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정부, ‘삼성의료공화국’ 만들기 한마음

의료단체, 삼성생명 내부보고서 폭로...“국가의료체계 해체, 삼성의료체계 구축”

삼성이 정부의 건강보험을 해체시키고 기존 공적 의료보험체계를 삼성생명의 의료보험체계로 대체하는 한편, 서울삼성병원을 중심으로 ‘삼성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주장은 삼성생명의 내부 전략보고서를 근거로 제기된 것으로,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3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과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민의련)은 안국동 느티나무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생명의 내부 전략보고서('민영건강보험의 현황과 발전방향')를 공개하고, “삼성재벌은 삼성생명과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의료체계’를 구축해 그들만의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을 붕괴시키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 “민영보험,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이날 두 단체가 공개한 전략보고서는 현재의 민간의료보험을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삼성생명의 계획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민영의료보험의 발전단계’를 6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전략보고서는 단계별로 ‘정액방식의 암보험’ → ‘정액방식의 다질환 보장’ → ‘후불방식의 준 실손보험’ → ‘실손의료보험’ →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삼성생명의 민간의료보험 확대 전략을 밝히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공적보험 붕괴와 삼성보험체계구축 계획이 단지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전략보고서를 통해 현재 4단계까지 일부 실행된 상태이고, 현 단계(‘실손의료보험’)가 정부의료체제와 연계를 형성하는 단계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이 보고서는 최종 목표인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전략도 제언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 단계인 1단계 ‘보완적인 건강보험 상품의 개발 및 확산’을 위해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긍정적 인식 구축 △차별적 의료서비스에 대한 시장 확대 등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어 현재 추진 중에 있는 2단계 ‘보험회사 중심의 의료 네트워크 구축 및 기초자료 수집’에서는 △각종 의료 기관 및 병의원과 네트워크 구축 △의료관련 각종 통계 DB 구축 △진료 가이드 라인 마련 등을 추진 전략으로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진석 충북대 교수는 “삼성병원은 이미 서울 소재 병원의 19.3%(32개), 의원의 6.6%(411개)와 연계 병의원의 관계를 구축했으며, 강남구와 송파구의 경우 삼성 연계 의원의 비율이 각각 20.8%(166개)와 28.3%(106개)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병원·보험가입자·보험회사 직접 연결되는 미국식 관리의료체계 기획”

전략보고서는 마지막 3단계 ‘종합적, 체계적 관리의료체제 구축’에서는 △의료 시설 구축 △가입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해 ‘관리 의료’ 서비스 실시 등을 주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도 이진석 교수는 “삼성은 병원, 보험가입자, 보험회사가 직접 연결되는 자기완결적 미국식 관리의료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국가의 공적의료체계는 완전히 붕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미국 국민의 50%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은 병의원을 이용하고, 해당 병의원에 보험회사가 진료비를 지불하는 민간의료체계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진석 교수는 “민간의료체계가 발달한 미국은 개인 파산의 절반이 질병과 의료비 때문에 발생하고, 그 규모만 연간 200만 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미국식 관리의료체계는 자본과 돈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자유가 보장되지만, 그렇지 않은 서민들은 단지 자본의 이윤 축적의 대상으로만 취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삼성의료공화국 구축 지원

이날 기자회견 단체들은 “삼성재벌의 ‘국가의료체계 해체 및 삼성의료체계 구축’ 음모가 현 정부의 정책으로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노무현 정부가 정부 주요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서비스산업화’ 정책이야말로 정확히 삼성재벌의 의료체계 장악을 뒷받침하는 정책”이라고 현 정부의 의료정책을 강력 비판했다. 즉 삼성의 정책을 정부정책이 뒷받침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삼성생명과 서울삼성병원이 삼성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게 의료단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삼성측이 의료산업화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참여정부의 의료산업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구체적으로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 허용 △국내 병원의 해외진출 △의료기관 관련 규제 완화 △민간의료보험 세제 혜택 확대 △민간보험사의 공보험 통계 활용 등 삼성생명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제시하고 있는 의료정책들을 열거한 뒤 “삼성이 정책을 제안하면, 정부의 검토대상으로 채택되고, 이를 근거로 삼성의 추가적인 요구와 자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화 정책'과 '삼성의료체계 구축정책' 비교 [출처: 기자회견 자료 중]

삼성생명 직원, 총리실 산하 건강보험 TF에 포함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보험과 관련된 각종 제도변화를 추진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 내 건강보험TF에 삼성생명 직원이 포함된 사실도 드러났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의료단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총 4인으로 구성된 건강보험TF에는 김 모 삼성생명 차장과 강 모 대한생명 과장 등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삼성생명 직원이 포함된 건강보험TF에서는 현재 민간보험사의 국민건강보험 통계 활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단체들은 “정부가 삼성의 개인질병정보 장악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자료를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삼성의 기업정책 실현도구에 지나지 않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의료체계 재편, 의료 양극화 초래할 것”

이날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민의련은 “삼성의 의도대로 의료체계가 재편될 경우, 국민건강보험은 여러 개의 의료보험 중의 하나로 전락할 것”이라며 “고소득층과 양질의 의료기관은 재벌의료체계로 편입되고, 서민층과 질 낮은 의료기관은 공보험의 적용을 받고, 공공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형태로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들은 현 정부에 대해 “일부 재벌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국가의료체계를 붕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의료보험지원 정책추진 중단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에서 삼성생명 직원 퇴출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해체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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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료연합 , 삼성생명 , 삼성병원생명 , 보건의료단체연합 , 의료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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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희종

    민간의료보험이 목적하는 바는 가입자에 대한 의료보장보다는 보험료 수입을 이용한 수익 창출이므로 저소득 고위험 계층의 가입을 거부하고 고소득 저위험 계층을 선별적으로 가입시킴으로써 계층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변희종)

  • 이귀현

    사회전반이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다시 의료 양극화를 부추기는 일부 인사들의 행태를 우리는 우려한다.
    영국의 전 수상 대처 여사는 "모든분야의 민영화는 다 허용해도 국가를 지키는 국방과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의료만은 민영화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가을이

    빈부격차가 더 심화되지 않을까요.
    있는 사람들은 좋은병원에서 양질의 진료를 받을것이고
    없는 사람들은 좋은병원 근처도 못갈것 같은데요.

  • oops

    http://politizen.org/ 퍼가요