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술로 회생이 가능할까?

국정원 해체에서 부터 확대 개편까지 각 당의 4인 4색 묻어나

'불법 도청' 파문으로 개혁의 도마에 오른 국가정보원(국정원), 특히 ‘지금까지 불법 도감청은 없었다’는 국정원의 해명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국정원의 개혁론에서부터 과감한 해체론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가정보원 개혁에 관련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해 ‘국정원, 수술로 회생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토론자로 참여한 각 당의 4인은 제각각의 해법을 제시했다. ‘정치 사찰’의 국정원 해체에서부터 확대 개편까지 대안도 다양했다. 그러나 국가 안보와 경쟁력을 위해서 해외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동일한 의견을 제출했다. 이날의 토론회는 국정원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다양한 의견이 드러나긴 했으나, 문제의식에 따른 대안의 공감대를 찾기 보다는 각 당으로 대표되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국정원을 둘러싼 개혁론은 크게 존치론, 폐지론, 기능분리론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현 체제를 유지하되 국정원에 대한 감시, 법률에 의한 통제를 강화하자는 존치론, 국내 정치 관련 정보 수집 기능 등 국정원을 없애고 국내 정보와 수사 기능은 검, 경, 기무사 등에 분산시키자는 폐지론, 현재 국정원을 쪼개 국내와 해외를 담당하는 2개 구조로 만들자는 것.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와 연방수사국(FBI)의 형태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토론회 전면. 주제가 주제인 만큼 이날 토론회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국정원은 필요악, 인권침해의 대명사

국정원은 헌법기관인 감사원과 달리 청와대의비서실 및 경호실과 같이 정부조직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직속기관이다. 국정원의직무 내용은 국정원법 제 3조 1항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첫째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 작성 및 배포 둘째로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 자재, 시설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셋째 형법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넷째 안전기획부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다섯째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 조정 등이 그것이다.

이날 토론회의 주 발제를 한 이승우 경원대학교 법정대학 법학과 교수는 “국정원의 존재는 필요악 이며 정권안보의 첨병으로 인권침해의 대명사”라고 폐해를 지적했다.

또한 그간 국정원이 상당한 제도개혁을 단행해 왔지만 성과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승우 교수는 “정권 재창출을 추구하는 집권 여당이 철저하게 국정원을 이용해 왔기 때문이고,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철저한 국정원의 조직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승우 교수는 “대북 문제가 담고 있는 측면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이 될 때까지 정보기관의 업무를 국내정보업무와 국외정보업무로 확연하게 구별하여 다른 정보기관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국정원의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국내외로 2원화 체계로 조직을 완전히 분리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정원이 수사권을 계속 행사하려면 행정각부로 편입되어야 하지만 이는 정보기관의 기능 축소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국정원은 수사권을 포기하고 진정한 의미의 정보기관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수술이 필요한 국정원에 대한 4인 4색의 주장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 이상열 민주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모두 ‘국정원 개혁 필요성’에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각론에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현재까지의 국정원이 국가 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를 위한 관성과 타성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해 국회 정보위원회 내 ‘정보기구 개편 소위원회’를 구성해 정보, 공작정치에서 정상조직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의원은 “정보기관 정보약량은 국가생존권과 직결 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제 강화해 개인보호 시책을 마련하고 △국회 정보위원회 내 예결산소위 구성해 투명한 예결산제도를 운영하게 하고 △정보기관 내 감찰위원회 실설해 감찰 기능을 강화 하고 △정보개혁법안을 추진과 △대통령 직속의 국가정보위원회를 신설해 통제, 조정 기능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원의 인권탄압의 문제는 양과 시기의 문제였을 뿐 안나오면 이상할 정도로 내재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초선의원들의 모임을 통해 정보기구의 발전적 해체를 시도하고, 시대의 변화에 부흥하는 새로운 정보기구를 재창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열 민주당 의원은 “국내외 파트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보 테러 마약 범죄라는 것은 국경을 초월해서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를 구분한 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을 것 같다”며 기능분리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예산에 대한 통제 감시가 이루어 져야 하고, 지식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국가정보원의 위상이 확립해야 하고, 국정원의 수사기관으로서의 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국가보안법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있어 수사권의 남용과 가혹행위 등 인권탄압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던 바에 비추어 국정원은 정보기관으로서의 고유 업무에 충실하고 수사는 검찰과 경찰, 군검찰 등 수사기관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다음 주 월요일 국가정보 기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공청회를 통해 당론을 결정할 계획이다.

  토론을 하고 있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이날 토론회를 추최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그간 국정원의 수술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국내 보안정보라는 것이 대정부 전복, 국제 범죄 조직에 관한 것이지 국내 정치 사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국정원이 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후보를 거론하고, 왜 영화인 협회 회장에 개입하는가”를 반문했다. 결국 ‘국정원의 국내 정치 사찰이 문제이고,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임 국정원장에게 ‘토착비리에 국정원이 관심을 가지라’고 한 언급을 예로 들었다.

이어 노회찬 의원은 “국정원의 국내외 분리를 얘기 하기에 앞서, 국정원이 정치 사찰을 계속할 것인가가 우선 예기 되어야 한다”며 “해외 정보 수집은 새로 설치되는 순수 해외정보기관에서 맡는 것이 순리이고, 국내 정치 사찰과 불법 부정 비리로 얼룩 국정원은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당적 대처를 부탁한다

이날 참석자중 눈에 띄는 사람은 역시 전 국정원 해외담당 국장이었다는 정영철 교수(현 연세대 국가정보학)였다. 정영철 전 국장은 “국정원의 기능 개편 문제를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곤란하다”하다며 “정치 쟁점과 분리되서 다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정 전 국장은 “세계 유수 정보 기관들도 안보 관련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며 국정원의 수사권 필요성을 제기했고, “국정원의 국내외 분리가 업무의 특성상 근본적으로 분리되기가 어렵고, 전문 정보기관으로서 현단계의 임무 조정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관련 국정원법의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이날 참석한 의원들에게 국정원과 관련한 초당적 대처를 부탁했다.

한편 정영철 전국장은 토론 도중 “퇴직 7년이 됐지만 참여정부 이후에는 불법 도감청은 없다고 개인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