 비난 세례를 받는 등 ’사이버 여론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나라, 원칙적 찬성

지난 4일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에서 김희정 디지털위원장은 “한나라당 사이버 당원과 네티즌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인터넷 실명제 관련해서 의견이 어떤지 충실히 받아들여서 문제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즉, 한나라당은 인터넷실명제 도입 찬성하는 입장.

또한 김희정 디지털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이른바 ‘김대업 병풍’의 인터넷 여론 조작으로 당이 큰 피해를 봤다”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던 한나라당은 이번에는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여당에 얹혀가는 모양새.

민주노동당, 인터넷 실명제 반대


민주노동당은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인터넷실명제 도입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서에서 “인터넷 상에서 익명에 가려진 언어폭력 등 명예훼손이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단지 익명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징을 없애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히고 “제한적인 익명성의 권리마저 제한하는 것은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네티즌들에 대한 제약만 가하게 될 가능성이 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성 자체를 범죄화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인터넷 실명제로 전체 네티즌을 잠정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설령 그렇더라도 명의도용 등 피해갈 방법은 있다는 우려다.

또한 이미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이트, 그리고 각 정당 사이트 등 대부분의 공적 사이버 공간은 회원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신원확인을 요구하고 있는 점, IP 추적과 같은 기술을 이용해 특정인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인터넷실명제’ 반대 논리이다. 즉, 현 수준의 실명확인만으로도 ‘사이버폭력’ 가해자는 얼마든지 추적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사이버폭력’에 대해서도 현행법에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서에서 “인터넷 실명제의 결과는 사이버공간 자체를 관리와 통제가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며 “사이버 상의 저질스런 문화는 법체계의 문제 이전에 교육과 교양의 문제이며 네티즌들의 자발적 정화작용에 의해 바로잡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 ‘사이버폭력 심각성’만 나열하는 보도만 난무

[출처: 한국일보 11일자 기사에 실린 경찰청 통계]
정보통신부가 외부용역을 동원해서라도 올 10월까지 인터넷실명제 도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본인 확인 우대제'라는 명칭을 바꿔 인터넷 실명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명확한 상은 제시하지 않은 채 사이버폭력의 심각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측 움직임에 그 누구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언론은 정부가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내기 위해 내놓은 통계들을 그대로 기사로 싣고 있다. 11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4월에서 6월까지 사이버 폭력행위를 집중 단속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일보 및 문화일보 등 주요 일간지는 이 내용을 실었고 한국일보는 ‘사이버 폭력 갈수록 심각’ 기사에서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공갈 등 실제 사례까지 덧붙여 소개하였다.

경찰청이 발표한 사이버 폭력행위 단속 결과는 명예훼손 등 사이버폭력 1,923건 적발, 3,221명 검거(구속 295명)이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49명보다 63.3%나 늘어난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이버폭력의 유형도 다양하다. 사이버 폭력 유형은 개인정보 침해 516건을 비롯해 명예훼손 391건, 협박 및 공갈 269건, 성폭력 260건, 스토킹 69건 등이다. 그러나 다양한 사이버폭력의 원인이 모두 ‘익명성’으로만 귀결되는지 즉, 개별적인 사이버폭력 사례에 대한 각각의 원인과 결과가 다르게 나와야 함에도 “원인은 ‘익명성’, 대안은 ‘인터넷실명제’”라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한 고민은 결여된 이러한 보도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인터넷언론들도 조용하다. 지난해 인터넷실명제 반대의 선봉에 섰던 오마이뉴스는 올해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 잡는 암행어사?’ 제하의 기사 외에 뚜렷하게 입장을 드러내는 기사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7일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반대하는 15개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을 사실보도하거나, 오히려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포털이 사이버폭력의 주범’이라며 “포털에 제공하는 뉴스의 양을 줄여라”, “포털사이트 정화장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사이버폭력의 주범으로 포털사이트를 지목하며 인터넷언론 즉 자신(오마이뉴스)은 ‘실명제’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보인다.


네티즌 65%~80%까지 인터넷실명제 찬성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6월 15일부터 7월 8일까지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이라는 내용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전체응답자 9981명 중 65%가 찬성을, 32%가 반대 의견을 냈다.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뉴스폴 댓글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의 의견을 모아보았다.

사이버 폭력 사라질 것으로 기대

찬성 의견은 주로 “실명제가 된다면 함부로 욕설이나 인신 공격성 댓글은 없어 질 것으로 기대(chung12354)”, “객관성이 결여된 개인의 이기심으로 다른사람에게 무차별적인 글로 상처를 주는 행위를 막는길은 인터넷실명제 밖에 없을듯(saybictoy2)”, “무책임한 발언이 난무하고 결국 질적으로 떨어지는 인터넷 문화만 야기될 뿐(atp777)” 즉, 인터넷 문화가 질적으로 향상될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그 밖에도 “개인의 모든 인터넷 내역을 정부에서 관리해준다(wjdghktnr000)”, “인터넷을 이용해서 특정목적을 달성하기위한 공작이 없어질 듯(openeyes59)”,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법이 정하는 수준의 표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cray78)” 등의 의견이 있었다.

개인정보유출, 국가관리 우려스러워

반대 여론의 의견은 주로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대책부터 세워야 합니다(gonjsh)”, “우둔한 정부의 편의주의적, 권의주의적 방식이 앞으로 가져올 자유의 억압, 기본권침해가 심히 우려(piecheck)”, “개인의 모든 인터넷 내역을 정부에서 접속부터 종료까지 다 관리하게 된다(wjdghktnr000)” 등 인터넷실명제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국가 관리 및 통제를 우려하는 의견이었다.

그 밖에도 “인터넷 속에서만의 나의 모습을 가꾸는 것도 하나의 재미(pjaetri12)”, “정부관료들 비판을 막으려는 한가지 수단에 불과(gotmfdl99)”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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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현지

    토론근거로 자료좀 가져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